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42화 (42/70)

〈 42화 〉 Chapter 13.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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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3)

#1 서강재의 과거

서강재는 심각한 중2병을 앓았는데 중3이 되어서도 그 병은 심각해지면 심각해졌지 고쳐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설이나 만화의 주인공처럼 야구가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들보다 10cm는 큰 키에서 나오는 괴력은 서강재를 팀의 4번 타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서강재는 중학교 시절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야구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영이라는 폭군이 나타나 서강재의 작고 행복한 세상을 파괴해버렸다.

‘저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가 아마 춘계 대전시장배였지?’

서강재는 아직도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투수라고 알려진 사이영의 타격은 서강재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서강재는 유성중 판타스틱 4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냥 헛소문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처음 사이영의 타격 폼을 본 서강재는 속으로 사이영을 비웃었다.

3년 전 한참 주가를 올리던 슈퍼소닉 이대현의 타격 폼과 비슷한 사이영의 타격 폼은 옛날에 프로들의 포즈를 따라하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강재의 눈에는 사이영의 타격폼이 단순하게 이대현의 타격폼을 따라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애써 자신의 느낌을 무시하긴 했지만 그 날 사이영은 놀라운 타격 정밀도를 보여줬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손쉽게 공을 커트하거나 안타를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었다.

그제야 서강재는 어렴풋이 사이영의 타격폼이 이대현의 타격폼을 따라한 것이 아니라 볼카운트를 늘리기 위한 1번 타자의 타격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번 타자는 최대한 투수의 공을 많이 보고 정보를 팀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도 타격에서 만큼은 자부심이 남다른 서강재는 흥미로운 후배라고만 생각하고 사이영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타자로서 사이영이 서강재의 관심을 살짝 끄는 타자였다면 투수로서 사이영은 서강재의 자존심을 깨부순 투수였다.

‘당시에 사이영 저 녀석이 던진 공을 스치지도 못했지.’

세상에서 자신이 야구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던 어린 소년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일 년 내내 유성중의 사이영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사이영은 우습다는 듯이 자신의 노력을 짓밟고 유성중을 전국 최고의 중학교로 만들었다.

아직 중2병을 완전하게 극복하지 못했던 서강재는 사이영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다.

그리고 그 요상한 타격폼부터 다시 공부를 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타격 전에는 최대한 공을 지켜보기 위해서 양 다리를 모으고 몸의 무게중심을 뒤에 둔 타격 준비자세였다.

하지만 서강재는 1번타자인 사이영과 달리 팀의 중심타자였고 파괴력을 올리기 위해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장타력을 올리는 타법을 완성시켰다.

‘고등학교에서만큼은 너에게지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지난 노력의 대가를 얻어내는 홈런을 때렸다.

서강재는 신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사이영에게 말을 걸었다.

“오, 1회 때 내 홈런 어땠어?”

그러자 사이영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콥.”

‘콥?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콥이지? 설마 저 녀석도 나를 호적수라 생각하고 내 정보를 모았나? 그리고 처음으로 피홈런을 맞았으니 내 속을 긁으려고 나를 콥이라고 부르는 건가?’

서서히 죽어가던 서강재의 자이식이 폭발하려는 순간 사이영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혹시 너 콥이 아냐?”

‘흥 그런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 당연하지! 2대에 걸쳐 구너인 뼈대있는 집안을 뭘로 보고! 감히 콥이라고 하냐? 너 그거 아주 심한 패드립이야. 누가 리버풀 같은 허접한 팀을 응원하냐? 요즘은 힘들지만 당연히 나는 아스날을 응원하지.”

갑자기 사이영의 표정이 똥을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역시 녀석은 나를 도발하려고 했어!’

서강재는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롤 모델이 자신을 지켜봐줬다는 것에 자신감이 폭발했다.

‘그래, 역시 사이영 같은 녀석조차 나를 경계하고 있었어! 어쩌면 나는 사이영보다 야구를 잘 할지도 모르지!’

#2 정병민의 시선

한편 신일고의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정병민은 1회초 사이영에게 홈런을 맞는 순간 경기를 포기했다.

‘이런, 1회부터 실점이라니! 황금사자기 우승은 날아갔네!’

정병민은 유성고에서 짧은 1년이지만 그 누구보다 사이영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선수였다.

스토브리그부터 아파오던 팔꿈치에 대해서 언급해준 사이영은 정병민의 은인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몸이 다 자란 상황에서 제대로 슬라이더를 던지는 법을 배운 정병민은 고교 최대어 선수로 성장 할 수 있었다.

‘만약 중학교 때 팔꿈치가 나갔다면 지금 이런 평가는 어불성설이겠지.’

정병민이 느끼는 사이영의 투수로서 기량은 압도적이었다.

아무리 신일고의 타자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사이영의 공이 맞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번, 2번 타자가 속수무책으로 방망이를 휘두를 때 정병민은 패배를 직감했다.

하지만 3번 타자가 눈을 감고 스윙한 것 같은 막무가내 스윙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패스트 볼이었다면 분명 말도 안 되는 격차로 방망이가 헛돌았겠지만 빨리 돌린 방망이 끝에 사이영의 커브가 와서 맞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병민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병민이 알고 있는 유성중 최고의 내야수는 바로 투수인 사이영이었기 때문이다.

사이영은 재능으로만 수비를 하려고 하는 우민규와 악착같은 노력으로 수비를 하는 김진우와는 차원이 다른 수비를 보여줬다.

사이영의 수비를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투수 수비를 수십년은 한 사람처럼 노련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평소라면 번개같이 반응해 엄청난 서전트 점프로 공을 낚아챘을 사이영이 공을 놓치고 만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정병민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혹시 이영이 저 녀석 몸이 불편한가?’

정병민은 중학교 3학년 내내 사이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했다.

그리고 사이영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내용은 늘 항상 압도적인 피칭이었지만 사이영도 분명 컨디션이 안좋은 날이 있었고 그 날은 힘들게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사이영의 움직임은 컨디션이 안좋은 날의 사이영과 비슷했다.

아니나 다를까 팀의 4번타자 서강재가 추격하는 투런포를 작렬시키자 정병민은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이영을 이길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사이영, 보여주겠다. 내 고등학교 3년의 노력이 담긴 투구를!’

#3 그래도 우승은······.

뭐야? 갑자기 포수 녀석과 마운드에 올라온 병민 선배에게서 엄청난 투지가 느껴졌다.

괜찮은 투수들은 상대의 심리상태를 느끼고 좋은 투수들은 그 심리상태를 꿰뚫어보고 피칭에 이용한다.

하지만 좋은 투수들도 가끔 상대방의 투지에 짓눌려 실수를 하곤 한다.

나같은 최고의 투수는? 당연히 상대방의 투지를 꺾어 놓는 플레이를 한다.

일단 왜 갑자기 포수 녀석이 불타올랐는지는 이해 할 수 없지만 병민 선배가 불타오르는 것은 예측 할 수 있다.

내가 병민 선배를 선배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사실 병민 선배는 나에게 제자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물론 스승의 은혜를 모르는 버르장머리 없는 꼬맹이3인방 또한 내 제자나 다름없는 녀석들이지만 꼬맹이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특한 병민 선배는 자신의 부족한점을 깨닫고 나에게 투수가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

어떻게 보면 내 본 업이 투수이고 이 세상에 유이하게 덴튼 트루 영이라는 투수의 노하우를 모두 배운 투수가 바로 병민 선배라는 인물이다.

그나마 병민 선배와 비슷한 녀석이 또 다른 제자 이민우라는 꼬맹이다.

내가 병민 선배에게 공을 던지는 기술을 가르쳐준 것은 아니다.

현명한 인디언들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나처럼 현명한 투수는 고작 공을 던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투수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병민 선배는 스승인 나에게 제자가 이렇게 잘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마 경기 초반 의욕이 없던 모습은 나에게 이길 수 없을거라는 부담감 때문이었겠지만 병민 선배는 나에게 상대 투수의 컨디션을 읽는 법도 배웠다.

당연히 내 컨디션이 최악이라는것도 알고 있겠지.

그러니 병민선배의 공이 좋아진 것도 이해가 간다.

슈우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어때? 우리 에이스의 공이! 이게 바로 연륜이라는 것이다. 애송이!”

뭐? 감히 누구보고 애송이? 건방진 덩치만 큰 애송이 녀석 너를 잠시나마 콥이라고 착각했던 내 멍청함을 저주하고 싶다!

평소라면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타격을 했겠지만 투수의 투지를 꺾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투수가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때려버리는 것이다.

병민 선배의 슬라이더는 분명 중학교에서도 예리한 각이 돋보였고 고등학교에서 장착했을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좋았다.

하지만 내가 병민 선배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것은 [좋은 투수는 최고의 패스트 볼을 언재나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오늘 병민 선배는 나에게 자신이 좋은 투수라는 것을 입증 하고 싶을 것이고 당연히 최고의 ‘패스트 볼’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넣을 것이다.

적어도 이 두 가지 정보를 알고 있는데 공을 못 치는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그것이 투수라고 하더라도!

아니나 다를까 순진한 병민 선배는 정말 순진무구하게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최고의 패스트 볼을 던졌다.

따아아아아악!

맑고 청아한 나무 배트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경기의 승패가 결정 나는 순간이었다.

오늘따라 유독 공이 잘뻗네?

[황금사자기 MVP 사이영]

9이닝 2실점 13탈삼진 4타수 3안타 3홈런

#4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대전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황금사자기를 차지했다.

그동안 약체로 평가되던 대전고가 황금사자기의 주인공이 될거라고 생각한 프로 구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통의 강호 신일고나 야탑고 경남고 같은 명문 고교야구부가 황금사자기의 주인공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전고도 판타스틱 4라는 신입생들을 영입해 전력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고교야구에서 1학년들이 활약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기에 내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여겼다.

하지만 결과는 대전고의 압승이었다.

대전고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7월에서 9월까지 펼쳐지는 청룡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8월 중순에 펼쳐지는 대통령배에서는 황금사자기 못지않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청룡기가 끝나고 프로로 가는 마지막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봉황대기까지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 고교야구 4대 대회를 모두 석권한 대전고는 순식간에 프로 스카우터들의 물망에 올랐다.

뿐만아니라 U-18야구 월드컵에도 대전고의 판타스틱 4를 대표팀으로 선발했다.

그때부터 언론은 사이영의 혹사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사이영이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사이영은 완봉 혹은 완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고의 감독은 대한민국 야구사에서 가장 위대한 투수라고 평가되는 리빙 레전드 구태성이었다.

구태성은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으로 사이영의 혹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내비췄다.

“나는 인간의 어깨가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올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위대한 시즌을 보냈고 그 속에 에이스 사이영의 투구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사이영은 그 옛날 데드볼 시대의 사이 영처럼 던져도 무너지지 않았다. 사이영은 분명 대한민국 야구사의 둘도 없을 보물이며 고작 고교야구에서 그를 혹사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이영은 마운드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했고 끝까지 던졌다. 이제 나는 인간의 어깨가 소모품이라는 믿음까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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