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Chapter 13.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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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2)
#1 원래 야구는 스릴이 넘치는 게임이다.
공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몸의 무게추를 최대한 뒤로 맞춘 나는 내 허리춤으로 날아드는 공을 향해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따악!!
데드볼 시대에 포수들이 나에게 트레쉬 토킹을 걸지 않은 이유는 별게 아니다.
다른 성격더러운 투수였다면 몸쪽으로 빈볼이 날아왔을지도 모르니 트레쉬 토킹을 걸지 않았겠지만 나에게 트레쉬 토킹을 걸었다가는 이렇게 장타를 맞기 마련이니까!
정 중앙에 가깝게 날아오는 패스트 볼을 제대로 받아 쳤다.
배트의 스윗스팟에 맞아서 내가 공을 때렸다는 증거였다.
이건 최소 2루타 코스다.
사실 배트를 나무로 바꾸고 나는 홈런을 친적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2년간 단 한번도 홈런을 친적이 없으니 내가 어린 시절 때렸던 홈런은 모두 알뱃에서 나오는 반발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단 안타를 쳤으니 최대한 조심스럽게 배트를 땅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1루로 달렸다.
이 모든 동작이 타격과 동시에 하나의 동작처럼 연결되었다.
1루에 있던 주루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영아, 뛰어!”
예상대로 타구는 최소 2루타 코스였고 내 다리는 자연스럽게 2루로 향했다.
타다다다다다다닷
숨을 참고 전력으로 달리다보니 두 다리는 산소를 내놔라고 나에게 항의를 한다.
오늘따라 무거운 몸은 ‘어이 사형, 오늘따라 왜이래? 피곤하게.’라며 내 다리를 잡는다.
그럼에도 나는 질주를 이어갔다.
반사적으로 3루를 바라봤을 때 주루코치가 팔이 빠져라 돌리고 있었다.
뭐 3루도 돌라고? 인사이드 파크 더 홈런?
확인해보니 인사이드 파크 더 홈런이 아닌 담장을 살짝 넘기는 진짜 홈런이었다.
실투였나?
그나저나 내 폼으로 심지어 나무 배트로 담장을 넘기다니! 이건 전생에도 못해본 업적이다.
덕아웃에 들어오자 팀원들이 내 헬멧을 때리며 내 홈런을 축하해줬다.
“축하한다!”
“나이스 홈런!”
어라? 유독 아프게 나를 때린 녀석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진우였다.
내가 진우를 노려보자 방구뀐 진우가 성을 냈다.
“너 때문에 내가 저 녀석들한테 잔소리를 듣게 생겼잖아! 왜 홈런을 치고 난리야!”
“아, 진우 쟤는 홈런도 못치고 에휴!”
“그러게 말이야. 어쩔 수 없내 내가 홈런을 쳐서 만회하는 수밖에!”
“주빈아, 너도 고등학교 올라오고 홈런 개수가 확 줄었잖아. 그냥 나한테 맡겨.”
최주빈은 왜 가끔 사이영이 우민규를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규 저 녀석은 악감정 없이 말하는 거겠지만 은근히 기분이 나쁘네.’
“흥, 너희들은 우리 병민 센빠이의 공을 스치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 병민 센빠이라니? 너 신일고 스파이냐?”
“역시, 저 녀석 리틀리그때부터 일본 앞잡이 같이 굴더라니!”
“흥, 너희들이 아무리 나를 모함해도 내 청렴결백함은 하늘이 알아 줄 것이다.”
“하늘은 바빠서 네 청렴결백함 따위 알아줄 시간도 없을 걸?”
한마디도 안 지고 타석으로 향한 녀석들은 보기 좋게 뜬공과 삼진으로 덕아웃에 돌아왔다.
“크흠! 병민 선배 공이 좀 좋아졌네.”
“그, 그러게! 체인지업을 장착했다고는 들었는데 저렇게 각이 좋을지 몰랐어.”
“이영야, 안타도 못친 찐따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뭐? 안타도 못 친 배신자들이 있다고? 설마!”
평소에는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두 친구가 자신들을 놀릴 때는 합심하는 모습을 보자 우민규와 최주빈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두고봐라!”
“다음번에는 꼭 담장을 넘기고 만다!”
애니에서 두고 보자는 악역들은 두고 볼 게 없던데?
마운드 위에 오른 나는 간단하게 1번, 2번 타자를 잡아내고 3번 타자와 승부를 했다.
평소보다 어깨가 묵직한게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숨을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타자들은 투수의 상태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기에 나는 내가 오늘 컨디션이 안좋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더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딱!
제길, 또 커튼가? 투구수가 점점 늘어난다.
1회에만 벌써 10개가 넘는 공을 던진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완봉은 정말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서 혹시 모를 커브 사인을 냈다.
최주빈이 움찔 하더니 자세를 고쳐 잡고 미트를 내밀었다.
짜식, 그래도 교육 시켜둔 보람이 있네!
나는 12 to 6로 떨어지는 한국에서는 폭포수 커브를 3번타자를 향해 던졌다.
틱!
안타깝게도 내가 던진 커브는 멋대로 휘두른 타자의 배트에 스쳤고 투수 앞 바운드 볼이 되었다.
평소라면 가뿐하게 점프해 잡았을지도 모를 바운드 볼이지만 야속하게도 내 글러브를 살짝 스치고 지나간 공은 그대로 2루를 향해 날아갔다.
“세잎!”
지옥훈련 기간동안 수비 훈련을 열심히 한 진우는 백핸드로 공을 잡고 1루로 뿌렸지만 아슬아슬하게 타자의 다리가 먼저 들어왔다.
하, 이렇게 행운의 안타가 터지네?
잘 던지는 투수에게도 이런 날이 있다.
내가 만약 메이저리그 22년차 베테랑이 아니었다면 나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짜증을 내고 스스로 자폭버튼을 누르겠지만 나는 야구라는 게임의 본질이 원래 이런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투수였다.
그냥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되지!
신일고 4번 타자는 나에게 시비를 걸던 포수 애송이였다.
이름이 서강재였나? 내가 듣기로는 중학교 시절 대전 지역을 대표하던 강타자라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중학생 치고 괜찮은 덩치의 꼬맹이가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신일고 4번 타자 녀석이 묘한 타격 폼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 느껴진다.
나랑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타격폼으로 타석에 섰다.
현대의 타자들과 달리 비교적 히팅 포인트를 뒤쪽에 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언제든지 앞으로 튀어나갈 힘을 모으고 있는 스탠딩 포즈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전설적인 타자의 타격준비 폼과 흡사했다.
문제는 그 전설적인 타자의 타격폼은 내가 항상 타이 ‘애송이’ 콥이라 부르는 녀석의 타격폼이라는 것이다.
데드볼 시대, 만약 야구의 주인공이 투수라면 데드볼 시대의 주인공은 나 덴튼 트루 영일 것이다.
하지만 야구의 주인공이 타자라면 단연 주인공은 타이러스 레이먼드 콥이라는 사나이일 것이다.
정점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리스팩트를 가지게 된다.
나와 타이러스의 관계가 그러했다.
나는 데드볼 시대를 지배하던 투수였고 타이러스는 데드볼 시대를 지배하던 타자였다.
당연히 나와 타이러스는 서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서로 교류를 하면서 친목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타이러스는 내 타격 폼의 스승과도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니, 내 시대 모든 타자들은 타이러스의 타격 폼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타격 폼을 만들어 나갔다.
나는 타이러스의 준비 자세에서 히팅포인트를 뒤에다 두는 모습을 보고 투수의 볼카운트를 늘리는 극단적인 타격폼을 만들었다면 타이러스는 무게중심을 뒤에 놨다가 앞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면서 강하게 공을 때리는 타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타법으로 내 공도 무지하게 때렸지.
만약 타석에 서있는 애송이가 타이러스 만큼의 정확도를 가진 타격을 구사한다면 라이브볼 시대에 내 공은 안타가 아니라 홈런이 될지도 모른다.
“흐읍!”
슈우우우우우우우웅~ 뻐어어엉!
어디까지나 타이러스 만큼의 정확도를 보여준다면 말이야!
건방진 애송이가 어디서 타이 ‘애송이’ 콥 녀석을 따라하느냐!
저 빌어먹을 애송이 덕분에 안 좋던 컨디션이 갑자기 살아나는 것 같다.
나는 1루에 있는 주자를 신경쓰지 않고 와인드업을 하면서 타자를 상대했다.
그때 타석에 서있던 녀석이 호랑이처럼 뛰쳐나오면서 부드럽게 방망이가 돌아갔다.
따 악!
있는 힘껏 당겨친 녀석의 타구는 하늘 높이 날아갔다.
나는 메이저리그 22년 동안 총 132개의 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그 홈런 하나하나 모두 내 뇌리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홈런도 내 뇌리에 기억이 될 것 같다.
“콥? 너도 설마 환생이라는 것을 한 거냐?”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찌된 나라냐? 데드볼 시대를 주름잡던 투타의 근본이 한 나라에서 환생을 하다니!
이런 걸 애니로 만들면 아주 개 쓰래기 망작으로 역사에 등극할 것이고 소설로 쓰면 눈이 썩어갈 것 같은 전개임이 틀림없다.
아, 잠시 홈런을 맞고 이성을 잃은 것 같다.
그 동안 내가 리틀야구와 중학야구에 적응을 해서 야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잠시 까먹고 있었다.
야구는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도 타자가 잘 치면 점수가 나오는 스포츠다.
즉 원래 야구는 스릴이 넘치는 스포츠라는 뜻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경기는 완전하게 기울지 않았다.
내가 상대방에게 2점 홈런을 맞았어도 어차피 상황은 내 홈런으로 0-0이나 다름없다.
나는 2점 홈런을 맞을 것을 깔끔하게 뇌리에 지우고 평소와 같이 집중했다.
황금사자기 결승의 승리투수는 반드시 내가 될 것이다.
#2 홈런을 맞고 난 뒤 반응
덕아웃에 들어온 나는 나에게 덤벼들 꼬맹이들에게 어떻게 반격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계산했다.
하지만 의외로 꼬맹이들은 나를 역병이라도 걸린 환자처럼 피하기만 했지 평소처럼 나를 도발하지 않았다.
“후, 아직까지 0-0이란 말이지? 역시 야구는 재미있어.”
“거봐, 이영이 머리가 이상해졌다니까.”
“인간이 감당하기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그 기억을 봉인하기도 한다는데 아마 그런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 인생 첫 피홈런이잖아. 우리가 이해해주자.”
하, 저 꼬맹이들이 나름 나를 선발투수라고 배려해준건가?
“무슨 소리야? 어차피 1회에 내가 홈런을 쳐서 2점을 벌어둔걸 도로 내준 것일 뿐이야. 내 실점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는 뜻이지!”
“그래도 아직까지 저 뻔뻔한 낯짝을 보니 그렇게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네.”
“사실 나는 청년 치매가 아니라 청소년 치매에 걸렸는지 걱정했지 뭐야?”
“저 녀석 평소 행실을 보면 청소년 치매인거 같긴해.”
“감독님! 저 녀석들이 실점하고 온 선발투수의 신경을 긁고 있습니다!”
구태성은 2실점을 하고도 뻔뻔하게 구는 사이영의 배짱을 보며 확신했다.
‘오늘 경기는 이기겠구나.’
3회 초 우리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타석에 섰다.
“오, 1회 때 내 홈런 어땠어?”
콥의 환생으로 의심되는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혹시 녀석도 내가 환생을 했다는 것을 느꼈나? 하긴 나같이 부드러운 폼을 가진 투수가 흔하지는 않을 거니 단번에 알아봤겠지.
“오랜만이군! 콥.”
“콥? 우리 집은 대대로 구넌데?”
구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내가 기억하는 타이러스는 요즘 말로 진지충 그 자체였다.
내가 타이러스에 대해서 인터뷰 했을 때 타이러스의 문제는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나치게 힘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인터뷰를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성격의 타이러스가 환생을 했다고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농담을 할까?
“혹시 너 콥이 아냐?”
“그래, 당연하지! 2대에 걸쳐 구너인 뼈대있는 집안을 뭘로 보고! 감히 콥이라고 하냐? 너 그거 아주 심한 패드립이야. 누가 리버풀 같은 허접한 팀을 응원하냐? 요즘은 힘들지만 당연히 나는 아스날을 응원하지.”
나는 분명 콥에 대해 물었는데 저 녀석은 왜 뜬금없이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단어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설마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고도의 술책인가?
제길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아직 알아야 하는 것이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