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Chapter 13.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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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황금사자기를 시작으로 (1)
#1 지옥훈련의 성과
지옥훈련을 마친 내 꼬맹이들은 내가 등판한 8강에서 엄청난 실력을 선보이며 5회에 10점 이상을 득점해 콜드 게임으로 준 결승행을 결정지었다.
4강은 내가 못 던지는 대신 2번 타자로 출전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타자 사이영은 장타력이라는 무기를 잃어버렸지만 볼카운트를 물고 늘어지는 끈기와, 어떻게든 방망이에 공을 맞추는 컨텍 능력은 여전했기에 나는 아직도 리그에서 매우 가치 있는 타자였다.
비록 리틀리그에서처럼 4번 타자로 홈런을 뻥뻥 때리진 못했지만 나는 최대한 상대팀 투수를 괴롭혔고 결국 우리팀에서 2선발을 차지한 안인상을 승리투수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아, 안인상은 유성중학교 출신 투수로 이번에도 같은 학교로 진학했다.
내가 막 입학했던 시절에는 제구도 안잡혔고 구위도 별로인 그저 그런 투수였지만 나와 꼬맹이들이 죽자고 훈련을 하는 것에 동기부여를 받았는지 3학년 시절에는 병민 애송이의 뒤를 이어 중학교 시절 2선발을 차지한 녀석이다.
고등학교에서도 열심히 했는지 몸도 탄탄해지고 체격도 갑자기 커져서 180cm에 75kg으로 성장했다.
“어때? 나도 이제 제법 쓸만하지?”
건방진 꼬맹이가 나에게 다가와 으스댄다.
그래도 좋다.
원래 선발 투수가 승리를 하면 그날 만큼은 왕이나 다름없다.
칭찬에는 돈도 들지 않으니 아낄 필요도 없다.
“뭐, 선배야 언제나 믿음직스러웠죠.”
“역시, 우리 유성중 후배님이라니까! 그나저나 너 어쩌냐? 이번에 우리 결승상대가 어딘지 알고 있지?”
“신일고라면서요?”
신일고는 황금사자기에서 최다 우승을 차지한 고등학교로 이번 황금사자기에도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는 강호다.
“잘 알고 있네. 그런데 너 안 쫄려?”
“뭐가요?”
“신일고 에이스가 병민선배잖아!”
응? 신일고에 에이스가 병민 애송이라고?!
“신일고 제가 알기로 서울에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래, 서울에 있지.”
“그 형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서울까지 올라갔데요?”
어차피 나한테 털릴텐데 말이야.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도 있잖냐. 맹모삼천지교라고 들어봤지? 병민선배가 유성중 3학년을 워낙 화려하게 보내서 전국에서 병민이형을 영입하려고 난리가 났었거든? 그때 병민선배 부모님이 명문인 신일고를 선택해서 지금은 신일고 에이스로 맹 활약중이지. 직년에도 황금사자기 우승할 때 병민이형이 엄청나게 활약을 했잖아.”
“그랬어요? 병민이형이?”
“하, 넌 정말 선배들에 대해선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구나. 나도 전지훈련 끝날 때 즘 유성중 출신인걸 알았지?”
솔직하게 나는 야구에 재능이 없는 녀석들 까지 신경을 쓸 만큼 오지랖이 넓진 않다.
물론 내가 관리하는 꼬맹이들처럼 유독 신경쓰이는 녀석들도 있긴하지만 병민 선배의 경우는 1년 동안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고 해야하나?
“저는 저보다 야구 못하는 자는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죠.”
‘당당하게 선배 앞에서 야구 못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마라 이 빌어먹을 후배녀석아!’
안인상은 선배로서 위신(?)을 세우고 싶었지만 사이영의 솥뚜껑만 한 손을 보는 순간 ‘야구 잘하는 후배를 위해서 참아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렇지만 너도 유성중 기적의 세대잖아.”
“유성중 기적의 세대?”
“정말 몰라?”
“모르니까 묻죠. 유성중 기적의 세대가 뭔데요?”
그게 뭔데 씹덕아.
물론 세상에 모든 씹덕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나 같이 혼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아주 순한 씹덕들이 있기도 한 반면 분위기 파악못하는 안 애송이같은 씹덕이 있기도 하다.
“대전지역 최하위던 유성중이 전국대회를 3년 연속 휩쓸면서 생긴 용어야. 프로에서도 유성중 출신을 많이 팔로우 한다고 하나봐.”
내 생각에 유성중학교 출신 선수들은 다른 학교 선수들보다 잘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한국 야구는 감독이 시켜서 하는 훈련을 한다.
하지만 유성중학교는 내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율훈련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물어오는 꼬맹이들을 성심 성의껏 가르쳐 줬다.
그렇게 유성중 꼬맹이들은 자발적인 훈련을 소화하는 루틴을 배웠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발전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와 함께 했던 유성중 꼬맹이들은 자신의 부족한점을 배웠고 그것을 이겨낼 무기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 결과값이 유성중 기적의 세대인 것 같다.
황금사자기 상대 선발이 애송이 병민 선배라? 그래도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은데?
#2 신일고
신일고 감독 장호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내 나이가 곧 일흔이니 야구판에서 물러날 때도 됐지.’
프로야구출범 초창기에 프로로 활동했던 장호종은 팬들에게는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교야구계에서는 우승청부사로 30년 가까이 맹활약을 한 노익장이었다.
그런 장호종이 자신의 커리어를 마지막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팀은 정말 역대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력함을 자랑했다.
‘투타의 에이스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있고 백업 맴버들의 질도 신일고를 따라온 학교는 없다.’
“병민아, 잠깐 이리 와봐라.”
“예, 감독님!”
대전에서 올라온 신일고의 에이스 정병민은 140km/h 후반의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쓸 만한 체인지업을 던지는 선수였다.
그리고 바뀐 고교선발등판제로 인하여 예전에 관리받지 못하던 고교야구 에이스들과 달리 싱싱한 팔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장호종이 정병민을 그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끝 모를 자신감과 마운드에서의 냉정함이었다.
“이번에 대전고랑 붙는데 자신 있지?”
“솔직하게 자신이 없습니다.”
“설마 재미없게 질 자신이 없다 이딴 소리 할 거면 폴대폴 10번은 뛰어야 할 거야.”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장호종은 정병민의 얼굴을 봤다.
항상 자신감에 가득차있었던 자신의 에이스는 진실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저 겁 없는 녀석을 두렵게 만든 거지?’
“감독님, 대전고 에이스는 괴물입니다.”
‘괴물? 프로야구판에서 녀석만큼 대단한 괴물은 십몇년 전에 등장한 류형진 그 녀석 말고는 본적이 없는데.’
장호종이 평가하기로 자신의 고교야구 감독 인생중에 정병민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 대단한 투수였다.
지금 당장 프로에서 공을 던져도 평균자책점 3점 초반에 매년 10승 이상을 책임질 선발 투수 감이었다.
“자신감을 가져라. 너는 내가 지도한 투수중에 최고다.”
‘감독님, 녀석은 제가 본 투수중에 최고입니다.’
#3 결승전 당일
“휴, 이영아. 안 떨려?”
“너는 동내 편의점에 물 사러 가는데 떨리냐?”
“보통 황금사자기 결승이랑 편의점에 물 사러 가는 거랑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지 않나?”
“그럼 내가 보통이 아닌가보지.”
최주빈은 어딘가 나사가 풀려있는 것 같은 죽마고우 사이영이 오늘따라 더 심하게 나사가 풀려있다고 생각했다.
“주빈아. 일반인의 시선으로 저 녀석을 이해하려고 하지 마.”
지옥훈련 후 녀석들은 더욱 더 나를 괴롭혔지만 나는 대인배답게 그냥 넘어가주기로 마음먹었다.
“모두 주목!”
오늘따라 구태성 저 애송이도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뭐지? 다들 우승 처음해보나? 나는 월드시리즈도 우승해봤는데 말이야.
“자, 신일고의 마운드는 두텁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많은 투수들을 소모한 끝에 올라왔으니 신일고 에이스 정병민만 넘어트리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저 애송이가 어렵게 이야기 했지만 이것도 다 내 칭찬이나 다름없다.
야구에서 절대적인 에이스의 가치가 바로 이런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대전고와 신일고는 10번 붙으면 7, 8번은 신일고가 이겨야 하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가 없을때를 가정하에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대전고는 32강 내가 완투를 했고 16강 전에는 혈투를 벌인 끝에 뒤에 투수가 남아있는 우리가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8강에선 다시 내가 완투를 해서 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고 준결승에서는 아예 콜드게임으로 상대를 누르고 올라왔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우리팀 투수들의 체력이 여유로울 수 밖에 없다.
“에이, 그렇게 칭찬 안 해주셔도 됩니다.”
“뭐래? 내가 언제 널 칭찬했다고?”
“어차피 투수들의 체력은 상관없지 않습니까. 내가 완봉할거니까! 뭐 타자들이 알아서 점수를 내 주겠죠.”
“푸하하! 다들 우리 에이스가 하는 이야기 들었나?”
“예!”
“너희들이 1점만 내면 황금사자기는 내년까지 우리 대전고에 걸려있겠군!”
“어차피 타자들이 1점을 못내도 됩니다. 오늘은 제가 담장을 넘길 생각이거든요. 만약 그렇게 되면 야구부 전원 제가 1주일간 특훈을 시켜도 되겠습니까?”
나와 함께 지옥훈련을 해본 꼬맹이들이 펄쩍 뛰었다.
“감독님 절대 안됩니다! 살려주세요!”
대전고 야구부는 일주일간 지옥훈련이란 명목으로 판타스틱 4가 얼마나 힘든 훈련을 소화하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당연히 대전고 야구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 녀석들 결승전보다 지옥훈련이 더 두렵다는건가? 그렇다면 이것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군!’
“좋다! 사이영, 네가 만약 완봉을 하고 홈런까지 친다면 앞으로 한달간 모든 자율훈련은 너에게 맡기겠다.”
“좋습니다. 완봉이야 당연한거고 오늘 안 그래도 몸이 가벼운게 맞았다하면 담장을 넘어갈 겁니다.”
내 허풍에 진우가 반응을 했다.
“흥! 똑딱이인 네가 담장을 넘길 일은 없을 거야! 이 김진우님께서 넘겨줄 테니 너는 얌전히 마운드에서 공이나 던져.”
“지, 진우도 똑같은 똑딱이라 점수를 못 내겠지만 내, 내가 넘겨줄게!”
“하아, 민규야 문제는 이영이가 홈런을 칠 경우에는 우리가 한 달간 훈련을 해야 한다는 거잖아.”
구태성은 타자들의 사기가 오히려 떨어질 것 같자 한 가지 조건을 더 달았다.
“좋아! 만약 오늘 사이영 저 녀석보다 타자들이 타점을 많이 올린다면 이 이야기는 없던 일로 하겠다.”
죽어가던 타자들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휴, 이걸로 대충 타자들의 집중력을 올려놨군.
사실 오늘은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 날이다.
투수에게는 가끔 이런 날이 있기도 하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한 번씩 어깨에 담이 오거나 몸 한쪽이 유독 무거울 때가 있다.
이런 날에는 유독 제구가 정확하지 않고 공 끝의 위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승전에 마운드에 오른 이유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나라고 해도 우리 학교 아니 전세계에서 나만큼 공을 잘 던지는 미성년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악!
진우 녀석이 집중을 해서인지 1회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치고 나갔다.
“아, 몸도 영 찌뿌둥한데?”
“그러면 대충 방망이 돌리고 덕아웃으로 꺼져.”
갑자기 포수 애송이 녀석이 나에게 시비를 걸어온다.
“너 내가 누군지 모르냐?”
“그럼 너는 내가 누군지 아냐?”
“하, 대전고 새끼들 빠져가지고 후배관리 똑바로 안하네.”
하, 재미있네? 메이저의 포수는 기본적으로 입이 더럽다.
당연히 트레쉬 토킹은 데드볼 시대부터 내려온 유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데드볼 시대를 지배한 투수인 나에게 감히 트레쉬 토킹을 걸어온 포수는 없다.
왜냐고?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