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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38화 (38/70)

〈 38화 〉 Chapter 12. 어린 사자의 포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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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 어린 사자의 포효 (2)

#1 황금사자기 32강

공수가 바뀌고 2회 초가 시작되었다.

“야, 최주빈 잠깐 이리로 와봐.”

영혼의 배터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투수와 포수중에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 나와 골든 리트리버 역시 영혼의 배터리라 할 수 있겠다.

그도 그럴게 골든 리트리버와 호흡을 맞춘 지도 벌써 10년, 프로에서도 이만큼 오래 호흡을 맞춘 배터리를 찾긴 힘들 것이다.

“응? 무슨일인데?”

최주빈은 평소와 달리 자신을 부르는 사이영을 향해 달려갔다.

‘혹시 몸 문제라도 있나? 손톱이 갈라졌다거나?’

최주빈은 사이영이 얼마나 자신의 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항상 ‘투수라면 맑고 시원한 물이면 충분하다.’면서 그 흔한 탄산, 드링크도 마시지 않는 독종이 사이영이었다.

‘아니, 이영이가 만약 몸에 이상을 느꼈다면 감독님께 직접 이야기를 했을거야.’

물론 황금사자기가 매우 중요한 대회이긴 하지만 최주빈이 보는 사이영은 항상 더 멀고 높은곳을 바라보는 친구였다.

“무슨 일이야?”

“이번 이닝 첫 번째 타자 마지막 공은 커브를 던질 거야. 내 커브는 아주 낙차가 크니까 낭심보호대는 확실하게 차고 왔겠지?”

“뭐? 너 진짜 커브를 던질 줄 알아?”

최주빈은 감독에게 조금 느린 직구를 언더 헨드로 던지면서 ‘이게 바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입니다.’라고 우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 사이영의 포수는 항상 자신이 맡아서 해왔고 자린고비보다 더 지독할 정도로 자신의 어깨를 아끼는 사이영을 생각하면 집에서 변화구를 연습하는 상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알지. 뭐 이번에 처음 던지는 거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낭심보호대 차고 왔냐고!”

‘이영이는 한다면 하는 녀석이야.’

최주빈은 작년 생일 선물로 받은 낭심보호대를 차고 올라온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10년 가까이 옆에서 지켜본 사이영은 자신의 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녀석으로 특히 타석에서 착용하는 보호대를 종류별로 주렁주렁 차고다니는 녀석이었다.

심지어 타격을 하지 않는 반대쪽 팔꿈치까지 보호대를 착용했기에 너무 과하게 몸을 보호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런 최주빈의 생각을 바꿔준 사건이 바로 중학교때 무릎으로 날아온 공을 맞았을 때 였다.

물론 중학생 투수의 공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했겠는가?

다행히도 큰 부상없이 지나간 사건이지만 최주빈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그 공이 이영이가 던진 공이었다면?’

당시 투수의 공이 사이영의 직구만큼 강했다면 최주빈은 지금도 멀쩡히 걷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서 무조건적으로 보호장비는 착용하는 최주빈이었다.

“당연하지!”

“그래도 혹시나 영 안좋은 곳에 맞고 의사양반 여기가 어디오? 하는 수가 있으니까 블로킹 확실하게 해!”

“알았어.”

나는 분명 골든 리트리버 녀석에게 경고를 줬다.

내 공을 처음 받는 포수들은 엄지손가락이 부러졌다.

아마 더러운 볼 끝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엄지로 공을 받아서 그런 것 같은데 커브는 변화구, 당연히 직구보다도 변화가 심하다.

처음 보는 주빈이 녀석이 제대로 받을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자칫 잘못해서 낭심으로 내 커브를 받다가는 진자 중성화 수술을 해버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수도 있다.

만약 주빈이 녀석이 내가 선물해준 낭심보호대를 착용했다면 많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중성화수술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낭심보호대를 차지 않았다면?

주빈아, 형이 인간복제 기술을 상용화시켜서라도 남자구실 하게 해줄게!

마침 미래의 주빈 주니어에 대한 애도를 마쳤을 때 상대팀 타자가 타석에 섰다.

지난 이닝 나는 맞춰잡는 투구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꼬맹이들의 특훈권이 걸려있기에 삼진을 잡는 투구를 할 생각이었다.

슈우우우우웅 뻐어어엉!

1이닝과 전혀 다른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들자 타자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오랜 경험상 저런 타자의 표정은 자신의 생각대로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았을 때 나타난다.

흥, 건방진 상대팀 감독 애송이 녀석이 내가 맞춰잡는 피칭을 할거니까 초구는 기다려보라고 했나보지?

그 수가 최악의 수가 될 것이다 감독 애송이!

타자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나는 2구를 던졌다.

슈우우우우웅 따아악!

이번에도 몸 쪽으로 공을 붙였고 타자는 방망이를 돌렸지만 방망이의 중심이 아닌 좁아지는 목부분에 맞고 공은 백네트로 향했다.

오우, 저건 좀 많이 아프겠는데?

22년간 타자로 활동하면서 수백번 저런 타구를 친적이 있다.

그날 저런 타구를 2번 이상 치면 완투가 힘들 정도로 손아귀가 아팠다.

흠, 확실히 커브를 던지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과거 나는 모든 투구폼으로 커브를 던질 수 있게 훈련했다.

건방진 꼬맹이들이 감히 내 공이 느려졌다고 하는 순간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변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내 패스트 볼이 그렇게 느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타자들이 내 공에 대한 공포감을 이겨내서인지 너무 쉽게 컨텍을 해왔다.

컨텍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투구수가 늘어나고 투구수가 늘어나는 것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타자들의 비루한 목숨을 확실하게 끊기 위해서 커브를 익혔다.

그 결과 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즉 이번에 내가 던지는 커브는 투수 사이영을 존재하게 만들어준 비장의 무기라는 뜻이다.

공을 받은 나는 이번 생에 처음으로 커브그립을 잡고 주빈이의 미트를 노려봤다.

많은 선수들이 이야기하기를 슬라이더는 기술의 영역이고 커브는 감각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만큼 슬라이더는 반복 숙달이 되면 구질을 향상시키기 좋은 반면 커브는 못 던지는 투수는 평생 못 던진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커브를 던졌던 감각은 내 영혼에 각인되어 있었고 수십년간 던지지 않았지만 처음 던진 내 커브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최주빈은 사이영과 약속한 카운트가 되자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사이영의 투구 폼을 지켜봤다.

주로 사용하는 오버헨드 폼으로 던진 커브는 2m 이상의 높이에서 최주빈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만약 사이영이 커브를 던진다는 것을 몰랐다면 최주빈은 화들짝 놀라서 미트를 들어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이영이 커브를 던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최주빈은 바닥에 가깝게 들고 있던 미트를 움직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사이영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지나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당연히 패스트 볼을 기다리고 있던 타자는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면서 삼구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여기서 자신이 공을 뒤로 빠트린다면?

다른 건 몰라도 평생 사이영의 놀림감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도 그럴것이 사이영이 처음으로 던진 공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지켜본 사람이 바로 최주빈이었다.

가끔 사이영이 친구들을 심하게 괴롭힌다고 생각이 들때면 최주빈은 사이영을 놀릴 때 폭투왕 사이영이라는 별명으로 놀리곤 했다.

만약 여기서 자신이 공을 놓친다면 어떤 별명이 붙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녀석이 나를 놀리도록 둘 순 없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원 바운드 된 공을 확인한 최주빈은 미트를 살짝 움직여 공을 잡고 바로 주자를 터치했다.

‘휴, 녀석의 말처럼 자칫 잘못했다가는 낭심보호대에 맞았을지도 모르겠네.’

그만큼 사이영의 커브는 날카로웠다.

#2 덕아웃

한편 사이영의 투구를 본 구태성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우와! 감독님 보셨습니까? 이영이는 저렇게 좋은 커브를 던지면서 무슨 생각으로 이때까지 커브를 안던졌는지 모르겠네요!”

다행히도 구태성의 감탄은 박민상의 감탄에 묻혔다.

“크흠, 녀석이 들어왔을 때 한 이야기 기억 안 나냐?”

“이영이가 야구부에 들어왔을 때 한 이야기? 뭐였죠? 워낙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녀석이라······.”

‘하긴 녀석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

솔직하게 구태성도 마운드를 내려가면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투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전이 낳은 전설적인 메이지리거 박찬홍도 수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투수였다.

‘아무래도 대전 출신 투수들이 혀가 긴 건 전통인 것 같은데?’

“껄껄껄! 녀석이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하긴 하지만 야구에 대해서는 그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는 않잖아.”

“그건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딱!

“이놈아, 감독님 말씀은 ‘항상’ 맞는 거다. 아니면 네가 맞는 거고! 여튼 이영이 저 녀석이 아직까지 자신의 직구를 치는 녀석을 못 만났다고 했잖아.”

“아, 맞습니다. 분명 그렇게 이야기 했었죠?”

“그래, 그리고 실제로 고교야구에서도 녀석의 공을 제대로 때리는 타자는 존재하지 않았지.”

짧은 주말리그기간이긴 했지만 그 리그에서도 사이영은 7경기에 나와서 63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 0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굳이 저런 커브를 던질 이유가 없었겠지.”

구태성은 사실 투수는 저런 또라이 같은 면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애당초 자신부터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9회 말에 주자를 만루로 만들고 삼진을 잡은 사람이었다.

“그럼 저런 커브를 일찌감치 완성해 놓고도 일부러 안 던졌단 말입니까?”

“그래, 내 생각은 그렇다. 굳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없을 테니까.”

‘녀석의 커브를 보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커브를 구사했다는 센디 코팩스가 떠오르는 군.’

비록 1구지만 사이영이 던진 커브는 전설적인 다저스의 에이스 투수 센디 코팩스를 보는 것 같았다.

센디 코팩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전성기를 보낸 투수를 꼽을 때 항상 언급되는 투수이며 역대 최고의 좌완을 꼽을때도 항상 언급되는 인물이었다.

전성기 시절 센디 코팩스가 던진 공은 단 2개였다.

하이키킹에 이은 긴 스트라이드, 그리고 완벽한 오버헨드로 던지는 패스트 볼과 커브만으로 센디 코팩스는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다.

그는 30살의 나이에 은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인물로 그가 던진 시즌은 고작 12시즌에 불과했다.

비록 구장빨이니, 스트라이크 존빨이니 하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적어도 그는 구태성이 인정하는 위대한 투수였다.

‘아니, 센디 코팩스도 16살에 저런 커브를 던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느새 2명의 타자를 더 잡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사이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구태성에게 다가왔다.

“감독님, 어떻습니까? 제 커브 쓸만하죠?”

“쓸 만해? 푸하하하! 요즘 어린 애들은 쓸 만하다는 단어를 잘못배우나 본데?”

하, 건방진 애송이! 그래도 공을 보는 눈은 있으니 어린 애라고 부른건 봐주지!

“그나저나 이영이 너 손 좀 내놔봐.”

“아, 남자한테 손금 보여주는 취미는 없는데.”

“나도 남자 손 만지작거리는 취미 없다.”

‘역시, 방금 전 커브의 비밀은 이 무지막지하게 큰 손에 있군.’

사이영의 손은 일반적인 성인 남자의 손보다 훨씬 크고 두꺼웠다.

투수치고는 작은 편인 자신의 손과 비교하자면 거의 2배에 가까울 만큼 큰 손은 방금 전 커브의 낙차를 납득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너는 크게 될 녀석이다.”

“당연하죠. 저는 메이저에서 700승은 할 겁니다.”

“700승? 푸하하하! 700이닝이 아니라?”

아, 옛날에 그런 말을 했던 한 남자가 있었죠. 물론 제 아버지라 벤치클리어링을 하지는 못했지만 감독 너님은 한번 당해보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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