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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37화 (37/70)

〈 37화 〉 Chapter 12. 어린 사자의 포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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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 어린 사자의 포효  (1)

#1 휴식일

확실히 구태성은 나와한 약속을 지켰다.

토요일에 등판한 나는 자연스럽게 일요일에 등판이 빠졌다.

현대의 상식으로 이건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현대의 선발투수는 보통 5일 로테이션을 돌기 마련인데 제대로 된 팀이라면 한 팀에 선발투수가 5명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위권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부산 타이탄즈, 서울 드레곤즈, 대전 호크스의 경우 선발에 구멍이 숭숭 나있기에 5인 로테이션이 안정화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스 투수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서 4일에서 5일 로테이션을 돌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데드볼 시대치고는 많이 보호받았고 3일 로테이션으로 던지긴 했다.

가끔 팀의 사정이 급할때면 2일 로테이션을 하긴 했는데 이 때문에 내가 광적으로 어깨 사용을 아끼게 되었다.

나라고 처음부터 자린고비처럼 캐치볼에도 몸을 사리지는 않았다.

당연히 젊은 시절에는 투구의 밸런스를 잡기위해 제법 많은 공을 던졌다.

그러다가 2일 로테이션을 해봤는데 이렇게 미친 듯이 어깨를 쓰다간 잘못하다가 불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사실 인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데드볼 시대에 투수는 팔이 빠지기 전까지 공을 던져야만 했다.

특히 팀의 에이스라는 선수들이 그랬는데 어떤 선수는 시즌동안 700이닝을 던지는 선수도 있었다.

내가 22년간 7000이닝을 소화했으니 해마다 300이닝을 던졌다고 보면 몇몇 선수들은 내가 책임진 이닝의 2배를 한해에 던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도 마음먹고 던지라면 한해에 700이닝이나 800이닝을 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던지고 나면 분명 내 몸에도 이상이 생기겠지만 말이다.

이런 기록은 일반인들의 상긱에서는 불가능한 기록이다보니 요즘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뜬구름잡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들의 주장 중에는 데드볼 시대 선수들이 일부러 공을 살살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투구의 메커니즘은 삼구삼진룰이 만들어지고 나서부터는 무조건 강력한 공으로 상대 타자가 투수의 공을 건드릴 수 없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진화해왔다.

당연히 투수는 전력을 다해 타자에게 공을 던졌고 이는 데드볼 시대의 투수들이건 현대의 투수들이건 별반 다르지 않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이제 고등학생이 된 수지는 TV에 나오는 연애인같이 예뻤다.

원래도 키가 큰 편이었지만 이제 178cm까지 자라서 비율도 넘사벽이었다.

“그냥, 옛날 생각.”

“옛날생각?”

“응 네가 처음 야구를 배웠을 때 나한테 공을 던진 기억은 아니었어.”

수지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린다.

오랜 경험상 이런 상황은 좋지 않다.

“사이영, 너 오늘 살짝 마음에 안 들어.”

“그래도 잘생긴 얼굴 봐서 봐주라.”

“흥! 우리 엄마가 남자 얼굴 뜯어먹고 사는 거 아니랬어.”

아직도 삐졌나? 보통 살짝 웃어주면 풀리는데······.

“역시 장모님이 따님 교육은 잘 시키신다니까. 남자는 능력이지!”

수지는 뭐라고 반박하고 싶은 표정이지만 내가 뻔뻔하게 나오자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능력 있는 건 인정!”

역시, 야구 선수가 돈을 많이 벌긴 하지?

물론 나는 초등학교때 메이저리거들이 벌어들이는 평생 수입을 일년만에 벌어들였지만 이 사실은 수지도 모른다.

수지도, 내 친구들도 우리집이 그냥 잘 산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방송일은 잘 되가?”

중학생 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했던 수지의 꿈은 고등학생이 되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그때는 막연하게 스포츠 케스터 같은 방송쪽 일을 꿈꿨던 수지는 유튜버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직접 편집 기술도 익히고 영상 촬영하는 법도 익혔다.

“응! 이번에 새롭게 콘텐츠를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많이 늘었어.”

그녀의 방송은 정말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그녀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소프트볼에 대한 홍보도 있었고 뜬금없이 어머니의 커피숍을 홍보하는 영상도 있었다.

“그래? 무슨 콘텐츤데?”

“너희 어머님께 베이킹을 배우는 콘텐츠야!”

“응? 어머니가 방송에 나오는 걸 도와주셨어?”

“응! 부탁드리니까 흔쾌히 도와주시던데?”

어머니 사랑합니다. 이 불효자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사랑을 느낍니다.

사실 어머니는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커피숍 일을 빼고 귀찮은 일은 질색하신다.

그래서 체인점도 포기하신 분인데 아들 여자친구의 부탁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유튜브에 출연까지 해주시다니!

“어쩌면 그렇게 바라던 실버버튼도 곧 받을지도 모르겠네?”

“응! 만약 실버버튼을 받으면 너한테 줄게!”

“왜? 그토록 바라던 실버버튼이잖아.”

“너도 나에게 첫 번째 우승 메달을 줬잖아.”

“첫 번째 우승메달은 대만 호텔을 청소하던 청소부가 처리했을 걸?”

“닥쳐,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빡치니까.”

네.

#2 황금사자기

우리 대전고 야구부는 주말 고교리그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그 결과 황금사자기의 시드권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주말 고교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고등학교만 참가 할 수 있는 황금사자기는 총 48팀이 참여한다.

각 시드마다 주말 고교리그의 통합 우승팀에게 시드권이 주어지고 비 시드권 팀과 시드권팀의 경기가 32강 경기로 진행된다.

즉 우리는 총 5번의 시합을 이기면 우리는 황금사자기의 우승자가 된다는 소리였다.

“첫번째 선발은 당연히 사이영이다. 불만 있나?”

“없습니다!”

전지훈련 때만 해도 팀의 기강을 확실하게 잡지 못했던 구태성은 주말 고교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고 팀원들이 믿고 따르는 감독이 되었다.

그는 철저하게 실력에 따라서 선수들을 기용했고 이미 프로에서도 통할 실력을 가진 나는 당연히 팀의 1선발이었다.

“사이영, 황금사자기에 출전하는 48팀 중에 1학년이 선발 투수가 되는곳은 우리 대전고 뿐이다. 부담되나?”

하, 감독 녀석이 나에게 되도 않는 질문을 했다.

뭐라고 대답해주지? 시원하게 ‘개소리 하지 마. 임마!’같은 명대사를 날려주고 싶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명대사를 날렸다간 뜨겁게 달아오른 팀이 싸늘하게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쳇, 내가 나중에 기필코 부누부누 시청회를 열고 말테다.

“부담? 그거 먹는 겁니까?”

피식

“너희들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너희 에이스는 또라이지만 최고의 투수다.”

“풉!” “키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진우, 주빈 이 꼬맹이 녀석들 감히 웃어? 너희들의 뚝배기 위에다가 황금사자기를 박아버릴테니까 준비해라!

아, 그리고 민규 너는 뭘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거야! 네 뚝배기도 준비해놔야겠군!

“그건 이 구태성이 인정한다. 자, 타자들 에이스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줘라. 딱 1점이면 충분하다.”

“예!”

시드권을 가진 우리는 먼저 수비를 하게 되었다.

상대팀 감독은 내가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는 듯 타자들은 1구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했다.

오, 이렇게 나와주면 오히려 내가 고맙지!

나는 일부러 타자들이 공을 건드릴 수 있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따악!

중학교때 지겹도록 들었던 까앙 하는 금속음이 아닌 팔에 소름이 돋는 것처럼 영혼을 울리는 따악 하는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고등학교에서부터는 나무배트를 사용한다.

당연히 알루미늄배트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난다.

개인적으로 아주 듣기 좋은 소리다.

그래, 이게 야구지 근본 없는 알루미늄 배트 따위로 하는 야구는 야구가 아니지!

쓰리쿼터에 가깝게 손을 내린 내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밖으로 꺾여 들어갔다.

그 결과 공 2개로 내야수 파울플라이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다음타자도 초구공략을 해왔기에 나는 맞춰잡는 피칭을 했다.

그렇게 공5개만 던지고 공수를 바꾼 나는 감독에게 불려갔다.

“오늘은 왜 한 가운데로만 승부를 하지?”

“투수가 투구수를 아낄 수 있는데 굳이 삼진잡는다고 공을 많이 던질 필요가 있습니까?”

이건 내가 데드볼 시대 때부터 가져온 철학이자 생존전략이다.

“그러다가 맞으면?”

“맞아도 홈런은 안 나올 거고 주자가 나가면 전력을 다해서 던지면 그만입니다.”

구태성은 무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사이영을 바라봤다.

‘이 자식 형진이보다 더 한 괴물이다.’

실제로 패스트 볼만 던지는 패스트 볼성애자답게 사이영의 패스트 볼은 KBO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큼 위협적이다.

문제는 패스트 볼의 구위만 믿고 던지는 애송이 투수들과 달리 사이영은 마운드 위에서 능구렁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가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다고 해도 타자는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알면 때릴 수 있다.

심지어 메이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체프먼의 공도 타자들은 때려낸다.

하지만 사이영은 그것을 자체적인 스피드 오프로 조절했다.

똑같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5km/h정도의 차이가 나는 패스트 볼은 낙차를 가지는 채인지업보다 더 큰 무기가 될 때도 있다.

물론 이 정도의 차이면 수준급 타자들은 자체적으로 방망이를 컨트롤 해서 안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사이영은 여기서 자신의 수를 몇 가지나 더 만들어 냈다.

한 타자에게 4가지 투구폼을 사용하는 투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사이영이 유일했다.

심지어 4가지 투구폼에 오프스피드 볼까지 더하면 경우의 수는 너무 복잡해진다.

놀랍게도 사이영은 특별한 사인 없이 포수가 공을 받을 위치에 미트만 대면 알아서 투구폼을 바꿔 미트로 공을 집어넣는다.

‘어쩌면 저 녀석 지금 당장 메이저에 떨궈도 통할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만약 저 녀석이 변화구까지 익혔다면 지금 당장 메이저 스카우터들이 우리 경기를 보러 달려들겠지.’

“하아, 네가 변화구까지 잘 던지면 그거야 말로 밸붕일지도 모르지.”

누구를 바보로 아나? 선수 초창기때야 직구의 구위 하나만 믿고 직구를 던진 나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고 나서부터는 커브도 장착해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나다.

“응? 저 변화구 던질 줄 아는데요?”

“뭐?!”

뭘 그렇게 놀라?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줄 아는 게 그렇게 놀랄일인가?

“저 변화구 던질줄 알아요. 그것도 제법 잘 던질걸요?”

“······물론 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적은 없지만 그래도 믿을 수가 없는 걸?”

구태성이 눈을 반짝이면서도 은근슬쩍 나를 도발한다.

뭐 아무리 성장기라고 해도 팔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커브를 공하나 정도 던지는 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직 성장기인 내가 변화구를 던지는데 얻는게 없으면 안 되지!

“그럼 제가 다음 이닝에 변화구를 던지면 저기 저 녀석들의 훈련을 제가 시켜도 될까요?”

“응? 내 훈련을 네가 왜 시켜?”

“싫어! 이영이 너 훈련따라하다가 피똥쌀지도 몰라.”

“그래, 투수주재에 무슨 타자 훈련을 네가 시킨다고! 시켜봤자 너 같은 똑딱이가 되겠지.”

흐흐흐, 너희들이 아무리 반항을 해도 너희들의 훈련권한은 감독에게 있고 감독이 나에게 훈련권한을 준다면 너희들은 지옥을 맛볼 것이다!

“좋아. 일주일간 네 친구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지! 물론 네가 실전에서 사용 할 수 있을만큼 괜찮은 변화구를 던진다는 조건하에서 말이야.”

“콜입니다.”

흐흐흐 드디어 봉인해뒀던 커브를 꺼내는 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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