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Chapter 8.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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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2)
#1. 사이영 13세 시즌 합숙캠프
유성중 야구부는 개학을 앞두고 스토브리그를 대비하기 위해 합숙캠프를 차렸다.
“와, 떨린다. 이영아 너는 안 떨려?”
주빈이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 똥마려운 골든 리트리버마냥 안절부절 했다.
“긴장하지 마. 어차피 우리가 늘 상 해오던 훈련이야. 다만 잠을 집에서 자는게 아니라 합숙소에서 자는 것 뿐이잖아.”
“그래도······.”
하긴 주빈이가 아무리 어른인척 하는 애늙은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13살 한참 부모님의 품이 그리울 나이다.
나도 어머니 아버지가 그리운걸!
100살 넘은 늙은이가 뭔 부모를 그리워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한번 부모님을 잃어봤고 그 의미가 어떤지 알고 있는 나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루 하루가 소중하다.
원래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정확하게 모른다.
그것을 잃어봐야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개인정비시간도 있을 테니까 그때 부모님께 연락드려.”
나는 부모님뿐만아니라 수지양과도 이야기를 나눠야하기에 더욱 바쁠 예정이지만 말이야.
합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첫 훈련을 간단한 스트레칭, 겨울에 운동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운동이다.
만약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추운 겨울에 운동을 하면 굳어있던 근육이 놀라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생에 나는 겨울에 운동대신 나무를 하러 숲으로 돌아다녔던 거 같다.
겨울에 장작패기는 7천 이닝 이상 던진 덴튼 트루 영을 만든 훈련이었다.
물론 이번 생에는 장작패기 같은 무식한 훈련보다 더 효율이 좋은 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굳이 우리 집안이 내가 일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도 않기에 장작패기 같은 무식한 훈련은 하지 않을 거다.
“투수조는 나를 따라와.”
아무래도 타격조는 코치가 관리하고 투수조는 감독이 관리하려는 것 같다.
투수조는 진우를 포함해 총 8명이었다.
그중에는 병민이라고 하는 애빠이 녀석도 함께했다.
“야, 1학년들 빨리 뛰어.”
“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선배라고 하는 녀석들은 은근슬쩍 나와 진우를 견제하는 것 같았다.
입단하는 날 우리의 실력을 보여줘서 은근슬쩍 견제를 하는 정도지 만약 우리의 실력이 형편없었다면 선배들의 텃새는 더 심했을 것이다.
타이 콥도 루키 시즌에 고참들에게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다.
심지어 타이 콥의 출신이 상류층이니 하류층에 있던 녀석들의 열등감이 폭발해 더욱 심한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그 결과 타이 콥의 빛나는 재능도 빛을 일을 지경이 되었고 감독이 타이 콥의 재능을 지켜주기 위해서 타이 콥의 괴롭힘을 막았다.
아마도 우리의 실력을 확인한 감독, 코치가 우리를 지켜 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에 기존 선수들에게 경고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고작 경고따위에 기가 죽을 리도 없다.
“선배들 기분이 나쁜 것 같지 않아?”
진우는 싸가지는 없지만 겁은 많은 녀석이다.
겉으로 강한 척 해도 누구보다 소심하다.
그래서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 고슴도치처럼 싸가지가 없어진 건지도 모른다.
“걱정하지마. 그래도 단체로 빠따를 맞던가 말도 안되는 가혹행위 따위는 없을 테니까.”
“그렇겠지? 하긴 시대가 어느 시댄데!”
진우 애송이가 모르는게 있는데 시대가 어느 시대건 집단은 변화를 꺼려한다.
그리고 우리는 유성중이라는 집단에 새로 나타난 변화다.
기존에 있던 애송이들이 우리를 받아들이기까지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대신 우리가 그들 못지않은 혹은 그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특혜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문제는 저 애송이들이 우리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데······.
“야, 김진우.”
“왜 불러.”
“오늘부터 합숙훈련 끝나는 날까지 죽었다고 생각하고 훈련해야 한다. 알겠냐?”
“하아? 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는지 모르는구나? 너 같은 재능충은 아니, 됐다.”
우리가 노닥거리고 있을 때 선글라스를 낀 감독이 우리 앞에 섰다.
“다들 모였나?”
“예!”
잘 훈련된 군대처럼 행동하는 나와 선배들 그리고 진우는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폴대폴 러닝을 시작한다. 가볍게 12개만 해볼까?”
“12개? 아! 죽었다.”
선배들은 앓는 소리를 냈다.
폴대폴은 야구장 양 사이드에 있는 폴대 끝에서 끝까지 달리는 훈련으로 라이트 폴에서 레프트 폴까지 거리는 약 130m 왕복으로 치면 250m가 넘는 거리를 달리는 훈련이다.
이걸 12개를 한다면 간단하게 3km를 달린다는 소리다.
“이영아, 폴대폴이 뭐야?”
아, 우리 리틀 야구단에서는 그냥 그라운드를 돌았지 폴대폴은 안 했지?
“간단하게 말해서 폴대 끝에서 폴대 끝까지 달리는 운동이야.”
“액? 그걸 12개나 한다고?”
진우의 표정도 비슷하다.
하여튼 요즘 꼬맹이들은 너무 허약하다니까!
이정도 훈련강도는 내가 초등학교 입학전에 하던 오전훈련강도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체력적으로도 성장하고 육체도 강해졌기에 진짜 간단하게 하는 훈련이었다.
“뭣들하냐? 달려!”
감독이 호통을 치면서 선두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제일 끝에서 진우와 함께 달렸다.
처음 5개는 뒤처지는 꼬맹이들이 없었지만 7개쯤 되자 진우의 발걸음이 점점 늦어졌다.
나는 진우의 등을 밀었다.
“야, 달려!”
“헉! 헉!”
내 도움을 받은 진우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10개가 넘어가니 2학년 선배들이 뒤쳐졌다.
그리고 12개째 우리는 3학년 선배들과 나란히 달리면서 폴대폴 훈련을 끝냈다.
감독이 신기하다는 듯이 우리를 바라본다.
빌어먹을 선글라스 너머로 끈적한 눈빛이 느껴진다.
이제 슬슬 감독의 성적 취향이 의심되기 시작한다.
더 조심해야지!
“자, 워밍업은 끝났다. 10분간 휴식!”
“우에에엑!”
전력을 다해 달린 진우는 팬스를 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3학년 선배들도 진우만큼은 아니지만 숨을 헐떡이며 나를 봤다.
정병민은 폴대폴 12개를 뛰고도 숨 하나 흩어지지 않는 사이영을 괴물 보듯이 바라봤다.
‘빌어먹을 체력이라면 자신있었는데!’
정병민은 호흡을 가다듬기 바쁜 자신과 달리 사이영은 간단하게 손목과 발목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3학년들은 기가 죽었다.
이휘현은 어느정도 투수들의 호흡이 돌아오자 투수들을 불렀다.
“자, 투수조 집합!”
“집합!”
“지금부터는 간단하게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도록!”
아, 캐치볼인가? 메이저리그 22년간의 경험으로 사람의 어깨는 소모품이 맞다.
아니 사람의 신체는 모두 소모품이다.
그래서 나는 현역 때 캐치볼을 극도로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하는 편이다.
내가 유일하게 하는 캐치볼은 집앞 마당에서 아버지랑 하는 캐치볼이 전부다.
소모품인 어깨는 사용 하면 사용 할수록 닳기 마련이다.
물론 인체의 내구도는 인간이 늙어 죽을 때까지 사용해도 모자랄 만큼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투수는 특정 작업을 일반인들 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러다보니 평생을 써도 넘칠 만큼 강력한 신체의 내구도가 20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모두 소모 되어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근육은 적당한 자극이 없으면 오히려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투수의 어깨는 뼈와 인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장기에는 당연히 조심해야겠지만 적당한 자극이라면 오히려 더 강한 근육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팀에 녹아들어야하는 만큼 어깨를 아낄 타이밍도 아니다.
그리고 팀원간의 캐치볼이 단점만 있는것도 아니다.
합법적으로 훈련중에 캐치볼을 하면서 트레쉬토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오, 사이영 왠일로 캐치볼을 다하냐? 감독님이 시킬때는 결단코 거부하더니?”
“넌 어째 눈치가 민규를 닮아가냐? 지금 우리가 몸을 사리고 있을 때냐?”
“뭐? 내 눈치가 민규를 닮아간다고? 빌어먹을! 그말 당장 취소하지 않으면 네 흑역사를 선배들에게 풀어버리겠다.”
감히 내 흑역사를 선배 애송이들에게 풀겠다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온 나지만 기레기처럼 선동과 날조에 능한 진우가 선배놈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
“이 매국노같은 새끼가? 너는 세계2차대전때 태어났으면 괴벨스 싸다구를 때렸어 임마.”
“매국노는 너겠지! 너 지난번 월드시리즈에서도 일본팀한테 안타 겨우 하나쳤잖아!”
“그 안타가 홈런이었잖아! 그리고 투구한테 무슨 타격을 바라는 거야!”
우리의 말다툼이 점점 심해지자 오히려 선배들이 우리를 걱정했다.
“야, 재들 진짜 싸우려나 본데?”
“말려야하는거 아냐? 감독님이 쟤들 잘 보살펴주라고 했잖아.”
“그런데 사이영 저 자식 말릴 자신은 있냐? 나는 없는데?”
“그, 그래도 우리가 숫자는 더 많잖아!”
“차라리 감독님을 부르자.”
“그럴까?”
선배들이 감독님을 부르러 가기 전에 이 일을 결판내는 게 맞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 진짜 싸우는거 맞아요.”
“맞아요. 덤벼 개자식아!”
“오늘이야 말로 널 밭에다가 아니 그라운드에 묻어주마!”
우리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자 선배들이 허둥지둥 감독님을 부르러 갔다.
“어어어? 저거 위험한거 아냐?”
“뭐? 미친! 야 멈춰! 멈추라고!”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 우와아아아악!”
#2 골칫덩이가 되다.
“우와, 나 이영이가 캐치볼 하는 거 처음 봐.”
“나도 제일 처음에 입단했을 때 감독님이랑 캐치볼 하는 거 빼고는 처음 보는데?”
“진짜? 하긴 이영이가 늘 어깨는 소모품이니 아껴야 한다고 했지?”
“애늙은이라니까 애늙은이.”
이상식은 새로 들어온 꼬맹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캐치볼은 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워밍업 프로세션중 하나다.
야수건 투수건 야구에서 던지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동작이다.
캐치볼을 하면서 송구의 정확성을 높이고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데 캐치볼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
‘그런데 리틀 리그에서 캐치볼도 안하고 평균 방어율이 0점대였다고? 그게 가능해?’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잠시 뒤에 일어났다.
사이좋게 캐치볼을 하던 신입생들이 갑자기 철천지원수처럼 서로를 향해 달려든 것이었다.
사이영이 김진우를 매다 꽂으려고 번쩍 들어올렸지만 김진우도 지지않고 사이영을 때렸다.
“······주빈아. 원래 이영이랑 진우가 저러니?”
“음 가끔 저러는 편이에요. 그리고 또 지들끼리 실실 웃으면서 잘 놀아요.”
“우리 아빠가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했어요.”
이휘현은 넝쿨째 굴러들어온 복덩어리가 골칫덩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시 캐치볼을 시켜놓고 숙소를 확인하러 간 사이
“도대체 왜 싸운 거야?”
“싸운 거 아닌데요?” “우리 친한데요?”
결단코 싸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두 꼬맹이를 보는 이휘현은 절로 골치가 아파왔다.
‘빌어먹을! 마치 슈렉카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표정은 집워 치워! 이 말썽쟁이들아!’
첫날부터 그라운드에서 레슬링을 벌인 두 꼬맹이 (하나는 꼬맹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긴 했다.)에 대한 처벌을 생각하는 이휘현은 골치가 아팠다.
어떻게든 올해 성적을 내야하는 이휘현 입장에선 팀에 주축이 될 것이 확실한 녀석들에게 권위를 세우면서도 야구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해야 하는 남모를 고통이 존재했다.
진우의 희생 덕분에 선배들에게 내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팀의 분란을 일으킨것도 사실이라 나는 감독에게 내 잘못을 인정했다.
“물론 신성한 그라운드에서 트레쉬토킹을 당했다고 벤치클리어링을 하려고 한 제 잘못도 있습니다. 어떤 벌을 내리셔도 받겠습니다.”
‘그래도 완전 경우가 없는 녀석은 아니군!’
이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벌을 내렸다.
“끄응! 사이영, 김진우 너희들은 앞으로 남들 캐치볼 할 때 폴대폴 5번을 더 뛴다.”
오, 이제 캐치볼은 안 해도 되는 건가? 오히려 좋아!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진우 녀석이 나를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뭐? 어차피 체력훈련을 평생 해야 하는 거다 애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