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25화 (25/70)

〈 25화 〉 Chapter 8.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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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3)

#1 청백전

잠깐의 소란은 있었지만 감독은 다음 훈련 프로세스를 준비했다.

첫 번째 단체 훈련은 자체 청백전이었다.

사실상 1&2학년 연합팀과 3학년 팀으로 나눠서 경기가 벌어졌는데 나는 팀의 선발투수 및 4번타자로 나섰다.

리틀리그에서처럼 진우 – 민규 – 주빈 이로 이어지는 타순이다 보니 마치 리틀리그 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감독 애송이가 우리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리틀리그에서 뛰던 타순으로 배치를 해준 것 같다.

중간에 낀 2학년 선배들은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지만 어쩌겠나? 저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내 꼬맹이들 역시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을 했다.

거기다가 재능도 있기에 재능이 없는 평범한 애송이들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야구라는 스포츠의 잔인함이다.

청백전은 1&2학년 연합팀인 백팀의 승리로 끝났다.

자체 청백전을 지켜보는 이휘현은 범상치 않은 판타스틱 4의 활약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신입생들, 고생 많았다.”

‘비록 다루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실력 하나만큼은 3학년 녀석들보다 뛰어나다.’

당장이라도 팀에 주전을 꿰차기에 충분한 실력이었기에 어중간한 2학년들은 불안해했다.

“오늘 결과가 전부가 아니다. 매주 월요일 자체 청백전을 벌일 거고 거기서 좋은 성적을 낸 녀석들은 1학년이라고 해도 주전이 될 것이다.”

긴장감을 느낀 2학년 3학년들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그래, 이게 선순환이지.’

새로운 피가 수혈되고 루키가 선배를 밀어낼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들면 선배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적어도 후배들에게 뒤처지고 싶은 선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능없는 녀석들은 기껏해야 대타자, 대주자, 대수비 정도로 기용되겠지.’

물론 중학교에서 큰 재능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 고등학교 혹은 대학, 프로 무대에서 대기만성 하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판타스틱4라는 녀석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휘현은 판타스틱4라고 묶인 녀석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이영을 바라봤다.

아, 또 저 변태감독이 나를 노려보네?

“식사 후에 오후 훈련에 들어간다. 오후에는 간단하게 신입들 투구를 지켜보겠다.”

나는 점심으로 나온 도시락을 찍어서 수지에게 보냈다.

[사이영 : <도시락 사진.jpg> 맛있겠지?]

[정수지 : 맛있겠다! 그런데 훈련은 안 힘들어?]

[사이영 : 할 만하던데? 선배들도 친절해졌고 말이야.]

[정수지 : 선배들이 천절해졌다니?]

[사이영 : 그런 일들이 있었어. 내가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거든!]

야구 실력 이전에 나한테 깝죽거리다간 진우처럼 그라운드에 묻힌다는 것을 보여준 덕분인지 우리를 못마땅해 하던 선배들의 시선은 많이 사라졌다.

다만 우리를 아니, 정확히는 나를 두려워하는 시선이 생겼다는 것이 문제지만 메이저 22년 동안 나를 두려워하는 타자들의 눈빛은 질리도록 경험해 봤기에 이런 상황은 오히려 좋았다.

[정수지 : 그래? 무슨 일인지 민규한테 물어봐야겠다.]

“야, 우민규!”

“왜 불러? 아무리 이영이 너라고 해도 돈까스는 못줘!”

하아, 내가 문디 코구멍에 마늘을 빼먹겠냐?

“돈까스는 너나 많이 잡수시고 수지가 너한테 뭐 물어보면 청백전에서 내가 끝내주게 잘 던졌다고만 말해!”

“왜? 네가 진우를 그라운드에 묻으려고 했다는 건 말하면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되겠냐?

“좋아. 니가 수지에게 청백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면 돈까스를 주지!”

“음, 좋아!”

민규는 해 맑게 내 도시락에 있는 돈까스 한 줄을 들고 갔다.

잠시 뒤 수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수지 : 얔ㅋㅋ 사이영, 너 진우랑 그라운드에서 레슬링 했담서?]

[사이영 : <곰돌이 머리위에 물음표가 뜨는 이모티콘>]

[정수지 : 민규가 다 말해 줬거든?]

“야, 우민규! 내 돈까스를 먹고 수지에게 내 흑역사를 풀어?”

“무슨 소리야! 나는 수지가 오늘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에 그냥 평소처럼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서 감독님한테 칭찬받았다고 했는데!”

민규 답지 않게 눈치껏 신입들에 대한 칭찬을 나에게 칭찬을 보냈다고 했잖아?

“그런데 수지가 나랑 진우가 그라운드에서 뒹군건 어떻게 알아?”

“그거? 우리중에 유일하게 안타를 못친게 진우라고 했거든! 진우가 너랑 그라운드에서 레슬링 하다가 안타를 못쳤다고 했지.”

드디어 깨달았다.

민규 이 자식은 눈치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망가진 한국산 기계는 때리면 가끔 재 기능을 찾게 된다고, 민규 저 녀석도 한국산이니까 일단 때려보면 문제가 생긴 지능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아, 오늘 내 두 번째 숙원을 풀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야, 그만해! 여기 더 이상 리틀리그가 아니야.”

민규와 달리 눈치가 빠른 주빈이가 나를 말렸다.

우민규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언젠간 내 돈까스의 빚까지 이자로 받아내고 말테다!

#2 변화구를 제의받다.

청백전을 끝낸 투수조는 이후 피칭훈련을 했다.

처음 보는 포수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내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2학년이거나 3학년 선배겠지.

와인드 업을 하면서 힘차게 들어 올린 다리를 들어올린다.

그와 동시에 글러브 속에 숨겨둔 포심 그립을 빼내서 내 등 뒤로 감춘다.

힘차게 들어 올린 다리는 최대한 홈플레이트에 가깝게 넓은 스트라이드를 가져간다.

이때 체중이동으로 생긴 에너지를 상체로 전달해 허리를 돌리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온다.

온 몸으로 전달된 운동에너지는 어깨를 거쳐 팔꿈치 그리고 손끝으로 전달된다.

이때 있는 힘껏 공을 눌러주면!

슈우우우우우웅! 빠아악!

파아앙도 아니고 뻐어엉도 아니가 빠아악? 어디서 뼈 뿌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니다 나를까 미트를 쓰고있던 애송이가 미트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이게 머선 일이고?!

“크아악!”

어라? 이걸 못 받는다고? 주빈이는 눈 감고도 받을 공인데?

나는 서둘러서 포수를 향해 달려갔다.

“미트, 벗길게요.”

이름 모를 포수 녀석은 고통에 정신이 없는 듯 했다.

나는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단번에 미트를 벗겨냈다.

벗겨낸 미트 안속 포수의 엄지손가락은 사람의 손가락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퉁퉁 부어올랐다.

사실 메이저에서도 이런일이 몇 번 있었다.

미트질이 어설픈 초짜들이 내 공을 받겠다고 객기를 부리다가 엄지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때시절보다 미트가 발전해 가벼워지면서도 포구시 손바닥에 가해지는 충격도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트질이 어설퍼 공을 미트로 안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잡을 경우 손가락이 부러질 수 있다.

물론 유성중학교 야구부 자체가 선수단의 숫자나 개개인의 실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공을 딱 한번 던졌는데 그걸 엄지로 받으면 쓰나?

“감독님 아무래도 손가락이 부러진 것 같은데요?”

“끄응! 상식아! 진목이랑 병원 좀 다녀와라.”

“알겠습니다.”

“일단은 훈련을 계속한다. 포수는 최주빈이가 받아줘라.”

최주빈은 나에게 다가와 최대한 낮게 속삭였다.

“야, 선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공을 던져서 손가락을 부러트린건 아니지?”

“내가 너희들 같이 미친놈들 같아? 합숙훈련 첫날에 주전 포수 손가락을 부러트리게?”

“너 오늘 충분히 미친놈 같거든? 아니 평소에도 미친놈이잖아.”

“시끄럽고 공이나 받아!”

주빈이녀석이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슈우우우웅! 파앙! 슈우우우웅! 파앙! 슈우우우웅! 파앙!

몇 개나 공을 던졌을까 어깨가 기분좋게 달아오를 때 즘 감독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영아, 너 직구 말고 던질 줄 아는 공은 없어?”

“직구면 충분합니다.”

“그러지 말고 변화구 한번 배워보자. 감독님이 현역시절 때 이슬라라고 불린 남자거든? 어때 감독님이 너에게 슬라이더 던지는 법을 알려주마.”

뭐? 스을라이다?

그런 근본도 없는 공을 변화구라고 알려주겠다는 건가?

내가 현역 시절 던졌던 공은 직구와 커브가 전부다.

당시 커브는 메이저에서 알려진 유일한 변화구였다.

대부분 투수들이 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 처음으로 변화구를 탄생시킨 이가 바로 1872년에 뉴욕 뮤추얼스에서 데뷔한 캔디 커밍스혹은 프레드 골드스미스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무려 내가 데뷔하기 18년 전에 탄생한 근본이 넘치는 변화구가 커브라는 뜻이다.

그리고 커브는 특성상 팔꿈치부터 비틀어서 던져야하는 슬라이더와 달리 손목의 스넵을 이용해 공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반면 슬라이더는 정확하게 누가 던졌다는 기록조차 없는 근본없는 변화구다.

1903년 즘에 치프 벤더라는 유색인종 꼬맹이가 직구도 아닌 것이 커브보다는 변화가 없는 특이한 공을 던진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나는 그 공이 아마도 슬라이더의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슬라이더는 1930년대까지 보편화 되지 못하고 개발도중에 커브보다 꺾이는 각이 적다고 얼치기 커브라는 별명이 붙었다.

새로운 공에 관심이 있던 나는 노구에도 불구하고 슬라이더의 개발단개 공이었던 얼치기 커브를 던져봤는데 생각보다 팔에 무리가 가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후 1940년대 정도쯤에 슬라이더라는 이름을 가지고 변화구 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이 슬라이더라는 구종이다.

사실 1910년대는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변화구가 탄생한 시기다.

투수들에게 다양한 변화구의 필요성을 생산해낸 녀석은 베이브 ‘진짜 애송이’ 루스다.

녀석이 홈런을 뻥뻥 때리면서 시작된 라이브 볼 시대는 투수들도 변해야지만 살 수 있게 만든 시대이기도 하다.

내가 라이브 볼 시대에 공만 던졌다면 월터 ‘애송이’ 존슨에게 밀리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변화구가 생겨났다고 해도 피칭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다.

나는 직구 하나만으로도 공의 속도를 줄이거나 공의 회전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말년에는 커브를 익히고 말았지만 말이다.

“제가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절대 20살 전까지는 변화구를 던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내가 실력이 없는 선수였다면 여기서 저 선무당 변태 감독의 제안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난 6년 동안 리틀 리그에서 직구 하나로 살아남았다는 성과가 있다.

그리고 이런 성과는 향후 내 행보에 당위성을 증명해 줄 것이다.

거기다가 절대 무적의 치트키라 할 수 있는 부모님 쉴드까지! 여차하면 다른 학교로 전학이라는 선택지까지 있으니 감독은 나에게 슬라이더를 강요하지 못할 것이다.

이왕 아버지 방패를 사용했으니 계속 사용해 볼까?

“그리고 아버지가 슬라이더는 근본 없는 변화구라고 하셨어요. 슬라이더보다는 근본부터 다른 커브를 배우라고 하셨어요.”

“커브? 네가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긴데 커브는 익히는데 시간도 오래 걸려. 슬라이더는 조금만 던져보면 바로 감이 올 거야.”

“아뇨 근본 없는 슬라이더는 안 배울 거에요.”

아버지 오늘도 감사합니다.

잘 들어라 야매 변태 애송이 감독 녀석아!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

이건 리틀리그부터 내가 지켜온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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