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23화 (23/70)

〈 23화 〉 Chapter 8.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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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1)

#1 사이영 13세 시즌

“자 그럼 새로 들어온 새내기들 기량을 테스트 해보겠다. 일단 타격부터 봐야하니까 병민이가 공 좀 던져보자.”

정병민은 새로 들어온 꼬맹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틀 리그에서 놀다온 녀석들에게 진짜 야구가 뭔지 가르쳐줘야겠어.’

팀에서 절대적인 부동의 에이스 서광열이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팀의 에이스가 될 거라 생각했던 정병민은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이 감독에 눈에 띄자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내 에이스가 되기위해서 혹독한 훈련을 한 정병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새로 들어온 후배 4들을 노려봤다.

그러다가 사이영이랑 눈이 마주쳤다.

178cm에 달하는 키, 길쭉한 팔다리에 손은 어찌나 큰지 솥뚜껑이 따로 없었다.

꿀꺽!

‘저 녀석 중1 맞아? 광열선배도 저만큼 크지는 않았는데! 생긴거 봐, 더럽게 까칠하게 생겼네!’

정병민은 엄청나게 강해보이는 사이영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래도 나머지 후배들은 그나마 만만해 보였기에 얼른 타겟을 바꿨다.

“야, 한명씩 빠따 들고 타석에 서봐.”

나는 나를 고깝게 바라보는 병민이라는 애송이 센빠이 녀석이 거슬렸다.

남성으로 이루어진 모든 조직은 분위기가 살벌하다.

남성으로 이루어진 단체에 뉴 페이스가 나타나면 기존에 있던 세력은 일단 서열을 정하기 위해서 기 싸움을 한다.

야구 팀 역시 남성들로 조직된 단체고 그렇기 때문에 야구는 태생부터가 거친 스포츠다.

특히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루키헤이징은 메이저리그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기도 했다.

사실 요즘 루키헤이징인 요상한 유니폼을 입게 만들거나 잔심부름을 하는 것은 루키헤이징도 아니다.

내가 처음 메이저팀에 입단 했을 때는 술과 마약에 찌든 선배 5명이 나를 괴롭히려고 했다.

물론 나의 인망과(내 인성이 타이 ‘또라이’ 콥만큼 더러웠다면 그들은 그날 은퇴 했을지도 모른다.) 설득(몸으로 했다.)으로 선배들은 나를 괴롭히는 대신 친하게 지내는걸로 노선을 선회했다.

그 날(입단 한 날) 이후부터 나는 루키라는 타이틀을 벗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살던 1890년대는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웠던 시대였고 또 성인들끼리 있었던 일이라 유야무야 넘길 수 있었지만 요즘 세상에는 꼬맹이들이랑 길가다가 부딪쳐서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학교폭력에 휘말릴 수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잘못 학교폭력에 휘말리면 커리어가 날아가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니 폭력은 최후에 최후까지 미뤄야만 하는 선택지다.

일단 가장 좋은 선택지는 ‘실력’을 보여주는 거겠지.

“주빈아, 네가 먼저 나가봐.”

“그럴까? 잘 봐둬. 형이 겨울 내내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지 보여줄게.”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모든 인간을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종답게 주빈이는 자신을 노려보는 센빠이 녀석에게도 친밀하게 인사를 했다.

깡!

투수의 공은 그동안 리틀리그에서 상대하던 투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좋은 공을 던졌지만 나와 함께 6년동안 운동을 한 주빈이 녀석는 쉽게 투수의 공을 내야 너머로 날려보냈다.

깔끔한 안타코스에 감독이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 다음! 김진우?”

주빈이와 달리 싸가지가 바가지인 진우는 인사도 없이 방망이를 이리저리 돌리며 타석에 섰다.

“딱 봐도 똥 폼 잡는 게 삼진 먹고 들어오겠네.”

진우는 공 몇 개를 흘려보내더니 자기가 원하는 공이 오자 가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깡!

알루미늄 배트의 맑고 고운 소리가 운동장에 다시 울려퍼졌다.

그제야 센빠이 그룹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애송이 센빠이 녀석이 센빠이 그룹의 리더 같은데 그 리더의 공이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꼬맹이들에게 맞아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어렵게 승부를 한 진우와 달리 민규는 가볍게 공을 휘둘러서 외야 펜스에 맞는 타구를 생산했다.

“우와! 야 우리 중1때 뭐했지?”

“그르게 말이야. 저 녀석들 진짜 잘하네.”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녀석들은 벽을 느끼고 경쟁을 포기한다.

그리고 저런 센빠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을 수 없이 도태되고 만다.

반면 재능은 없어도 독기로 똘똘 뭉친 마운드 위에 있는 애송이 센빠이는 달랐다.

‘마지막 사이영 저 녀석만 잡으면 된다. 어차피 나머지 애들은 야수고 저 녀석은 투수! 거기다가 방망이가 좋다고 해도 장타율은 우민규나 김진우 같은 녀석들이 더 좋다.’

나는 타석에 섰다.

“저 녀석 타격 폼이 왜 저래?”

“아, 선배님들은 모르시겠군요. 저 녀석 원래부터 저렇게 쳐요.”

“무슨 지가 슈퍼소닉이라도 되는 줄 아나? 아주그냥 타석에서 누워 주무시겠어?”

누가 뭐라고 해도 타격은 자기가 편한대로 치는게 최고다.

나는 이 자세가 편하고 실제로 데드볼 시대의 타자들은 대부분 이자세로 타격을 했다.

그 비웃음 환호성으로 바꿔드리지.

나는 투수와의 승부에 집중했다.

투수 역시 기묘한 내 타격폼이 신기한 듯 한참 바라봤지만 그렇다고 내가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갈고 닦은 타격폼을 버릴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애송이 센빠이는 전력투구로 한 가운데 직구 2개를 꽂아 넣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애빠이(애송이 + 센빠이)녀석아 그거 아냐? 이 할아버지에게 타격의 시작은 스트라이크 2개부터라는걸 말이야!

“야, 사이영 똑바로 서서 타격해봐!”

선배로 보이는 애송이가 나에게 훈수를 뒀다.

“나는 나보다 야구 못하는 녀석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

“······.”

음, 드디어 조용해졌군!

깡!

3유간으로 빠지는 빠른 타구는 호너스 ‘빌어먹을’ 와그너 녀석이 아니라면 안타코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괜찮은 타구였다.

짝짝짝!

“좋아, 대충 타격실력은 확인했으니 이제 이영이가 한번 던져보자. 그리고 포수는 주빈이가 계속 봐왔으니까 한번 같이 해봐.”

이번에 합류한 신입들의 타격능력을 확인한 이휘현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젠장! 빌어먹을 입꼬리 자식 멋대로 올라가려고 하지마라!’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입꼬리는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면서 자꾸 솟아오르려고 했다.

사이영은 천천히 마운드위로 올라갔다.

#2 환생 후 첫 18.44m앞에 서다.

그래, 이곳이다.

비록 세월이 흘러 마운드의 높이는 달라졌지만 이 거리 이 느낌이야 말로 내가 그리워하던 마운드에 올라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의 야알못 마스터는 나에게 성인용 마운드를 허락하지 않았다.

마스터 몰래 혼자 성인용 마운드 위에 설수는 있었지만 타자가 없이 홀로 마운드에 서있는건 내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생이 되는 것을 손꼽아 기다렸다.

바로 이 18.44m 앞에 홈플레이트가 있는 풍경을 제대로 보기 까지 야구를 시작하고 자그마치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오늘 피칭은 상당히 즐거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마운드에 올라서 가만히 있자 홈플레이트에 있던 주빈이가 나한테 트레쉬토크를 걸어왔다.

“이영아 뭐해? 쫄았어?”

“하하하하하하!”

꼬맹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운드까지 들려왔다.

저 망할 시고르브자브종 녀석이! 오랜만에 옛 영광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을 시간도 안주는 멍멍이는 올해 말복에 된장을 발라버려야지!

“이영야 3타자만 상대해보자 괜찮지?”

아까전부터 나를 끈적하게 바라보는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준 나는 내 마스터였던 야알못을 떠올렸다.

아, 야알못 센세 봄이 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솔직하게 연습경기에 공을 던지는게 참 부질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내 실력을 보여주고 첫 18.44m에서 투구를 하는 날이니 최선을 다해주지!

슈우우우우우웅! 파아앙!

연습구도 없이 그냥 던진 공이 타자의 몸 쪽을 파고들었다.

그동안은 너무 짧은 거리 때문에 공의 회전력으로 인한 무브먼트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약 4m늘어난 거리 덕분에 공에 충분한 회전력이 전달되면서 무브먼트가 더욱 살아났다.

전성기 애송 ‘임’이 던졌다는 뱀직구와 비슷한 느낌으로 꿈틀거리는 포심 패스트볼을 건드리는 타자는 없었다.

간단하게 공 9개로 타자 3명을 잡은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만하면 내 실력을 똑똑히 봤겠지?

“야, 어떻게 된게 거리가 늘었는데 공은 더 더러워졌냐?”

주빈이 녀석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나보다 키도 작은 녀석이 발꿈치를 들어가며 어깨동무를 해온다.

나는 녀석이 조금 판하도록 몸을 살짝 구부려줬다.

“그러니까 너도 야알못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야.”

“이영아, 가끔 드는 생각인데 나는 네가 야구를 잘해서 참 다행이다 싶어.”

“무슨 뜻이지?”

“아니었다면 너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르니끼!”

건방진 시고르브자브종 녀석이 내 목을 휘감는다.

마음만 먹으면 녀석을 번쩍 들어서 그대로 그라운드에 냅다 꽂아버릴수도 있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봐주기로 했다.

#3 사이영 13세 시즌 – 데이트

“이영아! 여기야.”

수지가 나를향해 달려온다.

수지는 나와 비슷한 유성중 여자 교복을 입고 있었다.

2차 성징은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찾아온다.

나와 사귀기 전까지만 해도 선머슴 같았던 수지는 이제 TV나 영화에 나올법한 예쁘장한 소녀로 변해있었다.

널널한 교복을 입어도 볼륨감은 숨길 수 없었기에 나는 하늘에 감사했다.

나에게 달려와 안긴 수지는 165cm 정도 되었기에 내 품에 쏙 들어왔다.

“나 기다렸어?”

“그럼! 우리 이영이 한번 보고 가려고 기다렸지.”

“추웠을 텐데 일단 가까운 카페라도 들어가자.”

나는 어린 시절 나에게 코인을 소개시켜 준 아버지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만약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코인을 투자할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나는 학생이라면 불가능 할 넉넉한 돈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듯한 커피 한잔은 대접 할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너도 써야할 용돈이 있을 텐데······.”

“아니, 옛날에 강제로 내 첫 키스를 훔쳤던 그 패기는 어디가고······.”

퍽!

윽, 수지의 보디블로가 내 비장에 꽂혔다.

나, 나이스 보디 블로! 수지는 어릴때부터 소프트볼을 한 덕분인지 펀치력도 남달랐다.

“그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킹치만 나는 동의 한 적이 없는 걸?”

“오늘 동의하게 만들어 줘?”

수지가 작고 뾰족한 주먹을 들이민다.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들어가자.”

따뜻한 커피가 나오고 우리는 앞으로 계획을 공유했다.

“우리학교 야구부 감독 좀 이상해.”

“왜?”

“나만 보면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낸다니까. 아주 위험한 인간이야.”

“풉! 그게 뭐야!”

“아, 그리고 우리 다음 주부터 합숙훈련을 한데.”

“언제까지?”

“아마 한달동안은 합숙훈련을 하고 스토브리그가 있는데 거기서 전력점검을 한다던데?”

“흠, 그래? 한동안 합숙훈련하면 못 보긴하겠네.”

“이제 단체합숙 시작하면 수지 네 얼굴도 못 보는데 매일 영상통화 걸면 받아 줄 거지?”

“아, 글쎄 막 영상통화 걸지 말라니까!”

“뭐 어때? 너는 안 꾸며도 예쁜데.”

“뭐래?”

수지는 부끄러운지 커피를 마시며 내 시선을 피한다.

선머슴 같으면서도 이런때는 또 소녀소녀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 이게 그 갭모엔가 뭔가 하는 그거냐?

그래, 수지야. 츤데레면 어떠하니? 나는 얀데레만 아니면 된단다.

······수지야 얀데레는 절대 안 된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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