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Chapter 7. 사이영을 노리는 사람들(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Chapter 7. 사이영을 노리는 사람들(3)
#1 사이영 12세 시즌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다.
지난 1년 동안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잘 울지만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생겼고, 2년 연속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를 우승했으며, 170cm에 머물러 있던 내 키는 178cm까지 성장했다.
지금 내 나이가 12살이니까 잘하면 전생의 나보다 더 키가 커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키가 갑자기 8cm가 자라다 보니 부작용도 심각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성장통이었다.
무릎이 찢어지는 고통 덕분에 5년 동안 평균자책점 0점을 유지하던 나는 밸런스가 흔들려 올해 0.57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나보다 잘하는 녀석들은 없었다.
재미있는 건 망할 꼬맹이들의 반응인데 내가 실점하자 오히려 자기들이 죄를 지은 사람마냥 내 눈치를 살폈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대수롭지않게 넘어가자 자기들이 더 황당해 하는게 어찌나 웃기던지!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 흔들리면 안 된다.
그리고 나에게 메이저가 아닌 리틀리그의 성적의 중요도는 민규가 가진 눈치만큼의 중요도를 가진다.
사실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민규새끼의 눈치를 생각해보면 티끌만큼의 가치도 없다는게 내 판단이다.
“이영아, 너는 중학교 어디로 갈 거야?”
나를 비롯한 꼬맹이 3형제는 원하는 학교라면 전국 어디든 스카웃 될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2년 연속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보니 ‘저, 야구가 하고 싶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어느 중학교건 절을 하고 모셔와야 할 만큼 몸값도 높았다.
물론 그중에서도 내 몸값이 가장 높다.
“중학교? 글쎄?”
“대체중은 어때? 거기 야구부가 워낙 강하잖아.”
“대체중 괜찮지. 이번에도 성적이 대전내에선 제일 좋을 걸? 서울에 있는 중학교랑 붙어도 안 밀린데!”
대전 체육 중학교는 대전에서 명문중에 명문으로 통하는 중학교다.
물론 체율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커리큘럼 탓에 학업성취도는 항상 중학교 내에서 최하위권을 달리자만 야구부나 축구부 같은 체육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내는 학교다.
“그래도 대체중은 아니지.”
거긴 너무 멀어!
요즘 내가 즐겨보는 애니중에 집과 가깝다고 학교를 선택하는 녀석이 등장하는 애니가 있는데 그 애니를 보고 깨달은 건 역시 출퇴근은 가까울수록 좋다는 거다.
“아무래도 유성중학교가 괜찮을거 같던데?”
“에?! 유성중? 거기 완전 개판이라고 소문 다 났어.”
“21세기에 20세기 야구를 가르친다는 그곳이잖아. 이번에 뉴스도 크게 났던데?”
“왜 유성중인데?”
“집이랑 가까우니까.”
“······역시 또라이구나 넌?”
뭐라고? 이 시고르브자브종 녀석이 날 또라이로 보고 있었구나!
“진우야, 아무리 이영이가 또라이라고 해도 듣는 앞에서 또라이라고 하면 안 돼. 평소처럼 뒤에서만 또라이라고 해.”
네가 더 나쁘다 이 자식아!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빈이가 나섰다.
“하긴 유성중이면 우리집이랑도 가깝네!”
잠깐 너희 집이랑 유성중이면 10km는 넘게 차이가 날텐데?
실제로 유성중은 우리집에서 고작 300m만 움직이면 있는 중학교지만 주빈이네에서 유성중은 자동차를 타고도 20분 정도 걸릴텐데?
“먼거 아냐?”
갑자기 주빈이 녀석이 주인에게 버림받은 골든 리트리버마냥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뭐, 버스타고 움직이면 되니까 먼거리도 아니지.”
“그렇지?! 역시 그럼 우리는 중학교 내내 배터리인건가?”
“내 공을 받을만한 녀석은 너 뿐이니까 나쁘진 않네.”
“역시 우리는 영혼의 배터리야.”
“그런데 수지도 유성중 간다던데?”
“어? 이 자식! 하라는 야구는 안하고 연예나 하려고 중학교를 유성중으로 가는거구나!”
꼬우면 너도 여자 친구 만들던가! 아, 그 성격으로는 만들기 힘들겠구나?
“일단 이영이랑 주빈이가 유성중으로 가면 나도 가야하나?”
아무래도 동내 친구들이다보니 민규녀석의 집도 우리집과 가까운 편이다.
“이 자식들 나만 빼놓고 유성중으로 간다고? 절대 나도 유성중이다!”
“하아, 너희들이랑 또 3년은 같이 보내야하는 건가?”
“그러게 앞날이 막막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니들이 나 따라오는 거잖아!”
#2 유성중학교 야구부
유성중학교 야구부 감독 이휘현은 몰려드는 두통에 타이레놀을 삼켰다.
꿀꺽!
그가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름아니라 급속도로 약해진 유성중 야구부의 전력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휘현이 감독직을 수행하는 3년 동안 유성중학교 야구부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전임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짤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휘현에게도 남은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문제는 올해 유성중학교의 전력은 역대 최고로 안 좋다는 것이다.
“하아, 광열이도 가고, 중범이도 가고······.”
서광열과 박중범은 유성중에서 투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선수들이었다.
140에 육박할 정도로 묵직한 구위를 지닌 서광열과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박중범은 그나마 무너져가는 유성중 야구부의 빛이자 소금이었다.
“아, 빌어먹을 대전 판타스틱 4중에 한놈만 우리 야구부에 오면 좋겠네!”
올해 중학교 야구부 감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2M 리틀 야구단에 들락거렸다.
워낙 많이 들락거려서 2M 리틀 야구단 정문에 문지방이 닳았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이휘현도 2M 리틀 야구단에 들렸다.
하지만 거기서 대전 체육 중학교의 감독이자 과거 학창시절의 라이벌 김경대를 만나면서 더 이상 2M 리틀 야구단에 방문하지 않았다.
대전 체육 중학교 야구부는 올해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뛰어난 야구부로 전국소년체전에서도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전적이 있다.
물론 유성중 역시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했다.
‘1라운드 광탈을 해서 문제였지.’
물론 이휘현에게도 변명거리가 있긴 했다.
하필이면 처음 만난 중학교가 서울의 명문 서중중을 만나는 바람에 광탈을 했다는 것이다.
“감독님! 소식 들으셨어요?”
오로지 성실함 하나만 보고 뽑은 유성중학교의 코치 이상식이 호들갑을 떨면서 야구부실로 달려왔다.
“상식아 오늘은 또 무슨 일이냐? 왜, 판타스틱 4중에 하나가 우리 학교로 온데?”
“어?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데 판타스틱 4중 하나가 아니라 전부다 우리 학교로 온다는데요?”
이휘현은 떫은 감을 씹은 사람처럼 표정이 구겨졌다.
“이, 무슨 개소리야? 판타스틱 4가 왜 우리 학교로 오는데? 걔들 머리에 문제있데? 지능수치가 낮은가?”
“그게 판타스틱 4의 리더로 알려진 사이영이가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 학교에 진학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집이 가깝다고 우리 학교로 오겠다고 합니다.”
“지가 무슨 서태응이야? 아니지, 여튼 ‘우리’ 이영이가 등하교 하는데 피곤하면 안 되지! 역시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아직 입부조차 하지 않았지만 제발로 굴러들어온 복덩어리를 발로 차버릴 만큼 이휘현은 멍청하지 않았다.
“언제 봤다고 ‘우리’ 이영입니까?”
“마! 내가 ‘우리’ 이영이 투수하는 것도 보고! 타격하는 것도 보고! 리틀야구 시합하는 것도 다 봤어. 임마!”
“······그냥 한번 날 잡아서 리틀리그 구경가신거잖아요.”
“시끄럽고 ‘우리’ 이영이 어디있냐?”
“입부신청하고 집에 갔다는데요? 다시 잡아올까요?”
“미친놈이세요? 어디 ‘우리’ 이영이가 집에 가시겠다는데 네까짓놈이 잡아온다 만다 하시는 거세요? 그냥 곱게 보내드리세요. 아, 그런데 이 소식을 누가 또 알고있냐?”
“일단 소식을 아는 사람은 저 밖에 없는데요? 이영이가 친구들을 끌고 그냥 입부신청서에 싸인하고 갔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이휘현은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통화 | 개싸가지]
“어? 경대냐? 나, 휘현이!”
-이휘현 네가 웬일이냐? 저번에 만났을 때 진따처럼 내 눈도 못 마주치던 녀석이?
“에이, 찐따라니 말이 심하다? 그래서 노리던 판타스틱4 애들은 어떻게 됐어?
-아마 이번 주 중으로 입부신청을 하겠지?
‘풉! 뷰웅신아! 이번 주 중으로 입부신청을 하는게 아니라 오늘 입부신청을 했다. 물론 유성중학교 야구부로 말이다!’
이휘현은 오랜 라이벌을 놀려줄 생각에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아, 그으래? 이번 주 중으로 4명 모두 입부신청을 하나봐?”
-그래, 지까짓것들이 가봤자 어딜 가겠냐?
“그래, 올해 한해도 잘해보자.”
-싱거운놈 끊는다.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이휘현은 파안대소를 했다.
“푸하하하하하하! 판타스틱 4가 우리 유성고로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경대 그 싸가지 없는 녀석의 면상을 봤어야 하는데!”
‘감독님도 참 악질이라니까.’
#3 사이영 13세 시즌
2M 리틀 야구단 대부분은 유성중으로 모였다.
물론 민우는 대전 체육 중학교로 갔다.
들리는 말로는 대전 체육 중학교로 입학할 경우 어떤 경제적 지원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2M 리틀 야구단 출신 후배들 중에서도 유성중으로 지원하겠다는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그리고 오늘 나는 친구들과 처음으로 ‘유성고 야구부’로 향했다.
중학교 야구부터는 리틀 야구와는 차원이 다른 환경이 펼쳐진다.
우선 투수에게는 마운드와 홈플레이트간의 거리가 성인 무대와 똑같은 18.44m로 늘어난다.
오히려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14m같이 근본 없는 거리에서 투구하는 것 보다는 18.44m 근본이 넘치는 거리에서 투구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그동안 내 평균 자책점이 0점대 였던 가장 큰 이유는 꼬맹이들이 적응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트라이크존까지 넓으니 어중간한 꼬맹이들은 내 공을 스치지도 못하고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내가 메이저에 데뷔 했을때는 18.44m에서 투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50피트 거리에서 투구를 했다.
예전의 야구는 투수가 허리 아래에서 공을 던져야 했고 보다 공을 빠르게 던지기 위해서 이 규칙은 수정되었다.
하지만 1893년 투수의 공이 너무 빨라서 타자들에게 불리하다고 알려진 다음부터 투수는 60피트 6인치(18.44m)의 거리로 늘어났다.
내가 데뷔했을 때는 어깨 높이에서도 던질 수 있기 변했고 그때부터 진짜 야구가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후 18.44m는 변하지 않고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변하지 않은 근본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회귀를 하고 처음으로 그 근본넘치는 마운드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반갑다. 나는 유성중학교 야구부 감독 이휘현이다. 그리고 옆에는 너희들을 돌봐줄 코치 이상식이다. 잘 부탁한다.”
감독님은 우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셨다.
아, 못생기고 늙은 애송이 감독한테 사랑받고싶지 않은데! 내가 받는 사랑은 우리 수지만으로도 벅차단 말이다 못생기고 늙은 애송이 감독 녀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