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14화 (14/70)

〈 14화 〉 Chapter 5.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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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3)

#1 사이영 11세 시즌

우리는 콜드 게임으로 1차전을 승리했다.

토너먼트 방식의 경기에서 1차전을 콜드 게임으로 승리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지금부터 오후 2시까지 자유시간이다!”

“예에에에에에에!”

경기 예정시간 보다 1시간이나 빨리 경기를 끝낸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대만 시내를 돌아다니는 자유시간을 얻었다.

마스터도 참 대단한 사람인게 이 사람 많은 대만 시내에서 애들을 자유롭게 풀어둘 생각을 하다니······.

“너무 멀리가지 말고 5인 1조로 다니는거 잊지마!”

“예!”

우리조는 나, 진우, 민규, 주빈, 민우가 같은조였다.

민우는 2년 전 우리 야구단에 합류한 꼬맹인데 낮을 많이 가리는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민우야. 너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내가 부르자 민우는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하아, 사내 녀석이 이렇게 숫기가 없다니! 월터 ‘애송이’ 존슨 녀석이 살아돌아와도 저거보다는 씩씩 할 거다.

“어? 없는데?”

하늘에 우러러 맹세코 나는 민우를 때리거나 놀리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

이 부끄럼쟁이 애송이는 모든 팀원들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 녀석이라 수지양만큼 상대하기 힘든 꼬맹이가 되시겠다.

“일단 배고프니까 뭐라도 먹을까?”

“나! 나! 여기는 망고 밥이라는게 유명하데!”

“망고밥?”

처음이다. 파인애플 피자만큼 근본 없어 보이는 음식은!

“별로 먹고 싶지않은 음식이름인데?”

“그거 생각보다 맛있데!”

눈치를 찾아 볼 수 없는 민규 녀석의 손에 이끌려 우리는 망고밥이라는 것을 시켰다.

망고밥은 밥 위에 노란 망고, 그리고 정액과 비슷한 질감의 액체가 뿌려진 음식이었다.

설마 진짜 정액은 아닐 거야? 그렇지? 만약 진짜 정액이라면 민규 녀석의 뇌를 히토미에 절여버릴 예정이다.

“야, 우민규 네가 먹자고 했으니까 네가 먼저 먹어봐.”

“엄마가 정체불명의 음식은 먹지 말라고 했어. 일단 네가 먹어봐.”

하아, 아무래도 22년간 갈고 닦은 벤치클리어링 실력을 선보일때가 온 것 같다.

그때 민우가 숟가락으로 망고밥이라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떠먹었다.

뭐야? 하는짓은 부끄럼쟁인데 행동은 과감하잖아?

이게 갭모앤가 뭔가하는 그건가?

“으으, 너무 달아!”

“달아?”

“달다고?”

“응, 그런데 맛있는데?”

흥! 건방진 애송이 감히 누굴 낚으려고 나 덴튼 트루 영, 메이저에서 단 한번도 초구를 건드려본적이 없는 남자! 물론 두 번째 공도 건드려 본적이 없지! 자 다음 희생양은 누구냐?

다음 타자는 주빈이었다.

용기를 내서 망고밥을 한입 먹은 주빈이는 두눈을 반짝이며 정체불명의 소리를 냈다.

“므어엉! 마이따!”

“다 먹고 예기해!”

“맛있어!”

“맛있다고?”

“응! 밥은 찰밥같은데 그 위에 잘익은 향긋한 망고랑 망고를 더 날게 만들어주는 연유의 조합인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는데?”

뭐야? 미식평론가냐? 여튼 맛있다 이거지?

나는 파인애플 피자를 먹어보는 심정으로 망고밥을 한 숟가락 퍼서 입에 넣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진실된 꼬맹이의 말을 믿었어야 했다.

망고밥은 녀석의 말대로 너무 달았다.

“민우야, 주빈이 저자식의 혓바닥은 정상이 아니야. 이 설탕덩어리를 달다고 하다니!”

“아니야! 맛있어!”

“맛있으면 너나 다 먹어!”

내 몫의 망고밥을 주자 골든 리트리버 녀석은 시골 누렁이처럼 개걸스럽게 망고밥을 퍼먹었다.

의외로 초딩입맛인 주빈이 말고 진우와 이 설탕덩어리 음식물을 산 민규 녀석도 의외로 망고밥을 잘 먹었다.

하, 역시 밥은 뜨끈한 쌀밥 위에 김치 하나 올리고 그 위에 스팸을 구워먹어야지!

근본도 없는 망고밥이나 퍼먹다니! 골든 리트리버 녀석 앞으로 네 별명은 시고르브자브종이다!

망고밥을 시작으로 우리는 망고 빙수, 펑리수라 불리는 파인애플 케이크등 온갖 대만 음식을 다 사먹었다.

대만에 음식은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데 일단 간이 달았기에 내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더운데 먹는 망고 빙수는 먹을만했다.

아, 그리고 펑리수는 수지양이 좋아할 것 같은 스타일의 과자라 미리 한박스를 사서 들고다니는 중이다.

금방 상하지는 않을거니까 숙소에 놔두면 되겠지?

“이번엔 뭘 먹어볼까?”

“이번에는 진짜 맛있데 흑당버블티 어때?”

“이번엔 꼭 네가 먼저 먹어봐.”

“······.”

이 자식 또 자신 없는 음식을 추천한거야?

그날 우리는 집합시간이 지나도록 다양한 대만음식에 도전하다가 마스터에게 붙잡혀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마스터 억울합니다! 시계가 한국 시간으로 맞춰져있었습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사이영 어린이! 다른 애들이 너희를 찾아 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보여?”

아니나 다를까 다른 꼬맹이들은 도끼눈을 뜨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영! 너를 믿고 애들을 맡겼더니 네가 나서서 집합시간을 어겨?”

“······.”

이것이 마스터의 연륜인가? 할 말이 없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그러지 마.”

“예스, 마스터.”

‘에휴, 그래 이영아, 씩씩하게만 자라다오.’

#2 사이영 11세 시즌 – 2차전

안타깝게도 2차전은 내가 선발투수로 나설 수 없다.

대회 규정에서 선발로 던진 투수의 연투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기에 2차전 우리팀 선발은 민우가 되었다.

문제는 민우 이 녀석의 안색이 곧 죽을 녀석처럼 창백해보인다는 것이다.

“하아!”

“민우야.”

“으, 응?!”

누가 잡아 먹냐? 어제 누구보다 빨리 망고밥을 먹던 그 용기는 어디 간거 야!

“떨려?”

“아, 아니야. 괘, 괜찮아.”

저, 전혀 괘, 괜찮아 보이지가 않아서 하는 이야기다!

하여튼 이 꼬맹이 녀석들은 한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진실되게 이야기 하는 꼴을 못 봤다.

“어제 먹었던 망고밥 기억나?”

“응, 너무 달았지······.”

그래, 어제 망고밥이 좀 달긴 했어. 그런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이 자식아!

마음 같아서는 진우에게 하듯이 그냥 멱살을 잡고 흔들어주고 싶지만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간 민우 저 녀석 기절할지도 모른다.

“우리들 중에 가장 먼저 망고밥을 먹은게 너야. 너는 우리 모두가 두려워한 음식을 혼자 용기있게 먹은 녀석이잖아? 용기를 가져!”

“으, 응! 그럴게.”

하아, 내 짬밥에 투수 마인드 컨트롤까지 해줘야 하다니 참으로 피곤한 팀이다.

다행히 내 응원에 용기를 가졌는지 민우의 안색은 한층 밝아졌다.

이민우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이영을 바라봤다.

시간방진 표정으로 3루에 서있는 사이영을 보자 이민우는 용기가 샘솟았다.

오늘 상대팀은 인도의 유소년 야구단으로 대부분 미국 국적을 가진 어린이들이 소속된 야구단이었다.

지금 2m리틀 야구단이 노리는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는 국가대항전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예선을 통과한 리틀 야구단끼리 붙는 친선전에 가까운 대회였기에 인도 야구단이라고 해도 대부분 미국 출신의 어린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미국 출신은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고 국제대회 심판은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판정이 나도 항의조차 할 수 없는 2m야구단과 달리 인도 야구단은 자연스럽게 볼 판정에 대한 항의를 했고 그것은 어린 이민우에게 또 다른 압박감이 되었다.

이번에도 공 하나는 들어갔는데 인도쪽 타자는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를 했다.

나는 타석에서 분명 스트라이크인 공을 심판에게 항의하는 꼬맹이가 못마땅했다.

하, 저 싹퉁바가지 양키 애송이가?

너 이 자식 내가 마운드에 서있었으면 주둥이에 130짜리 패스트볼을 박아넣어버렸을거다!

“야구도 못 하는게 꼭 심판님께 항의를 하지. 심판님 제가 알기로 고의적인 경기방해 행위는 퇴장입니다.”

내 항의를 받은 심판은 타자에게 주의를 줬다.

“조심해. 한 번 더 내 판정에 왈가왈부 한다면 저 꼬맹이 말처럼 너는 퇴장이야.”

“······알겠습니다.”

‘쳇, 전 경기에 멍청한 대만 원숭이들을 흔든 방법이 이번에도 통할거라 생각했는데······.’

타자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실력으로 찍어 눌러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투수를 노려봤다.

‘흐흐, 마운드에서 타자 눈도 못 마주치는 반푼이가 투수라니, 하여튼 원숭이들은 야구를 하면 안된다니까.’

한편 사이영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이민우는 가만히 자신의 손에 들린 야구공을 바라봤다.

‘그래, 이영이처럼 던질수는 없지만 이영이의 말처럼 용기를 가지고 던지자!’

이민우는 있는 힘껏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다행히도 볼카운트가 몰린 타자는 이민우의 공격적인 피칭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 그거다. 용기 있는 겁쟁이! 투수는 자신감이 절반이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운드 위에 서서 공을 던지는 직업인 투수는 외롭다.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경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세이버메트릭스를 선봉하는 몰상식한 녀석들은 한 선수에게 승과 패배의 가치를 짊어지게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서리를 한다.

나는 그 주장을 시고르브자브종 녀석도 하지 않을 멍청한 주장이라 생각한다.

마운드위에 홀로 선 투수는 도망갈때가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공을 믿고 승리의 영광을 거머쥐기 위해서 발버둥 쳐야만 한다.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그렇기에 100년도 전부터 투수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나는 오늘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또 다른 투수에게 내가 경험한 최고의 조언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나이스 피처!”

마운드 위에 서있는 녀석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글러브를 팡팡 두드리며 외쳤다.

“마음껏 던져 다 잡아줄테니까!”

녀석이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웃지마 이 자식아! 정들어.

마운드에서 홀로 외롭게 싸우던 이민우는 3루에 서있는 사이영의 응원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지켜주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야.’

이민우는 힘차게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뿌렸다.

파앙!

“스트라이크!”

내 응원 덕분인지 민우는 마운드 위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공수 교대 이번엔 우리의 공격기회가 돌아왔다.

“아, 민우까지 이렇게 잘 막아주면 나는 내년에 진짜 야수로만 뛰겠는데?”

“하, 네 어깨가 강한건 사실이지만 투수를 하려면 민우처럼 제구력이 필요해. 너같이 무식하게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집어 넣는 투수는 투수가 아니야.”

“어? 그럼 너도 투수가 아니겠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무식하게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매우 스마트하고 인텔리하게 공을 던지는 투수다.

1890년대에 투구수의 중요함을 깨달은 위대한 천재께 그 무슨 망발이냐!

“뭔 개소리야? 1번 타자 타격이나 하러 꺼져!”

“어라? 투수가 아까 타석에서 진상부리던 그 왕재수네?”

왕재수는 너겠지.

“잘봐, 오늘 형이 홈런이란걸 보여줄테니까.”

만년똑딱이주재에!

“진우야. 빈볼맞고 아프다고 울지나 마.”

“괜찮아! 아프면 그냥 그라운드에 누워있어 내가 다 혼내줄게!”

“그래, 맞으면 오늘 투수인 민우가 대신 때려줄거야. 물론 민우 공으로 사람을 때려봤자 안마수준이겠지만!”

“같은 팀 투수에게 트레쉬토킹하지마!”

“그건 네가 나한테 하는 거잖아!”

민우는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는 못했지만 듣고만 있어도 즐거웠다.

‘오늘은 왠지 마운드가 두렵지 않아. 녀석들 때문인가?’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대만 예선]

투수 이민우 4이닝 3피안타 5k 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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