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Chapter 5.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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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2)
#1 사이영 11세 시즌 D-day : 1
“후아! 드디어 도착했군!”
약 2시간 반에 가까운 비행시간동안 기절하듯이 잠을 잔 나는 무더운 날씨와 미친듯한 습도에 인상을 찌푸렸다.
‘와, 이런 날씨에 야구를 한다고?’
빌어먹을 LA에서도 한 여름에는 무덥긴 하지만 그래도 숨은 쉴 수 있었는데 여기는 숨을 쉴 수조차 없는 더위다.
그마나 LA는 그늘에 있으면 땀을 식힐 수나 있지만 여기는 에어컨이 없으면 정말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덥다!
“마스터, 어떤 정신나간 자식들이 이런 빌어먹을 나라에 국제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거죠?”
마스터가 대답하기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메이저 사무국에 따져야하지 않을까?”
하여튼 사무국 놈들은 일처리를 제대로 하는 녀석들이 없다.
요즘 들어서 선수노조라는게 생기고 그나마 일처리를 한다고 하는거 같지만 말이다.
하여튼 사무국놈들은 선수 귀한 줄 모른다니까!
나름대로 대한민국이라는 저주받은 나라에서 봄! 여어어어어어어어름, 가을! 겨어어어어울을 경험한 나지만 이렇게 더운 곳은 처음이다.
숨만 쉬어도 체내에 수분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인지 인상을 쓰면서 투덜기리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와, 여기가 대만이야? 진짜 덥다.”
“감독님! 빨리 숙소로가요.”
아이들이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놈이라도 울음보가 터지면? 연쇄폭탄이 터지듯이 집단 통곡이 예상된다.
“더운데 짜증나면 더 덥다. 어차피 잠깐이니까 참았다가 숙소가서 짐 풀고 놀자. 후딱후딱 움직여!”
내 이야기를 들은 꼬맹이들은 자기 짐을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해민은 자신을 대신해 아이들을 통솔하는 사이영을 보며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덥다고 짜증을 내던 녀석이 어느순간 돌변해서 친구들을 통솔하는 모습은 사이영이라는 아이가 야구장뿐만 아니라 야구장 밖에서도 리더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저게 리더쉽인가? 호부 밑에 견자 없다더니 참 부모님도 그렇고 비범한 녀석이라니까.’
사이영의 도움으로 쉽게 아이들을 통솔한 박해민은 넉넉한 경비덕에 아이들의 손발이 되어줄 버스를 대절해 움직일 수 있었다.
시원한 에어컨이 달린 버스에 들어서자 불평불만이 줄어들었다.
“와, 신기해! 나 외국은 처음이야.”
“나는 여기가 3번째 외국인가?”
“아, 진우 너는 매해 여름방학마다 외국에서 여행을 다녔지?”
진우네 가족은 부유한 편이다보니 매년 여름에 훈련을 땡땡이치고 외국으로 싸돌아 다녔다.
그러니까 네가 실력이 늘지 않는거다 꼬맹이!
1년이나 늦게 시작한 민규에게 추월당한게 쪽팔리지도 않니?
“그런데 이영이는 외국에 와도 아무렇지도 않나봐. 숙소에 짐을 풀고나서 바로 스트레칭을 하고있네?”
“에휴, 저 야구바보는 답도 없다니까!”
하, 백년이 지나도 나 같이 천재적인 선수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 무슨 망발이냐!
“이영아! 놀자. 우리 숙소에 도착하면 같이 놀기로 했잖아.”
“내가 알기로 이 숙소에 수영장이 딸려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 일단 준비해.”
그래? 아주그냥 지쳐 쓰러질때까지 수중훈련으로 굴려주마!
15명의 꼬맹이들을 통솔하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지만 1890년대 야구선수들이라 쓰고 짐승새끼들이라고 읽으면 되는 녀석들을 통솔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다.
당시 야구는 상류층의 스포츠라기보다는 나같이 가난한 계층의 아이들이 즐겨하는 스포츠였기에 당연히 당시 야구선수들은 몹시 거칠었다.
내가 취미삼아 요즘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조사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예를 들자면 수십년 전에 영국에서 에릭 칸토나라는 애송이가 관중에게 쿵푸킥을 날린 사건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 사건을 보고 관중들이랑 말싸움 좀 하면 싸울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내가 뛰던 메이저리그는 일 년에 서너번 정도 관중들과 충돌이 있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가 아니라 한 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한 사실을 가장 잘 증명해주는 녀석이 타이 콥이라는 녀석이다.
한번은 공장에서 두 팔을 잃은 장애인이 타이 콥에게 과도한 비난을 했고 눈이 돌아간 타이 콥은 그 관중을 죽기 직전까지 패버리는 상남자스러움을 뿜뿜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타이 콥은 엄청난 징계를 받게 되었고 이에 반발한 팀이 파업을 강행 리그가 망할 것을 우려한 사무국은 눈치를 보면서 타이 콥에게 10경기인가? 출장을 정지먹인 사건이 있다.
그런데 상대가 장애인이라 그나마 문제가 생긴거지 그 당시에도 관중들과 패싸움을 벌이는 건 종종 있던 일이었다.
이런 사건뜰 때문인가 기레기들은 타이 콥은 아주 인간 말종으로 표현해 놨다.
만약 타이 콥이 지금 살아돌아왔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수도 있을만한 평가도 있었다.
그중 가장 말도 안 되는 평가가 바로 타이 콥이 인종차별 주의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타이 콥은 상대가 흑인이건 백인이건 숫자가 많건 적건 상대가 장애가 있건 없건 자신의 신경을 긁으면 박살을 내버리는 녀석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종평등주의자의 행보이지 않을까?
당시에는 인종차별이 어마무시 했는데 타이 콥은 인종차별 자체를 반대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떻게 보면 녀석은 집안 교육을 너무 잘 배웠다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집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인지 타이 콥은 공평하게 피부색과 관계없이 자신의 주먹으로 싸움질을 하고 다녔을 뿐이다.
요즘으로 생각하면 그 녀석이야 말로 진정 인종 차별 없는 고결한 개자식이랄까?
하지만 그 녀석도 루키때는 메이저의 개자식들에게 짓눌려서 찍소리도 못하는 순둥이였다.
그런 녀석이 나에게 ‘메이저의 거친 환경을 버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라는 질문을 해왔다.
루키 당시 키 188에 95kg에 달하는 나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몇 없었다.
그래도 소위 말하는 팀 내 베테랑이라는 녀석들이 4~5명 몰려왔지만 녀석들을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이닝 동안 마운드에 서있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 다음부터 아마 나는 팀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팀에서 싸움 좀 한다는 개자식들을 단번에 제압한 나에게는 메이저는 안락한 흔들의자 같은 환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애송이 루키에게 내가 경험한 사실을 그대로 알려줬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타이 ‘싸움꾼’ 콥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내가 잠시 과거 회상에 빠져있을때쯤 수영장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게 된 꼬맹이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우우우우우! 수영장에서까지 훈련을 시키는 사이영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반성하라!” “반성하라!”
진우 또 너냐? 그냥 오늘 수영장에 묻어주마!
나는 그대로 진우를 향해 달려갔다.
첨벙첨벙!
진우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피지컬적으로 내가 압도했기에 녀석은 금방 잡히고 말았다.
후, 그래 밭에다가 심기보단 그냥 수영장에 담궈버리는게 더 빠르겠어!
“으악! 사람살려! 꾸에에엑!”
“푸하하하하!”
#2 사이영 11세 시즌 – 대회 1일차
우리는 경기가 열리는 타이베이 야구장으로 향했다.
인조잔디에 급히 리틀야구 규격에 맞춰서 개조한 흔적이 보이는 구장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시설이면 국제대회에 어울리는 괜찮은 구장이었다.
미국 펜실베니아 하워드 라마드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리틀 리그 월드시리지의 진출하기 위해선 아주 엄격한 지역 예선을 거처야한다.
인터네셔널 그룹중에서도 아시아 – 퍼시픽 그룹에 속해있는 대한민국은 필연적으로 대만과의 예선에서 승리를 해야지만 출전권한을 딸 수 있다.
내가 듣기로는 작년에는 한국에서 예선전이 개최되었고 올해는 대만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팀을 제외하고도 서울 경기권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서울리틀야구단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각지의 야구단 8개 팀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다.
우리의 첫 상대는 중국의 리틀야구단이었는데 조그마한 녀석들의 인상이 보통 심상치 않은 것이 아니다.
뭘 꼬라봐? 니들이 노려본다고 내 공을 스치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냐?
나는 와인드업을 하면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
슈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독기로 가득찬 중국 꼬맹이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나타났다.
놀랐냐? 이게 바로 리틀 사이클론이라는 공이다!
참고로 내 공은 리틀야구 수준에선 맞고싶어도 맞기 힘든 마구나 다름없다.
당연히 볼로 살살 타자를 꼬실 필요도 없다는 소리다.
슈우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심지어 나는 여타의 강속구 투수들과 달리 제구가 잡혀있는 유니콘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지금 내 공을 치려면 적어도 중학교 2~3학년은 와야 나와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자, 또 공들어 간다~
슈우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아웃!”
극도로 짧은 인터벌을 자랑하는 나는 순식간에 공3개로 중국 꼬맹이에게 삼진을 빼앗으며 내려왔다.
꼬맹이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악을 쓰며 나를 노려본다.
“뭐?”
하, 벤치 클리어링이라도 벌이게?
한국의 벤치 클리어링 문화는 이해 할 수 없지만 만약 여기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면 나는 22년 동안 메이저에서 갈고 닦은 싸움 솜씨를 십분 발위해줄 용의가 있었다.
타자 녀석은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눈을 피하며 뭐라고 중국어로 중얼거리는데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을 보니 분명 욕이 틀림없다.
감히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에게 욕지껄이를 하다니 내가 야구를 할 때는 상상도 못하는 짓을 하는 무개념 중국 꼬맹이를 참교육 해주고 싶은 마음은 넘쳐나지만 안타깝게도 예선전의 투구 제한은 3이닝, 다른 타자들을 모두 삼진으로 잡을 예정이라 더 이상 저 녀석을 상대할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이야, 이영이 오늘 공 좋다!”
“아아, 내 공은 항상 좋지.”
“미친놈!”
“야, 같은팀 투수를 상대로 트레쉬 토킹을 하는 포수는 세상에 너 밖에 없을거야.”
사이영과 최주빈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해빈은 기가 막혔다.
‘이 녀석들아 지금 너희들 동네 주말 야구 취미반이랑 경기하는 줄 알고 있는거 아니니?’
감독인 박해민은 무슨수를 써서라도 대회에 우승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었는데 정작 경기를 해야하는 선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물론 중국팀의 전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판타스틱 4(라고 쓰고 환장의 4명이라 읽는)면 어떤 팀과 붙어도 자신이 있었다.
“집중해! 집중!”
“거봐, 이 못된 포수야! 너 때문에 마스터에게 혼났잖아.”
“하아, 시끄럽고 공이나 던져!”
심판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이 배터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상대팀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퇴장이 가능한데 지들끼리 싸울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심지어 그러는 동안 2아웃이나 잡았잖아.’
만약 경기속행에 방해가 된다면 당연히 퇴장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이 정신나간 배터리는 서로 죽일 듯이 치고박고 싸우면서도 야구는 계속 하고 있다.
“조용하고 야구나 해. 둘다 퇴장당하는 수가 있어.”
심판은 당연히 영어로 말했고 영어와는 담을 쌓은 최주빈은 영어를 잘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해석을 부탁했다.
“야, 이영아! 방금 심판이 뭐라고 했어?”
“네가 시끄러우니까 그냥 입 닥치고 공이나 받으래.”
“아하, 닥치고 공이나 던져.”
슈우우우우웅 팡!
“스트라이크 아웃!”
짧았지만 심판에게는 길었던 1회가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