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Chapter 5.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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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1)
#1 사이영 11세 시즌
“여보, 우리 이영이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암, 대단하죠. 무려 전국 대회에서 무실점 우승을 했잖아요.”
하, 우리 부모님도 참 팔불출이시다.
고작 코흘리개 꼬맹이들끼리 공놀이 한 것을 가지고 대단한 일 인양 나를 치켜세워 주셨다.
“엄마, 아빠. 이번에 대만에서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 선발전을 개최한데요. 이번 우승으로 우리 팀도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데 다녀와도 될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니! 당연히 가야지!”
“언제 하는데? 이왕이면 대만으로 놀러가서 좀 푹 쉬다와야겠구나.”
“여보, 그게 아니라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영이네 리틀야구단 전체에 우리가 대만 여행을 쏘죠?”
“어? 그럴까요? 까짓것 코인 몇 개 팔면 되는데 그럽시다.”
우리 부모님의 추진력은 대단하셨다.
“어? 감독님, 저 이영이 엄마에요.”
-안녕하십니까?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이번에 대만에서 하는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할 자격을 따내기 위해서 우리 m2리틀 야구단이 대만에서 치러지는 예선경기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마침 대한야구협회에서도 지원금이 나와서 200만원 수준이면 다녀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200만원이요?”
-아무래도 대회가 6일짜리 대회다보니 7박 8일을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입니다.
-금액이 너무 부담되시는 건 알겠지만 좋은 기회입니다.
-만약 체류비용에 금액이 남는다면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박해민은 몇몇 부모들에게 전화를 돌려보고 참여율이 괜찮다면 리틀 리그 월드시리즈까지 나가볼 생각이었다.
내심 판타스틱4라 불리는 사이영과 그 친구들만 있다면 대회에서 우승할 자신도 있었기에 욕심이 나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욕심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것이 더 좋지 않을까?’
프로구단에서도 국제대회에서 우승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유망주를 더욱 주의 깊게 볼것이고 설혹 야구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한가지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감독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m2 리틀 야구단이 경기에 필요한 제반비용을 모두 저희가 대고 싶은데 혹시 가능 할까요?”
-예?! 이영이 어머님! 저희 리틀 야구단 아이들을 다 합치면 15명입니다. 그 비용을 모두 처리하려면 3천 만원에 달하는 거금인데!
박해민은 사이영의 집안이 잘 산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큰 무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평소 사이영이 하고 다니는 것도 크게 부를 과시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고 평소 경기를 찾아오는 부모들의 모습에도 크게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형편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3천 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턱 내놓을 만큼 여유가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뭐 여유롭게 애들도 괜찮은 숙소에서 재우고 맛있는 것도 먹이려면 한 5천만 원 정도면 되겠죠? 제가 지금 바로 입금해 드릴게요. 대신 다른 아이들에게는 저희가 준 돈이라고 이야기를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설마 이영이네 집이 재벌인가? 에이, 그건 아닐 텐데? 그래도 이영이네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다면 아이들이 먹고 쉬는 것을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그리고 형편이 안 좋은 민우같은 아이도 같이 대만경기에 뛸 수 있을 거야.’
-이영이 어머님, 감사합니다.
-당연히 사용 영수증뿐만 아니라 남는 금액이 있다면 모두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돈 때문에 감독님께서 저희 아이만 신경 쓸 거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드리는 돈이에요.”
‘이영아, 너는 참 운이 좋은 아이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부모님을 두었구나.’
-······그리 하겠습니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박해민의 목소리는 뭔가 촉촉했다.
-사실 이영이는 제가 신경쓰지 않아도 무럭무럭 성장하는 아이라 이영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줄 뿐입니다.
‘그럼요, 누구 아들인데!’
“그럼, 감독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네, 어머님 들어가십시오.
최나영은 만족스러운 통화를 마치고 행복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아들을 바라봤다.
“아들 일로와!”
최나영이 팔을 벌리자 사이영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머뭇거렸다.
이제는 한품에도 안아주기 힘들만큼 커버린 아들이지만 늘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어허, 아들 엄마 팔 아파.”
사이영은 마지못해 엄마의 품에 안겼다.
최나영은 자신의 아들이 남북전쟁이 끝날 때 즘 태어나서 세계 2차대전을 경험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최고지!’
“에구구! 우리아들 나도 안아보자!”
거구에 힘도 좋은 사무진이 두 사람을 한 품에 안고 들어올렸다.
#2 사이영 11세 시즌 – 달달한 일상
“야, 사이영! 너희 이번에 대만간다면서?”
나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쭈욱 같은 반으로 함께한 정수지양 되시겠다.
어릴 때는 그냥저냥 귀여운 꼬맹이었지만 요즘은 제법 예뻐져서 학교에서 얼짱으로 소문난 꼬맹이 되시겠다.
소프트볼을 하는데도 눈 같이 흰 피부와 병약했던(?) 어린시절과 달리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미가 돋보이는 정수지양께서는 뭐가 불만이신지 나를 도끼눈으로 노려보고 계셨다.
“응, 아무래도 내가 워낙 야구를 잘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아, 대만까지 가는 걸 이 누님께 이야기도 안 했단 말이지?”
누님? 하, 이 꼬맹이가 코흘리개 때부터 오냐오냐 해주니까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사실 정수지양은 다른 건방진 꼬맹이들에게 대하는 듯이 못 대했다.
말만 걸었다 하면 큰 눈에서 눈물을 그렇거리는데 당해보지 않은 녀석들은 모른다.
이 녀석아 영국에 여왕폐하도 나랑 눈이 마주치면 아이고, 어르신 그동안 기체후일향만강 하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해야 할 판인데 누님?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 지는구먼!
심지어 정수지양은 나보다 생물학적 탄생일도 늦다.
“누님? 하! 나보다 생일도 느린게! 어디서 감히! 오빠 해봐.”
“······.”
제길, 또 시작됐다! 말 없이 노려보기!
이 녀석은 전생에 베이브 루스였나? 직접 상대해보지는 않았지만 월터 ‘애송이’ 존슨의 말에 따르면 진짜 타석에 선 베이브는 엄청났다고 들었다.
하, 내가 번트 수비만 가능했어도 한 50 넘게 던지면서 베이브 고 녀석과 상대해봤을텐데!
“도대체 왜 삐진거야?”
“어머, 삐지긴 누가 삐져? 내가?”
응, 너가요. 그것도 단단히 삐지셨는데요?
“아니야?”
“삐진 거 아니거든? 그냥 네가 대만까지 가게 되었는데 나한테 말도 안 해줘서 기분이 상한거거든?”
정수지양, 보편적으로 보면 그걸 삐진거라고 합니다만?
하지만 굳이 저 울보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고 달래느라 진땀을 빼기보다는 그냥 진실을 숨겨두고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게 인생은 편하다.
“그건 미안해! 사실 나도 어제 부모님께 허락을 받은거라 너한테 이야기해줄 정신이 없었어.”
“······사이영, 사과를 했으니 봐준다.”
비상식의 극치를 달리는 정수지양이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사과를 하면 툴툴 거리면서도 받아주기는 한다.
솔직하게 저런 모습이 조금 귀엽긴하다.
“오빠가 꼭 우승해서 돌아올게!”
“하, 마치 우승은 당연한것처럼 말하네?”
“당연하지 내가 야구를 하는데 우승을 못한다? 그럼 그건 내일 야구라는 스포츠가 멸망할 징조라고 생각하면 돼.”
‘하여튼 사이영 자신감 하나만큼은 대단해.’
정수지는 사이영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입학한 첫날 모든 것이 낯설던 그때, 지금은 절친한 친구지만 당시에는 악당이나 다름없던 우민규에게 ‘너희 집 TV 없냐?’는 소리를 듣고 억울해서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시절 정수지는 윌트 디즈니사의 공주님 시리즈를 너무 좋아했기에 다른 애니메이션은 즐겨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온통 망할 안경 쓴 펭귄이야기 뿐이었다.
당시에는 당당하게 ‘우리 집에도 TV있어! 그냥 뿌로로가 재미없어서 안 봤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백마 탄 왕자처럼 등장한 친구가 바로 사이영이었다.
사이영은 지금 생각해도 어른스러운 태도로 악당같은 민규를 단번에 제압했다.
그때부터 알게 모르게 사이영을 짝사랑한 정수지는 5년째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이영이 얄미웠다.
‘어쩔 수 없지! 백마 탄 왕자를 쟁취하기 위해선 용기를 내는 수밖에!’
“만약, 네가 진짜 우승해서 돌아오면 내가 소원하나 들어줄게.”
정수지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혹시 들릴까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지? 딱 기다려. 오빠가 우승 메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
‘설마 이건 프로포즈?!’
“흥! 우승 못했다고 질질 짜면서 오지나 마!”
“하, 나 사이영이라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나만의 백마 탄 왕자님이신데~’
정수지양? 어디 편찮으신가? 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
“그런데 예선전에도 메달 같은걸 줘?”
“주지 않을까?”
전생 포함 100년 가까운 인생을 산 나에게도 모르는 것은 존재한다.
#3 사이영 11세 시즌 – 처음으로 날다!
“와! 이영아 나 비행기 처음타봐!”
어허! 이 눈치 없는 꼬맹아 뛰어다니지 마!
내 옆자리에 앉은 민규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방방 뛰면서 내 심기를 긁어댔다.
“민규야. 아까 스튜디어스 누나들이 한 말 들었지? 비행기가 출발하면 위험 할 수 있으니까 얌전히 앉아서 있으라고 한 말 말이야.”
“응! 들었어. 그치만 너무 신나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걸?”
하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눈치가 증가하는 비약 같은 걸 연구하자고 건의를 드려봐야겠다.
“야, 사이영!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음, 한국에 돌아가는 즉시 저 싸가지 없는 녀석을 묻어버릴 밭도 구하러 가야겠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지! 망할 진우 꼬맹이 녀석! 내가 기필코 너를 김장독 묻듯이 묻어버려줄 테다!
한국에 돌아가면 참 바쁘겠어!
“설마 긴장한 건가? 우리 에이스께서?”
“그럴리가! 누굴 애새끼로 아나?”
강하게 부정했지만 솔직하게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내가 살던 시절에 여객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30년대인가? 1940년대에 여객기라는 이름의 비행기가 민간에 공개되었고 이후 타이 콥이 비행기를 탄 것을 무슨 타자 트리플 크라운을 한 것 마냥 자랑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후 메이저리거들은 비행기를 이용해 전국을 돌아다닐거라고 이야기 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내가 빨리 은퇴해서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만약 내가 번트수비에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면 분명 50이 넘는 나이에도 메이저에 머물렀을 것이고 어쩌면 60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공을 던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강제로 여객기라는 것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겠지?
내가 야구를 할 때 우리의 이동수단은 단연 기차였다.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몇 십 시간이나 좁은 기차를 타고 야구를 하려고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래도 기차는 낭만이 있었다.
기차에서 내리면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적어도 비행기보단 안전했다.
당시에도 나는 여객기를 타는 타이 콥에게 그것은 미친짓이라고 조언을 해줬다.
상식적으로 무거운 쇠 덩어리가 하늘을 나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지!
물론 여객사업은 계속 발전했지만 당시에 나에게는 농사를 하는 것이 더 즐거웠기에 딱히 비행기를 탈 일도 없었다.
빌어먹을! 당시에도 안탔던 비행기를 애들이랑 공놀이 하러 간다고 타야하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안대다.
나도 메이저리그 처음에는 흔들리는 기차와 시끄러운 동료들의 코골이에 쉽게 잠에 빠져들 수 없었지만 한국 용어로 짬밥이 찰수록 안대만 쓰면 잠을 잘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시끄럽고, 형아 잘 거니까 도착하면 깨워!”
“어? 이영야. 아빠가 기내식은 꼭 챙겨먹으라고 하셨어.”
“안 먹어! 잘 거야!”
“예들아 이영이가 피곤한거 같으니까 우리끼리 놀자.”
오, 최주빈 어린이! 아주 칭찬해. 참 잘 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겠어요.
그리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 진우 녀석을 묻을 때 너님은 빼주도록 하겠어요!
주빈이의 도움 덕분에 나는 잠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것이 내 첫 번째 비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