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Chapter 4.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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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다. (3)
#1 사이영 11세 시즌 – 2016 U-12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결승
내가 눈치 없는 꼬맹이를 ‘빌어먹을’ 와그너같다고 할 만큼 민규의 재능은 특출났다.
당연히 이런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배팅을 할 거고 안타 아니면 출루를 하겠지!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당연히 3번타자도 대기 타석에 들어가야 한다.
3번 타자는 나와 5년째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 유독 오늘 까칠한 골든 리트리버 최주빈 어린이 되시겠다.
나는 까칠한 골든 리트리버 녀석에게 내가 사용하는 타격 장비를 건네주었다.
“야, 나가기 전에 이거 들고나가.”
나는 내가 사용하는 방망이를 주빈이에게 줬다.
규격에 맞게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방망이다보니 골든 리트리버 녀석이 사용하는데 낯설지는 않을 거다.
애당초 그렇게 민감한 녀석도 아니기도 하다.
“응? 나도 방망이 있는데?”
“하, 그냥 들고 나가라면 들고 나가! 그리고 너랑 나랑 손 크기도 비슷하니까 일단 장갑도 빌려줄게!”
“아니, 나도 배팅장갑 있어.”
“그냥 좀 들고 가라면 들고 가! 잔말이 많아! 나보다 야구도 못하는게!”
“에이, 그건 아니다. 솔직하게 내가 너보다 야구를 잘하지.”
하, 무덤에 있는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베이브 ‘진짜 꼬맹이’ 루스가 웃을 이야기를 하는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녀석은 내 장비를 들고 대기 타석으로 향했다.
흥, 멍청한 녀석 내 장비를 사용해보면 왜 장비 빨이 중요한지 알게 될 거다!
과거 보스톤 레드 삭스의 전신 보스턴 아메리칸즈에서 피칭을 할 때 나는 유연한 사고 방식으로 다양한 투구폼을 사용해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연히 그해 우승에 나는 팀의 에이스였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잘났다는게 아니라 나는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행히 비트 코인 덕분에 나는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할 부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 넘치는 부를 활용해 나는 다양한 야구 용품들을 사서 모았다.
당연히 내가 사용하는 용품들은 이 덴튼 트루 영님께서 직접 사용해보고 가장 좋은 제품만 엄선한 제품이라는 소리다!
내가 사용하는 배트에 그립은 메이저 애송이들도 사용한다는 유명한 회사의 제품이다.
솔직하게 나 때는 이런 그립은 상상도 못하는 물건이었다.
그 당시 방망이는 미끌거렸고 어떻게든 배트를 놓치지 않게 하려고 침을 뱉거나 손잡이 부분에 줄을 꽁꽁 묶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타격 시 손바닥과 손목에 충격을 줄여주는 그립이 탄생했고 나는 그 그립 중 가장 뛰어난 제품을 내 방망이에 발랐다.
심지어 배팅 글러브도 마찬가지다.
내가 야구를 할 당시에는 배팅 글러브라는 물건 자체가 없었다.
타자들은 맨손 타법으로 불같은 투수의 강속구를 때려야 했다.
당연히 재수 없이 방망이에 패스트볼이 빗맞는 날이라도 있으면 손바닥에 멍이 드는 건 기본이다.
내가 사용하는 배팅 글러브는 공돌이를 갈아 넣어서 획기적으로 손바닥에 전해지는 충격량을 줄여주는 마법의 배팅 글러브니 분명 손바닥이 얼얼한 주빈이 녀석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우리 이영이는 어쩜 이렇게 속도 깊은지, 주빈이가 손바닥이 아픈걸 알고 네 방망이랑 장갑을 빌려 준거지?”
역시 야알못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스터는 마스터다.
“잘 아시네요?”
“그럼, 내가 너를 몇 년이나 지켜봤는데. 너는 이 경기를 이기면 국가대항전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니?”
“국가대항전이라고 해봐야 꼬맹이들 밖에 없겠죠. 동네 꼬맹이들이랑 공놀이를 하나 전 세계 꼬맹이들이랑 공놀이를 하나 어차피 꼬맹이들이랑 공놀이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걸요.”
박해민은 자신의 애제자의 대답에 기가 막혔다.
‘하여튼 자신감 하나만큼은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깡!
“오, 민규가 안타를 쳤네! 그런데 이영아.”
“왜 부르십니까? 마스터.”
“주빈이에게 방망이랑 배팅 글러브를 주면 너는 타석에 뭘 들고 가지?”
“아······!”
‘하여튼 이상한 방면에서 허술한 꼬맹이라니까.’
어쩔 수 없이 나는 대기타석에 주빈이 놈의 방망이를 쥐고 갔다.
하아, 최주빈 이 멍청한 녀석아! 야구계의 큰 어르신이자 투수의 신인 이 몸의 방망이를 빌려갔으면 홈런이라도 때리란 말이다!
최주빈은 5년 동안 같이 야구를 한 자신의 친구를 바라봤다.
대기타석에서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방망이를 휘둘러 보는 사이영, 그런 사이영을 본 최주빈은 피식 웃었다.
‘하여튼 성격 더러운 녀석이라니까. 나나 되니까 녀석이랑 어울려주는 거지 나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저 못난이 같은 표정으로 외톨이처럼 지냈겠지?’
하지만 최주빈은 사이영이라는 친구가 까칠하지만 속은 깊은 친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방망이랑 글러브도 내가 손바닥이 아픈걸 알고 빌려준 거잖아.’
“뭐해, 야구도 못하면서! 투수한테 집중해!”
대기타석에 서있는 사이영이 트레쉬 토크를 걸어왔다.
‘자기 팀에게 트레쉬 토크를 거는 녀석은 사이영, 너 밖에 없을 거다.’
“뭐래? 네가 야구를 못하는 거겠지!”
최주빈은 날카롭게 쏘아붙여줬지만 사실 사이영이라는 친구는 진짜 천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저 녀석이 기고만장해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하!”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미친 녀석을 뒤로하고 최주빈은 투수를 노려봤다.
마침 상대 투수는 2연 타석 안타를 맞아서 기분이 상해있는 상태였는지 처음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던져주었다.
‘손바닥은 아프겠지만 그래도 쳐야지!’
부우우우웅! 까앙!
최주빈이 힘차게 휘두른 방망이는 정확하게 투수의 공을 때렸고 공은 하늘 높이 날아서 담장을 넘어갔다.
최주빈은 사이영처럼 배트를 얌전하게 내려놓고 전력을 다해서 1루로 달렸다.
최주빈이 3루에 도착했을 때서야 평소와 다르게 투수의 공을 때려도 손바닥에 충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안 아프잖아?”‘설마? 내 손바닥이 아프지 말라고 장비를 빌려준건가? 하여튼 쓸데없는데서 친절한 녀석이라니까.’
주빈이 녀석이 공을 치자마자 나는 홈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멍청한 투수녀석이 반쯤 정신줄을 놓고 공을 던지는 순간 홈런을 맞을 거라는거 알고 있었다.
에휴, 나한테나 그런 공을 던져주지 요즘 애새끼들은 경로사상을 몰라요! 내가 이 녀석아! 세계 1차 대전, 세계 2차 대전을 직접 지켜본 사람이다 이놈아!
그래도 주빈이가 투수를 자극하지 않고 살포시 방망이를 내려놓고 죽어라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주빈이 뿐만아니라 진우와 민규도 홈런을 치면 요란한 배트 플립을 하지 않는다.
저 녀석들을 저렇게 키우기까지 내가 얼마나 물심양면 노력을 했는지 저 녀석들을 모를 것이다.
만약 저 녀석들이 프로에 간다고 해도 녀석들에겐 큰 자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 녀석들아! 내가 너희들 어디가서 공 얻어맞지 말라고 가르쳐준거니 나중에도 이 은혜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다음 타석 팀의 4번 타자인 내가 타석으로 들어섰다.
하, 어디 아까전과 같은 공 한번 던져봐라! 아주 그냥 공이 보이지 않게 담장 너머로 날려주마!
나는 약 1890년대에 교본과 다름없는 자세를 잡고 타격을 준비했다.
박해민은 사이영의 타격자세를 보고 골치가 아팠다.
요즘 타격이론에서 가르치는 타격 자세는 척추를 세우고 허리를 활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프로에서 수많은 타자들이 허리회전의 중요성을 많이 역설했다.
하지만 사이영의 타격 자세는 일반적인 타격 자세와는 차원이 다른 요상한 타격 자세였다.
상체를 반쯤 기울여서 몸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놔두는 극단적인 컨택형 타격자세 때문에 사이영의 타구는 장타가 극히 적었다.
‘죽어라고 팀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는 4번을 쳐야한다고 고집만 안했어도 진우와 함께 극강의 테이블 세터진이 완성되었겠지만······.’
박해민은 사이영을 어르고 달래가며 저 요상한 타격폼을 고쳐보려고 했지만 사이영의 타격폼은 고쳐지지 않았다.
신기한건 저런 폼에서도 기가 막히게 안타를 생산해내고 진짜 가끔 홈런도 때릴 만큼 파워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박해민은 어떤 타격자세건 일단은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사이영의 주장에 반쯤 넘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통산 타율 7할이 넘어가는 괴물이 폭풍삼진으로 허무하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헌납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미 3점을 앞선 상태다보니 박해민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뭐, 그럴때도 있지.’
“이영아 고생 많았다.”
허탈한지 털레털레 걸어오는 사이영의 어깨를 두드려준 박해민은 다음 타자의 타격을 구경했다.
하, 메이저에서 22년이나 선수로 활약한 이 몸은 다르게 말하면 메이저에서 22년 동안 타자로 활약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저 투수의 똥볼은 나조차 경험해본 적이 없는 엄청난 똥볼이었다.
분명 떨어진다 생각하고 방망이를 더 낮게 휘둘렀는데 귀신같이 더 떨어지는 공이 있다니!
저런 인재가 메이저에서 던져야하는데!
그야말로 타자의 타이밍을 훔치는 미친 재능임에 틀림없다.
덕아웃에 돌아온 나는 거만하게 앉아있는 멍청이 삼형제를 바라봤다.
마치 원피수의 삼대장이 생각나게 하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녀석들을 보니 기가 막혔다.
“니들 뭐하냐?”
“어? 왔냐? 여기는 안타를 친 타자들만 앉을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이니까 오늘 안타를 못친 멍청이는 저기 구석으로 가서 앉도록 해.”
싸가지 없는 진우 녀석을 묻을 땅을 보러가야겠다.
“이영아, 나는 안타를 쳤지만 너는 못 칠수도 있어. 안타를 못치는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그러니 옆에 앉아.”
아, 민규야 나는 얼른 과학자들이 눈치가 생기는 약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관련 연구에 투자를 하라고 건의해볼게.
“어? 왔어? 나보다 야구도 못하는 친구여! 내가 친 홈런을 봤지? 혹시 똑딱이라 홈런을 모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알려줄게. 투수가 던진 공을 때려서 담장을 넘기는 것을 홈런이라고 해! 무려 모든 베이스를 비울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이지!”
오늘따라 날이 더워서 이 녀석들이 단체로 실성한 것이 틀림없다.
“하! 이 야알못 녀석들과 놀다가는 내 야구지능이 퇴화하고 말거야! 두고봐! 다음 타석에 내가 시원한 홈런을 보여줄테니까!”
이번 경기는 결승전이다보니 투수가 4이닝까지 던질 수 있었기에 나는 최대한 빠르게 공을 던져 타자들을 잡고 내 타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앞선 타석에서 3명 모두 범타로 물러나거나 볼넷으로 출루를 했기에 나에게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똥볼을 던지던 반푼이 투수가 아니라 그럭저럭 칠 맛이 나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올라왔기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까앙!
악! 생각지도 못한 손바닥에 고통이 느껴졌다.
아, 앞선 타석에도 건방진 골든 리트리버 녀석에게 배팅 글러브를 빌려준 걸 깜빡했다.
멍청한 골든 리트리버 녀석! 감히 이 몸의 방망이와 배팅 글러브를 가지고도 안타를 못치다니! 역시 나보다 야구를 못하는 녀석임에 틀림없다.
정말 엄청 오랜만에 느끼는 맨손 타격이었지만 확실한 느낌이 왔다.
이건 홈런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색 공은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 그 존재를 감추고 말았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베이스 러닝을 한 다음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멍청이 삼형제에게 물었다.
“자, 누가 누구보다 야구를 못한다고?”그날 저녁 인터넷에 한 가지 기사가 올라왔다.
[2m리틀아규단 2016 U-12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대전) 우승!]
MVP 사이영(11세) 4타수 3안타 3홈런 1삼진 / 4이닝 무실점 11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