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224화
EP 34-향수병(3)
고작 87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헌터들의 인위적인 집단행동.
그리고 정부를 향한 음모.
“…….”
사실, 그다지 치밀한 계획은 아니었다.
정부가 가장 약한 타이밍을 노려 막무가내 공격을 퍼부은 것일 뿐. 오히려 디테일을 살펴보면 허술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연합노조랍시고 구성된 조직의 간부들은 평소 헌터 인권에 관심도 없던 고위헌터들.
심지어 몇 명은 공천까지 받으려 했던 빠꼼이들이다. 그, 왜, 사회활동 열심히 하면서 이런저런 동호회, 향우회 명함 파려고 얼씬거리는 준정치인들 있지 않은가.
게다가 노조가 주장하는 건 현역헌터들이 반대하는 서울탈환인데, 정작 노조원들의 대부분은 사냥터엔 얼씬도 안 하는 비현역들이다.
추리에 살짝 살을 붙여보면, 아무리 못나도 상위 1%인 현역들을 포섭하기 어려우니까,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현역 헌터들(건설용역, 배달부, 보건소 직원)을 상대로 작업을 친 것 같았다.
그래. 그쪽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감시가 닿지 않으니, 이런 기습작전이 가능했던 게 아귀가 맞는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낸 부실노조는 딱 봐도 ‘나 작전세력이오-’라고 주장하는 수준.
여기까지만 보면 오합지졸이지만…….
“흐음…….”
이놈들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하필 선거철에 깽판을 쳐서 정부가 대응하기 어려운 점.
둘째. 하는 소리가 은근히 정상적이라 대놓고 탄압하기도 어렵다는 점.
마지막으로, 핵심 주장인 서울탈환 결사반대가 여론에 퍼지면, 헌터와 수도권 피난민 사이의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헌터와 피난민들이 제대로 싸우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치적인 분쟁이 아니라 실제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했다.
당연히 그때부터는 대통령 선거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은 하나.
‘뒷감당할 자신은 있길래 이 따위 짓거리를 벌여놓은 것인가?’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결론은 명쾌해졌다.
“……하.”
마침 뒷감당이 가능할법한 인간 하나를 알고 있었다.
* * *
“헛소리군.”
“지사님.”
“젊은 친구가 정치를 오래 하니까 의심병이 들었어? 나 아니라니까?”
공안검사 출신의 前 검찰총장, 前 법무부장관. 前 대통령 권한대행.
그리고 현직 전북도지사이자, 아슬아슬하게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선주자.
원옥분은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밀었다.
“대체 무슨 근거로 나를 의심해?”
“……근거요?”
당신 전과를 스스로 생각해 보라는 의미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거, 국정원으로 항상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알 것 아닌가. 내가 누구랑 수상쩍은 통화 한 적 있든?”
“아니, 국정원으로 정치인 사찰하는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쯧, 괜히 조심했군…….”
“…….”
무슨 말인지 곰곰이 따져보니 지는 했다는 소리였다.
으음. 원옥분 권한대행 시절에 누구랑 통화할 때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피자 배달부랑 치킨 배달부가 매번 같은 사람이었던 게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래서. 범인이 아니시라는 겁니까?”
“나는 생전 전과도 없는 사람이야. 오히려 양 씨가 감빵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지.”
“그건 지사님이 검찰 출신이라-”
“쓰읍…….”
원옥분 지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삐쩍 마른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 툭 두들겼다.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이어졌다. 어눌한 발음이었지만 뜻은 명확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 나는 금도는 안 넘어. 아무리 대통령 해먹고 싶어도 목숨은 안 건다 이거야.”
“……정말이십니까?”
“이렇게 죄 늙어서 대통령 해봤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나? 심지어 나는 이미 해본 인간이야.”
“그러면 애초에 왜 출마를 하셨습니까?”
“내가 좋아서 나가나? 뭐 하러? 나는 그냥 때가 와서 주변에 책임을 지는 거야.”
“책임이요?”
“거, 젊은 놈이 왜 이리 말귀를…….”
그녀는 말이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지, 아니면 자꾸 내게 해명을 하는 모양새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주름진 미간을 꾹 꾹 누르며 두통을 가라앉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나 대통령 만들겠답시고 고생한 인간들이 몇 명인 줄 아나?”
“……아.”
“최소 수백 명이야. 특히 검찰 놈들은 나만 믿고 개백정처럼 칼질을 해댔는데. 내가 피곤하답시고 정계은퇴하면 떼죽음을 당하겠지.”
“…….”
“이제 물어볼 건 다 물어본 것 같은데.”
“……아, 네.”
“그럼 가 봐.”
가볍게 혀를 차고 소파에 기대는 노인의 모습이 유독 무거워 보였다. 정확히는 지쳐 보였다.
여기서 더 그녀를 추궁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아직 석연찮은 점이 남았다.
“그러면 홍근영이는 어떻게 된 겁니까?”
“뭐?”
“홍근영 후보요. 국방당 4번. 이번에 서울탈환 어거지로 주장하면서 사달을 낸 놈 말입니다.”
“뭐긴 뭐야. 정치판에서 병신 처음 봐?”
나는 이 악물고 모른 척하는 그녀에게 구체적인 협박성 멘트를 늘어놨다.
“발뺌하지 마시고요. 그 양반. 지사님이 유재경 때려잡으려고 심어 놓은 히트맨 아닙니까?”
“…….”
그랬다.
신수광의 실각으로 스피커를 잃은 피난민들은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유재경에게 몰려들었고, 이는 상당히 위협적인 수치였다.
그래서 원옥분은 홍근영을 통해 서울탈환 논쟁을 밀어붙이고, 유재경에게 ‘서울탈환 반대론자’ 프레임을 씌워 피난민들 표를 털어내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었다.
“……허, 참.”
세상 다 산 척하던 노인이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본색을 드러냈다.
죽기 직전 노인처럼 소파에 추욱 늘어져 있더니, 통-하고 몸을 튕겨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이제는 몸이 참 가벼워 보였다.
“아, 민간인 사찰은 안 한다면서?”
“정보통이 꼭 국정원만 있는 건 아니라서요.”
“자네 비서 놈인가? 애인인줄 알았더니 애지중지 데리고 다니는 데에 이유가 있었군.”
“글쎄요.”
“양판석이도 비슷한 놈을 몇 명 데리고 다니던데. 왜 나만 그런 놈이 없는지 몰라. 그러고 보니 권한대행 시절 보안사에 몇 명 있었는데 빼올 걸 그랬어. 하필 차재균이가 데리고 다니던 놈들이라 걸렀는데…….”
당황하긴 당황했는지 원옥분은 한참이나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으음.”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유재경이랑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네.”
“뭐요?”
“차기 총리직에 책임총리까지 약속했지. 법제적 분권까지 생각 중이야.”
“저기, 뭐, 당최 무슨……!”
앞뒤를 너무 생략하고 말한 게 아닌가. 원옥분은 내 당황한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왜. 같은 국방당끼리 뭉치는 게 이상한가? 말이 단일화지 사실상 경선 승복이야.”
“그…… 렇습니까.”
말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유재경이 정계에 들어온 이유는 지난 대선 때 원옥분의 뒤통수를 기깔나게 후려쳐서니까.
그때는 자기도 원옥분이 한 방에 갈 줄 알고서 양판석에게 붙었겠지. 하지만 한국 정치판이 어떤 곳인가. 중범죄에 연루되도 예토전생이 가능한 업계 아닌가.
자기가 묻었던 원옥분이 좀비가 돼서 살아 오니까 유재경이 울고불고 발버둥을 치는 건데, 막상 그녀가 먼저 용서해주겠다고 손을 내밀면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금 순진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말이다.
“용서라. 유재경 총리가 아무리 관료 출신이라 해도 그렇지. 그 소리를 믿는답니까?”
“그래서 홍근영이를 써먹은 것 아니야. 똥물 뒤집어썼으니 귀가 얇아지지 않고 배겨?”
“홍근영 뒤에 누가 있는지 알면 눈이 뒤집어지긴 하겠군요.”
“자네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몰라.”
으음. 원옥분, 김두식, 유재경. 3자 구도 대선을 생각했던 예상이 어그러졌다.
양자 구도라면 원옥분이 이기겠군. 김두식 사령관이야 대중적 호감은 있어도 임팩트는 없었으니까.
원옥분도 그걸 아는 모양인지 벌써부터 대통령이 된 사람처럼 행세했다. 설레발친다는 게 아니라, 벌써부터 피곤해 보인다는 뜻이다.
“대선이야 나랑 김 장군이면 모양은 나오겠지. 애초에 청와대가 정치에 관심도 없는 김 장군을 총리직에 데려다 앉힌 이유가 이거였을지도 모르고. 양판석이 얼마나 음흉한 사람인가?”
“설마요. 그건 유재경 총리 내쫓으려고 그런 것 아닙니까. 마침 제주도에서 난리가 났으니 군사 전문가도 기용하고요.”
“나야 모르지. 다만 인사권자가 어디 그거 하나만 보고 하겠어?”
“그러면 단일화를 양판석 대통령님이 의도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요즘 정치판이 어지러워도 3자 구도면 단일화가 필수야. 이회창 시절에 정치하던 사람이니까 모르지는 않겠지.”
“허어…….”
내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원옥분 지사가 심드렁하게 결론을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제서 정부랑 척 질 일이 있겠나?”
“그렇군요.”
완벽한 논리였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대통령은 따 놓은 당상이었으니까.
물론 홍근영을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게 밝혀진다면 치명상을 입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녀는 정부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은 남는다.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이거 뒷감당이 가능한 세력이 또 누가 있습니까?”
이 나라에서 누가 감히 정부를 공격하고도 뒷감당이 가능한가.
오직 검찰을 쥐고 있는 원옥분만 가능했다. 범죄혐의로 기소당하지 않을 테니까. 진상이 밝혀질 즈음이면 당선된 이후일 테고.
심지어 미국 정부가 CIA를 동원했다 쳐도 뒷감당이 안 된다. 내정개입이니까.
그렇게 내가 끝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그녀는 지긋지긋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험하게 살아서 그런 건 이해하겠는데. 사람 좀 그만 괴롭히게.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서 노인을 겁박하면 쓰겠어?”
“보통 노인이 아니라서 그렇지요.”
“이 정도 말했으면 내가 아니라는 걸 알 테니 변명은 그만하지. 다만, 모든 인간이 뒷감당을 생각하는 건 아니야.”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원옥분이 말했다. 노회한 정치가의 눈빛이 아니라, 이제는 칼자국으로 흐려진 베테랑 공안검사의 눈빛이었다.
“모든 사달이 치밀한 계획 때문에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소리야.”
“…하면.”
“뒷감당을 생각 못 할 정도로 멍청하거나. 절박하거나. 독하거나. 이 셋 중 하나지.”
“……”
“되도록 범인은 빨리 찾아주게. 별 미친놈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지면 판이 꼬이거든. 자네나 나나 쌍놈인 건 맞지만, 우리는 적어도 생각이라는 건 하는 동물들 아닌가?”
* * *
“초인차별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헌터협회 돌려줘라!”
“돌려줘라! 돌려줘라!”
부산 정부청사 앞 대로변.
열댓 명의 헌터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흔한 시위대와 다를 바 없는 모습. 커다란 피켓을 몸에 두른 게 아니라 허공에 둥실둥실 띄워놨다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반면, 그들을 둘러싼 경찰의 모습은 실로 삼엄했다. ‘경찰’이 아니라 ‘경찰 병력’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헬멧과 방패로 중무장한 전경들이 대오를 이뤘고, 그 숫자는 시위대를 둘러싸 일반 도로와 철저하게 격리시킬 정도였다.
심지어 저어 뒤편 살수차 위에는 경찰 간부까지 현장에 나와 소리치고 있었다.
이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현장에 기습방문했다는 보고를 받고 기절한 뻔한 경찰청장의 다급한 조치였으나. 시위대는 알 턱이 없다.
당연히 나도는 말들도 좋지 않았다.
“참, 나. 몇 명이나 모였다고 경찰이 이렇게 몰려왔대요? 테러리스트라도 된 기분이네.”
“일종의 무력시위 아닐까요. 부담스럽게 만들어서 집에 보내려고…….”
“와……. 참 무서운 정부다. 어제 우리가 시위했던 거 TV에 안 나왔다면서요? 단톡방에 보니까 정부가 언론 통제했다던데.”
“맞아요. 맞아.”
“예전에 쌀값 동결 땐가. 암튼 농부들 시위했을 때도 그랬잖아요. 물대포 쏴서 사람 기절했는데 뉴스에도 안 나오고…….”
“그런데 간부들은 어디 갔대요? 오늘 어디 위원장 온다고 그랬는데 안 나오네.”
“아까 아침에 사진만 찍고 갔어요.”
“아…”
어제 난동을 피운 헌터들과는 달리, 이들은 선동을 목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시위꾼이 아니라 단순 집회자들이었다.
불만은 있었으나 폭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헌터로서의 힘이 강하거나, 비교적 부유하지도 않은 비현역 헌터들이다.
그러나 급하게 동원된 전경들이 보기에는 그게 그놈이었다.
전경들의 방패 대오 사이로 온갖 말들이 오갔다. 주로 공포가 담긴 말들이었다.
“와. 무섭습니다. 저렇게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빡치면 헐크 되는 거 아닙니까?”
“헐크는 무슨. 어제 계란 던졌는데 방패 찌그러진 거 못 봤냐? 괴물이야. 괴물.”
“계란을 던지긴 왜 던져? 받아먹어야지. 나 같으면 보도블록에 묻은 거 핥아 먹었겠다.”
“……저희 작은 아버지네 농장에서 이번에 조류독감 때문에 생닭 죄다 파묻었지 말임다.”
“봐봐. 전 국민이 같이 고생 중인데 누구는 세금 좀 올렸다고 계란이나 처 던지고 지랄이냐고. 하. 씨팔. 귀족노조네.”
“어제 한승문 안 왔으면 누구 죽었을지도 몰라, 저것들. 멀쩡해 보여도 눈 뒤집히면 누구 목 돌아가는 거 한순간이다.”
“우리 한승문 때문에 끌려 나온 거 아닙니까? 방순대장님이 오늘도 한승문 뜨면 인사하겠다고 정복 입고 나왔던데 말임다.”
방패를 든 전투경찰 대부분이 징집된 20대 초반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해 헌터들을 모욕하며 작게 시시덕거렸다.
흔한 모습이었지만, 헌터들의 청력이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보세요.”
“네, 네?”
“그쪽. 나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예?”
“당신이 뭔데 나더러 괴물이라 그러냐고.”
시위대에 있던 헌터 하나가 전경에게 다가갔다.
전경들이 웅성거렸다. 어제 폭력사태를 경험한 공포심 때문에 몇 명은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무, 물러나세요!”
“……!”
그 모습을 본 헌터의 속이 끓었다.
폭력이 싫어서, 괴물이라 하는 게 싫어서, 사냥터에 얼씬도 안 하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초인들이 차별받는 현실 때문에. 그런데도 협회란 기관은 대기업 종노릇이나 하는 현실 때문에 집회에 나섰다.
그 집회에서도 괴물 취급을 받으면 사람이 화를 안 낼 수는 없는 거였다.
“이……!”
보도블록 몇 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헌터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통제할 정도로 훈련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전경들도 그저 징집됐을 뿐, 훈련받은 경찰은 아니었다.
“저, 저리 가라고!”
“뭐? 이 새끼가 진짜!”
“꺼지라고!”
전경 하나가 파들파들 떨면서 헌터를 방패로 세게 밀쳤다.
퍼억, 헌터가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찍음과 동시에, 전경의 방패가 반으로 접히며 으스러졌다.
“아악!”
“민성아!”
그리고 그 방패 속에 전경의 팔도 같이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피가 튀었다.
보도블럭에도. 방패에도. 옆에 서 있던 전경의 헬멧에도. 작은 핏방울이 맺혔다.
“어. 어어…….”
헌터가 차마 고의는 아니었다는 말도 못하고. 허옇게 질려서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
공포에 질린 전경 하나가 방패를 휘둘렀다.
방패 모서리로 대충 머리 쪽을 때렸다.
그 정도는 해야 무시무시한 헌터를 제압할 수 있다고 느껴서였다.
그러나,
전경은 정신계 초능력자가 일반인보다 약간 나은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퍼억-!
빨간 피가 보도블록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