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EP - HERO
북한에서 돌아온 감기자는 대뜸 온갖 사진을 뭉텅이로 내게 건넸다. 얼빠진 표정으로 수북히 쌓인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가 거침없이 말문을 튼다.
“장전읍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곳도 몇몇 있더군요. 모두 북한에서 난 장기를 해외로 수출하는 운반책으로 추정됩니다.”
“…….”
“사실…… 단체의 수나 규모를 보면, 한국인 실종자들에 비해 너무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북한 민간인들이 주요 수급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헌터를 취급하는 곳은 극히 일부일 거고요. 물론 아직은 추정에 불과합니다만…….”
왜일까.
추측이 추측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이 일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뇌리에 스쳤다.
이건 일종의 본능적인 경종이었다. 그렇게밖에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나도 초능력자이긴 초능력자인 모양이다.
하나, 여기까지 닿은 이상 이제는 멈출 수 없다. 나는 한참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갈라진 목소리는 내 심정처럼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채원 양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초능력자입니다.”
“……대충 짐작은 했습니다.”
감기자와 피채원은 차재균의 생체실험을 밝혀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들에게 또다시 비슷한 역할을 요구했다.
“……수사, 시작하세요.”
판도라의 상자를 열라고.
* * *
“후우…….”
하얀 입김이 담배연기처럼 솟아올랐다.
여도연은 날카로운 눈매로 허공에 흩어지는 연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흑갈색 코트 주머니에서 츄파춥스를 하나 꺼내 문다.
까득 -
까드득 -
사탕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쿠크다스처럼 부서졌다. 여도연은 으스러진 플라스틱 막대기를 공원 쓰레기통에 퉤 뱉어버리고서는, 새로운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그렇게,
은은하게 빛나는 공원 가로등에 기댄 여인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고서 험상궂은 얼굴로 하염없이 사탕을 깨부수는 것이었다.
“…….”
살짝 불쾌하다. 평소처럼 사탕을 씹었더니 그 딱딱한 게 가루처럼 으스러진다. 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게 아직 적응되지 않았다. 좋냐 나쁘냐 묻는다면 좋은 편이겠지만, 이따금 살짝 불쾌할 때도 있는 것이다.
사람은 갑작스런 변화를 기피하는 생물이었으니까.
“후우…….”
복잡미묘한 한숨에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또다시 그런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다. 차갑고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때.
하나, 여도연은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좋냐 나쁘냐 묻는다면 아쉽다고 답할 것이다. 무엇이 아쉽냐고 묻는다면 감히 짚을 수는 없지만, 옛날의 자신이 조금 그립다는 느낌 정도는 답할 수 있다.
“…….”
세상이 너무도 많이 변해버렸다.
물론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자꾸 옷 벗겨서 링 위에 내보내려던 코치, 승부조작 없으면 게임을 못하는 등신 새끼들, 격투기 선수 얼굴이랑 몸매만 좋아하던 각박한 바닥.
그녀가 평생토록 매달린 꿈의 실상이 그러했다. 부딪히고, 도전하고, 노력하고, 대가리 깨지도록 들이받아 봐야 돌아오는 건 차가운 비웃음 뿐.
실패한 인생이다.
그녀의 20대는 그러했다. 찬란하게 빛나던 10대의 꿈이 사그라지고, 이리저리 부딪히고 시달리다 결국 꿈을 포기하게 되어버린 어중간한 애어른.
그러나 아홉수라는 게 거꾸로 찾아왔는지 세상이 뒤집히더라.
“……참, 나.”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서른 살의 그녀는 대한민국의 치안관이다.
경찰공무원 직제로 치면 경무관이고, 일반공무원 직제로 치면 3급 부이사관이다. 그리고 실제 권력을 논한다면 대한민국에서 100명, 아니, 50명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세상이 어쩜 이리도 허탈하게 뒤집힐까. 별 볼 일 없는 실패자가 영웅이 되고, 20대 청년이 나라의 중추가 되고, 운 좋은 이들이 백만장자가 되는 세상이라니.
여도연은 뒤바뀐 세상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였다. 하나, 세상이 좋게 바뀌었다고는 빈말로도 말할 수 없다.
“…….”
헌터들만 노났지 보통 사람들은 죽어나가는 세상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인류의 3할 이상이 죽어버린 세상이다. 좆같은 새끼들이 기어나와 개좆같은 짓거리를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번영하고 있다.
여도연은 부산의 도심을 묵묵히 걸어갔다. 보도블럭 깨지지 않게 사뿐사뿐 걸었다. 극한까지 발달된 청력은 온갖 백색소음을 선명하게 감지했다.
“고구마-3만 원! 전라도-국산 고구마! 따뜻하고 맛있는-고구마!”
“여러분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있습니다! 불우한 난민들을 도웁시다! 따뜻한 손길을 조금만 나눠주십시오!”
“아, 예, 팀장님. 지금 잠깐 부산 나와 있습니다. 예. 예? 3팀이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초인지원청 들려서 지원요청, 네! 네! 끊습니다!”
“자기야. 로또 살래? 1등 각성제 준다는데? 에이, 한 번 해보자. 아, 당첨됐다고 나 버리면 안 된다?”
심드렁한 눈빛이 노상을 가득 매운 인파를 스친다. 검은 코트를 입은 사냥꾼 하나가 바뀐 듯 바뀌지 않은 부산의 도심을 거닌다.
불과 전장을 떠돌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피로 지은 사회는 이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세상은 지금이 밤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다.
“…….”
서른 살이 되니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워졌다. 시대와 자신 사이의 미묘한 괴리가 생긴다. TV에서 처음으로 자신과 나이가 똑같은 아이돌을 본 기분이다.
그 대신 이제는 많은 것을 안다.
괴수를 죽이는 방법. 사람의 죽음을 견디는 방법. 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방법.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싸울 용기를 내는 방법.
그러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괴수보다 무서운 사람이 있는 이유. 선한 사람들이 서로 싸우게 되는 이유. 올바른 정의가 바로서지 않는 이유. 정치인이 필요악을 저지르는 이유.
“…….”
아직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은데 벌써 서른이라니. 아무것도 안 바뀐 것 같은데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 있다.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가 참 힘들다.
세상에 괴물이 나타나고, 수많은 영웅들이 괴수와 맞서 싸우고,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이제서는 자기들끼리 장기를 훔쳐 팔아버리고.
온갖 지랄과 개지랄이 판치는 세상에서 그녀는 결국 개인에 불과할 뿐이었다. 영웅 노릇 좀 해보나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세상이 너무나도 빨리 변해 버린 탓이다.
그러나 그런 하루를 견딜 수 있는 건,
“……여보세요? 어, 엄마. 으응. 나야 잘 지내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탓이다.
* * *
쿵.
쿵.
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춘식의 목소리다.
“이보세요! 협회장님! 안에 계신 거 아니까 좀 나오세요!”
어두컴컴한 집 안. 잔뜩 어질러진 방 안에는 텅 빈 약봉투가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홍선아는 익숙한 그 목소리에 뒤집어쓴 이불을 더욱 여몄다.
“협회장님……? 아! 진짜! 언니! 좀 나와봐! 야! 홍선아! 밥은 좀 처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이 미친년아!”
홍선아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럴수록 김춘식의 목소리는 더 거세어졌다.
“내 말 안 들려? 아! 그래?! 그러면 이유라도 좀 들어보자! 대체 왜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데! 응? 어? 어. 어라!? 부, 부협회장님? 아, 아니, 설 부협회장님이 여긴 대체 어떻게…….”
바깥에서 잠시 소란이 일고, 얼마간 침묵이 이어졌다가, 결국 강렬한 파쇄음이 들려왔다.
콰직, 문고리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녹슨 경첩이 열린다. 누군가 조심스레 집 안으로 들어왔다.
“……홍선아 협회장님?”
김춘식이다.
“저 진운입니다. 괜찮으세요?”
김춘식이 다가와 이불을 들춰내자, 홍선아는 잽싸게 이불을 움켜쥐었다. 하나 김춘식은 측은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밥은 제대로 드셨습니까?”
“…….”
“……참, 나.”
김춘식이 허탈한 표정으로 홍선아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는 아이러니한 듯 미소 지으며 말을 잇는다.
“저번에는 제가 산골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협회장님이 은거하시면 어떡합니까.”
“…….”
“저번에 저 꺼내주셨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가 꺼내드려야 하나요?”
홍선아는 답이 없다.
어두컴컴하고 쓰레기장 같은 방 안에, 한참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김춘식은 문득 홍선아의 머리카락이 이전처럼 빛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불꽃이, 꺼져 버린 것이다.
“…….”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필히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었기에, 김춘식은 잔잔하게 웃으며 저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예전에, 저 지리산에 박혀 있을 때. 저 꺼내주시면서 죽은 사람 보이니, 어쩌니, 그러셨잖아요.”
홍선아가 처음으로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그 이상의 반응은 없다.
“……예. 맞습니다. 무지하게도 많이 보이던데요.”
“…….”
“근데요. 저는 못 구한 사람들이 아니라. 제가 죽인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 사람 많이 죽였습니다. 일흔 다섯 명 정도 죽였어요. 동대문에서 1년 동안. 직접.”
“…….”
“어차피 학교에서 숨어사는 캠프였으니 괴수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죠. 깡패들. 광신도들. 성범죄자들. 그중에는 제가 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 담임 선생님이셨던 분도 계셨죠. 저랑 제…… 뭐냐…… 친구들은, 사실 괴수보다는 사람을 더 많이 죽였을 겁니다.”
“…….”
“그래서 우리 동대문 캠프가 서로 끈끈한 겁니다. 살인을 같이 하던 사람들이니까요. 좁은 학교에서 700명이 1년 동안 살아남으면서. 온갖 못 볼 꼴 다 보면서 살아남았으니까요.”
“…….”
“근데 재밌는 게 뭔지 아십니까? 우리가 지키던 사람들. 우리가 무찌르던 사람들. 서울 폭주때 전부 다 죽었습니다. 이제는 그때 동대문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채 서른 명도 안 됩니다.”
“…….”
“압구정 캠프는 1231명 모두 생존해서 탈출했다더군요. 저는 사실 그게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그러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렇게 이끌지 못했을까. 매번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도려내다가. 결국-”
“그만.”
홍선아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앞에는 설진운이 있었다.
소년은 담담하게 미소 짓고 있다.
“그래서 제가 지리산에 틀어박혔던 겁니다. 남은 사람들이 아무리 찾아대도 몇 달동안 혼자서 목검이나 깎고 있었죠.”
“…….”
“그런데 누님이 절 거기서 끌어내주신 겁니다. 피해서 이루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서 헌터 아카데미에 가고, 그러다가 유럽으로 갔지요.”
“…….”
“유럽에서는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나중에는 훈장도 받긴 했는데, 글쎄 파리 한복판에 웬 거인 한 마리가 툭 떨어져서는…….”
설진운은 한참동안 미소 지으며 유럽에서의 경험담을 풀어냈다. 홍선아는 초췌한 낯빛으로나마 고개를 들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설진운이 문득 시계를 확인했다.
“너무 늦었군요. 나머지는 내일 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때까지 밥은 좀 챙겨 드십쇼.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소년은 그러고서 홀가분하게 떠나 버렸다.
어둑한 방 안에 홍선아 혼자 남아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깨진 거울 파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
삐쩍 마르고. 다크써클은 짙고.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한 것이, 참으로 볼썽사납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의 모습을 직시했다. 더 이상 김춘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문득 배가 고팠다.
홍선아는 무기력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설진운이 떠난 자리에 놓여 있는 비닐봉다리를 발견했다.
설진운이 지리산에 은거하던 시절, 자신이 자주 사다주고는 했던 치킨 브랜드였다.
홍선아는 부스럭거리며 비닐을 가져와 내용물을 확인했다.
“…….”
본죽이었다.
* * *
난세가 끝났다.
영웅들의 시대가 끝났다.
이제는 정치가들의 치세다.
그리고 어둑한 사무실에 정치인 하나가 앉아 있었다. 한승문의 표정은 어두웠다. 새벽 3시. 핸드폰이 울렸지만 뤼미에르의 연락조차 받지 않은 채다.
“…….”
그가 들여다보던 건 감 기자의 보고서.
북한의 장기밀매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있는 폭탄이었다.
스륵 -
스르륵 -
떨리는 손길로 넘긴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짙은 죽음과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비참한 죽음들이 그 속에 담겨 있었다.
정치가는 고민한다.
악을 무찌르고 정의를 가져올 영웅이 될 것인지, 혹은 피범벅을 무릅쓰고 번영과 평화를 이끌어낼 초인이 될 것인지.
“…….”
각성제의 제조비법을 노린 한국인 헌터 사냥. 그것이 본질이 아니었다. 장기거래 시장의 규모는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태였다.
수만數萬.
해맑은 어린아이. 인자한 노인. 희망에 찬 신혼부부. 이들을 모두 합치면 4명이다.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특별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거래되는 것은 그 수십, 수백, 수천 배가 넘는 이들의 생명이다. 북한 정권은 인민의 목숨을 팔아치우며 배를 불리고 있었다.
한국 헌터를 노린 건 그중 극히 일부다. 확실한 피해자는 전부 합해서 12명. 주요한 용의자는 대충 3개 세력. 아마 북한 정권은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는 아주 긴밀하게 친한 사이였으니.
그러니 북한이 내세우는 주력상품은 민간인들의 장기였던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외국의 환자들이나, 자질구레한 생체실험이 필요한 나라, 기업들에게 보내졌을 터이다.
그리고, 그 장기의 일부분은 남한으로까지 흘러들어왔다.
하긴, 가족이 위독한 재벌들이 얼마나 다급했겠는가.
그래.
이해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있어.
당장 나라도 가족이 위험했다면 그리 안 했을 거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판매자는 북한이고 재벌들은 구매자 아닌가.
심지어 지금의 재벌들은 예전의 족벌 카르텔이 아니라, 순수하게 나라의 곳간을 채워주는 사업가들이었다. 게다가 국민당의 주요 후원자이기까지 하다.
괜히 그들을 건드려봐야 나라 경제만 파탄난다.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고통받는다. 국방부와 외교부를 비롯한, 아니, 어쩌면 양판석까지도.
그래서 북한을 조사하지 말자고 주장했던 걸지도 모른다.
합리적인 주장이다.
이유는 많고, 근거도 타당하다.
어차피 리용수는 곧 모든 책임을 지고 사형된다. 그리고 알레스카에서 평안한 노후를 보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착한 남한 정부가 되어 인민들을 해방시키고 앞으로 북한을 잘 가꾸어 나가면 된다.
그러니,
이 사건은 여기서 묻는 게 맞다.
더 이상 파고들지 않고.
은폐하는 게 맞다.
“…….”
그런데.
어째서 이리 손이 떨릴까.
대체 왜 나는 이번 상황을 뒤집어버릴 한 방을 고심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왜 멀쩡하게 잘 굴러가던 나라를 뒤집어 버리려고 계획하는 것일까.
“…….”
대체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선 위를 걷고 있다. 내가 그은 선이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간곡한 읊조림이 무정하게 흘러나왔다.
“내가 내 마음을 모르겠다. 채원아.”
“…….”
“……내가, 내가 어떻게 해야겠니.”
어두운 새벽.
관저의 사무실.
어두컴컴한 새벽 5시까지 내 곁을 지키던 피채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참으로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시든.”
“…….”
“같이 갈게요.”
SIDE EP
HERO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