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0화 (130/172)

새로 마탑주 아벨의 보좌관이 된 제로가 아벨의 연구실을 찾았다.

아벨의 연구실에는 온통 나나와 관련된 물건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동생 사랑도 참 대단하시다니까.’

마탑주가 된 아벨은 여전히 시공간의 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공간의 틈은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오갈 수 없는 곳으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연구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간 사이에서 거대한 문이 보였다.

아벨은 그 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푸른색으로 된 문에 이상하게 금이 가 있었다.

제로가 아벨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탑주님, 이번에도 시공간의 틈을 여시는 데 실패하신 겁니까?”

“그래. 역시나 인간은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더라고.”

“이번에도 말입니까? 정말 열 수는 있는 겁니까?”

제로의 말에 아벨은 문을 응시하며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로, 넌 그 소문 들어봤어?”

“무슨 소문 말입니까?”

“슬라데이체가 인간이 아니라 마족이라는 소문.”

“에이, 그래도 그건 소문…….”

그때 마주친 아벨의 붉은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제로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물었다.

“소문이…… 아니었습니까?”

“정확히는, 헛소문만은 아니지.”

아벨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문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헛소문만은 아니더라고요?”

아벨의 붉은 눈동자가 마족의 것처럼 섬뜩하게 빛났다.

제로는 아벨에게서 어쩐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탑주님. 그래도 금지된 마법은 안 됩니다. 아시지요?”

“당연하지. 누굴 바보로 알아?”

나른하게 어깨를 으쓱인 아벨은 평소 제로가 모시는 마탑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보다 나나가 필요하다고 부탁한 건 다 해줬지?”

“예. 그동안 해왔던 연구에서 부수적으로 얻어낸 수확이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 잘했네. 이 기회에 다 쓸어버려야지.”

아벨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쓰레기들 때문에 괜히 우리 막내 데뷔탕트 구경하는 거 금지당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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