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1/172)

“슬라데이체 공녀, 그 얘기는 아직 이르구나.”

세라피나 황후는 애써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 이야기는 폐태자의 신원이 검증되고 난 뒤에야 논의될 수 있는 것이니.”

“제가 너무 급히 이야기를 꺼냈네요.”

나는 황후의 말을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면 칼릭스 전하의 신원이 확실해지고 난 뒤에 원래의 신분으로 복위해 주시겠다는 의미군요?”

“그 이야기는…….”

“원래 칼릭스 전하께서 폐위된 이유는 저주 때문이었지 않나요? 저주가 해결되었으니 당연히 황태자위를 돌려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황후의 입매가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쉬이 입을 열지는 못하고 있었다.

‘황태자의 정통성은 칼릭스에게 있으니까.’

본래 황태자 자리는 칼릭스의 것이었다. 저주로 유폐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제 저주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 한 번 잘못하면 판이 뒤집힐 수도 있지.’

황후가 입술을 닫고 있는 사이, 조급해하던 황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슬라데이체 공녀, 무례하다! 아무리 공녀라지만, 황태자 자리는 섣불리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야.”

때마침 황실 소속 마법사와 신관들이 연회장에 도착했다.

황비가 마법사들을 보며 강압적으로 말했다.

“꼼꼼히 살펴보거라. 마도구의 제작자가 마탑주인 만큼 알지 못하는 술수를 써두었을 수도 있으니.”

거참, 너무하시네.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말하고.”

하지만 마도구를 검증한 마법사들은 내가 예상한 대답을 들려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아주 획기적인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일반적으로 기운을 검증할 때 쓰는 양식과 동일합니다.”

“보통 이런 검증용 마도구를 쓸 때 기존의 마법진을 적용해 놓았다면, 다른 수작을 부릴 수 없는지라…….”

황비가 주먹을 꽉 쥐었다.

물론 긴장한 사람은 황비만이 아닐 것이다.

“이 정도면 칼릭스 전하의 신분을 믿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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