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필체가 좀 익숙하네.’
나는 정보 길드장의 편지를 유심히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착각인가?’
그래도 그동안 계속 기다렸던 사업파트너가 돌아왔다니 무척 반갑긴 했다.
‘그동안의 잠수를 선물로 때우려 하다니. 당장 가서 따져야지.’
갑자기 사업파트너가 사라져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때 황태자가 묘한 말투로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야?”
“아아, 제 사업파트너예요.”
“들어보니까 너한테 무슨 선물을 보냈다던데. 그렇게 친한 사이였어?”
“조금은요?”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악연이었지.’
시간이 지나서 미화된 게 틀림없다.
“아니다, 오히려 사이가 좀 나빴던 것 같아요.”
“나랑 더 친한 거 맞지?”
“당연하죠! 그 못된 인간보단 전하랑 백배 천배 더 친해요!”
황태자가 기분 좋은 듯 배시시 웃었다.
“나도 나나랑 제일 친해. 나나가 제일 좋아.”
꼬리가 있으면 빙빙 돌릴 것 같은 무해한 대형견의 미소 같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오해하나?’
현재 사교계에서는 황태자비로 내가 낙점되어 있다는 얘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듯 나는 황후의 보호를 받고 있었고, 황태자는 나만 졸졸 따라다녔다.
특히 그 소문에 불을 지핀 건 차가운 황태자가 나한테만 웃어준다는 거였다.
‘그건 진짜 이해가 안 간다.’
황태자가 예전의 순둥이는 상상도 안 갈 만큼 키도 덩치도 커진 건 사실이다.
가끔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 무해한 대형견은 어디 갔나 싶을 만큼 냉하게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황태자가 얼마나 순한데.’
세라피나 황후의 엄한 교육 때문에 소문이 잘못 퍼진 게 틀림없다.
“전하, 그래도 나중에는 이런 얘기 조심하세요.”
헤헤 웃던 황태자가 놀라며 물었다.
“왜?”
“그야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네가 곤란하려나?”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럼 앞으로 조심할게.”
황태자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황태자를 위로하듯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오해하는 사람들 잘못이니까요.”
황태자의 표정이 밝아진 걸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그 남자 만나러 가?”
“네. 파트너가 갑자기 선물을 보냈으니 켕기는 게 있단 뜻이겠죠? 혼내주러 당장 가야겠어요!”
나는 불끈 주먹을 쥐며 황궁을 떠났다.
황태자는 내가 떠나기 전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