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5화 (125/172)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붉어졌다.

“뭐, 뭐 하는 거야?”

“왜, 우리 정식 파트너잖아. 아니야?”

정보 길드장은 너무 자연스럽게 제 입술을 떼어냈다.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런 행동을 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저쪽이 날 너무 수상한 사람 보듯이 보는 듯해서.”

“응?”

정보 길드장은 정중하게 내 손을 내려놓으며 빌리언에게 말했다.

“나나와 이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면, 어느 정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나?”

나는 빌리언과 정보 길드장을 번갈아 봤다.

‘아아, 영지 대외비라서 빌리언이 경계해서 그런가?’

빌리언과 정보 길드장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서렸다.

“……예, 그렇지요.”

먼저 항복한 것은 빌리언이었다.

“아무튼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전염병이 도는 듯합니다.”

“전염병이요?”

“예, 증상을 확인해 보니 창백한 여름이라는 전염병 같습니다.”

창백한 여름은 여름철마다 오는 흔한 전염병 중 하나였다.

“아직 퍼지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예, 성녀님께서 아시고 협조해 주신다면 이번 전염병은 무사히 막을 수 있을 듯합니다. 에슈힐트 백작가에서 조사한 문서를 대공저로 보내드릴까요?”

“그러면 저야 좋지요. 고마워요.”

큰 피해가 오기 전 빨리 알아내서 정말 다행이다.

“빌리언 에슈힐트 공자,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러면 연락 기다릴게요.”

“저…… 그러면.”

빌리언이 잠깐 머뭇거렸다.

“공녀님께 편지를 보내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보내도 되죠.”

서로 전염병을 막으려고 협조하는 데 편지를 쓰지 않으면 어떻게 일을 진행한단 말인가?

너무 당연한 소리를 묻길래 고개를 갸웃거리자, 빌리언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었다.

“사실…… 공녀님의 가족분들께서 공녀님께 편지를 보내면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엄포를 놓으셔서.”

“……저희 부모님이요?”

“예.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공녀님께 꽃을 바치기 위해 보내려 했지만요.”

꽃을 보낸다는 건, 귀족들의 말로 무도회 파트너 제안을 한다는 의미다.

“아, 내게 꽃을요.”

“예, 혹시 파트너를 정하셨습니까? 역시 황태자 전하와…….”

“아아,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이번 데뷔에 오빠들과 파트너를 할 예정이라서요.”

“아, 그렇군요.”

수줍게 말한 빌리언이 볼을 붉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슬라데이체에 꽃을 보내놓겠습니다.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제 이름을 떠올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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