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172)

소녀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에이든은 스스로를 질책했다.

‘이 미친놈.’

아무래도 제 고백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놀란 얼굴조차 무척 귀여웠다.

“제 고백이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하지만 저도 첫눈에 반한 것은 처음인지라.”

에이든이 쑥스럽다는 듯 붉어진 귓가를 만지작거렸다.

“혹시 이름을 알려주시면-”

“아니.”

딱딱한 목소리가 에이든의 말을 잘랐다.

“내 동생한테서 떨어져.”

거친 손길이 소녀의 앞에 있던 에이든을 확 밀어냈다.

갑자기 소녀와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은 에이든이 눈을 매섭게 치켜떴다.

그런데-

“쥬테페 슬라데이체?”

에이든은 또래였던 탓에 슬라데이체의 둘째, 셋째와 자주 비교당하곤 했다.

그래서 모를 수가 없었다.

“바이칼로스에선 이딴 식으로 예절을 가르치나 보지?”

쥬테페의 빈정거림에도 에이든은 머리가 정지된 것처럼 버벅거렸다.

“네놈의 동생이라고? 그러면 설마 이쪽이.”

“그래, 내 동생이다.”

쥬테페가 제 뒤로 소녀를 숨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어쭙잖게 수작질 부릴 상대가 아니란 건 알겠지?”

소녀는 나나 슬라데이체.

리미에를 사사건건 방해했다는 나쁘고 천박한 평민 여자애.

‘그 애가 저렇게 예뻤다고?’

에이든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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