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95/172)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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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로스는 발칵 뒤집혔다.
황실의 수사를 막기 위해 온갖 소란이 벌어졌다. 그것 때문인지 바이칼로스 저택엔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 혼란 속에서 피아르는 모든 일의 원흉인 에이든을 찾았다.
“리미에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러냐.”
피아르가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그런 줄 알면 리미에한테 좀 더 잘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평소 리미에하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달려들던 에이든치고 지나치게 심드렁한 태도였다.
“설마 너 지금 그 평민 계집애 생각하고 있는 거냐? 우리 리미에를 두고?”
그러자 에이든이 회색 눈동자를 시퍼렇게 번뜩였다.
“평민 계집애라 하지 마라.”
“뭐?”
“그 앤 정식 슬라데이체 공녀야.”
피아르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지만, 에이든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모욕한다면 너라도 가만있지 않겠어.”
“……이게 돌았나.”
피아르는 지금 눈앞의 에이든이 제 쌍둥이가 맞기는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여자라고는 리미에밖에 관심 없던 놈이.’
슬라데이체 공녀를 만나고 오더니, 나사가 빠진 것처럼 굴고 있다.
“너 리미에가 그 계집애 때문에 울었던 거 기억 안 나? 대체 그 계집애가 뭘 어쨌길래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굴어. 세상에 널린 게 그런 계집애야.”
하지만 첫사랑의 충격은 에이든을 크게 변하게 했다.
“그러게, 결혼이 있네.”
에이든이 헤실헤실 웃었다.
“슬라데이체 공녀, 아직 약혼자가 없지?”
바야흐로, 바이칼로스의 멸망이 앞당겨지던 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