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크게 못 내긴 무슨.”
“…….”
“충분히 시끄러워.”
그렇게 말하던 폐태자가 눈썹을 찌푸리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뭐, 뭐지?!”
왜! 왜!
얼굴을 밀어낼 생각도 못 하고 눈을 꾹 감았다.
“너……. 오늘 뭐 했어?”
“네, 네?”
“……너한테서 내가 안 좋아하는 냄새가 나.”
냄새……?
나, 난 또 뭐라고.
‘냄새…… 맡는 거였구나.’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른다.
“아, 아마 황태자 전하께서 쓰는 제비꽃 향유인가 봐요!”
민망함에 더 해맑게 대답하는데 폐태자가 입매를 비틀었다.
“되게 즐거운가 봐?”
“……왜, 왜요, 문제라도……?”
“다른 사람 향기를 묻혀놓고 와선, 너무 즐거워 보이길래.”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매우 날카로워진 분위기에 기분이 이상해져 어색하게 웃었다.
“에이, 짐승도 아니고 다른 사람 향기 묻는 게 왜요. 그걸 누가 신경 쓴다고-”
“신경 써, 난.”
폐태자의 눈빛에 날 선 감정이 올라왔다.
“넌 내 사람이니까.”
내 사람.
‘전에는 친구도 아니라더니!’
그래도 조금 그와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요? 제가 전하 사람이에요?”
“그래. 나 같은 거한테 왜 네가 붙어 있는진 몰라도.”
폐태자가 담담하게 내 손을 가져갔다.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폐태자는 자신의 손과 차이가 날 정도로 작은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픽 웃었다.
“그러니 너한테도 나 하나였으면 해.”
그의 목소리에서 묘한 씁쓸함이 묻어났다.
“저, 저도 전하 하나예요!”
“……거짓말.”
“진짜예요! 가족들을 빼면 저한테 친구라고는 전하밖에 없는걸요!”
물론 난 새로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하지만 상단 일로 바빴던 데다, 일이 자꾸 꼬이는 바람에 내 교우 관계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그가 묘하게 떠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 알아.”
“에이, 그건 주기적으로 답장해 줘야 하는 거고. 제가 좋아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는 전하뿐인걸요.”
그때 폐태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묘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좋네.”
그가 묘하게 배부른 맹수처럼 느른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
오늘따라 폐태자가 이상하다.
‘뭐랄까, 분위기가 좀…….’
위기감에 빠져 질투하는 것 같달까?
‘내가 황태자랑 친해져서 친구를 빼앗길까 봐 그런가?’
하지만 좀 이상한 건, 나도 그의 변한 태도에 평소처럼 행동하지 못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