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밌는 구경거리를 두고 있어서 더 맛난 거 같았다.
“슬라데이체 공녀.”
제릭의 음산한 눈동자가 핏발이 선 채 나를 향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습니까?”
“모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비참하게 몰아서 이득을 봐야 했냐는 말입니다!”
제릭은 악을 쓰듯 주먹을 꽉 쥐고 쾅! 식탁을 내려쳤다.
식탁 위에 올려진 접시가 덜컹 위로 오를 정도로 거셌다.
“어차피 영애는 로고스의 비단 사업을 가져가 봐야 제대로 하지 못할 겁니다. 그게 어떤 사업인데.”
놀란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이미는 제릭을 바라봤다.
“그럴 바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끝냅시다. 공녀는 진짜 추잡하고 더러운 게 뭔지 하나도 모르나 봅니다.”
제릭은 우두둑 손의 뼈마디를 풀며 협박했다.
“더러운 꼴 보기 전에 잘 끝냅시다.”
“나나 슬라데이체 곤녀야.”
“원래 궁지에 몰리면 쥐새끼도 무는 법입니다. 지금 제 눈에 그딴 게 보일 것 같습니까? 더 더러운 꼴 보기 전에-”
막 제릭이 날 위협할 듯 팔을 들 때였다.
“더러운 꼴?”
누군가 제릭의 어깨를 잡아채 바닥으로 강하게 내던졌다.
“으윽, 이건 또 무슨.”
레스토랑 의자에 부딪힌 제릭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을 던진 남자를 올려다봤다.
“베, 벨리알 공자? 그리고 쥬테페 공자?”
“내 이름 아네? 그런데도 내 동생한테 그랬던 거야?”
쥬테페가 천사처럼 빙긋 웃었다.
제릭이 바짝 긴장했다.
슬라데이체의 두 형제는 아주 악명높았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몰라.’
제릭은 방금 전의 흥분을 잊고 비굴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벨리알 공자님. 이 상황은 잠시 오해가-”
“벨랼! 쥬빼!”
나는 딱 시간 맞춰 도착한 벨리알과 쥬테페에게 일렀다.
“저 남자, 나나 효빱해쏘(저 남자, 나나 협박했어).”
“뭐?!”
“글구 때리려꼬 해쏘! 이케(그리고 때리려고 했어! 이렇게)!”
일부러 꼭 주먹도 쥐고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벨리알은 분노하다 못해 음산해졌고, 쥬테페의 미소는 더욱 차가워졌다.
‘그러게 어린애를 협박하다 못해 힘을 쓰려 해?’
내가 가장 못 참는 쓰레기가 수틀린다고 약자를 건드리는 놈이다. 그런 놈들은 모두 주신님 곁으로 보내줘야 했다.
“이딴 게, 감히 도토리를 건드리려 했다고?”
벨리알이 발로 제릭을 톡톡 치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형, 적당히 밟아. 나머진 내가 처리해 줄게.”
쥬테페가 나를 보며 천사처럼 예쁘게 웃어 보였다.
“나나, 이 쓰레기 놈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난 망설이지 않고 외쳤다.
“마니마니 혼내조!”
벨리알은 기다렸다는 듯 제릭의 멱살을 쥐어서 들었다.
주변이 벨리알의 격분한 마기로 일렁였다.
제릭은 한 대 맞기도 전에 파랗게 질려서 벌벌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