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욘하지. 나나 두 본 사랐다니까(당연하지. 나나 두 번 살았다니까)?”
‘어차피 소매치기들이 가는 길이야 뻔하지.’
첫 번째 삶, 난 이런 곳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 지갑엔 슬라데이체 가문의 문양이 각인되어 있으니 장물로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여기.’
대신관이 쪼르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날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먹고 살려면 도둑질도 해야지.”
“아냐. 나나 차케서 대신간초롬 그론 짓 안 해쏘.”
“난 빌린 거다. 한 100년 정도 빌린 거지.”
우리는 그걸 훔친 거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내가 대신관을 착잡한 눈으로 보며 유난히 소란스러운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돈 한 푼 들어 있지 않은 이딴 지갑을!”
“그, 그래도 팔면…….”
“이 문양 좀 봐! 이건 귀족 지갑이라고! 장물로 팔기가 얼마나 까다로운 줄 알아?”
뒷골목의 깡패가 신경질 내며 내 지갑을 멀리 던졌다.
대신관이 요령 좋게 내 지갑을 잡아챘다.
“…….”
“…….”
그리고 태연히 내게 내밀었다.
“아들, 선물.”
“오차피 나나 꼬쟈나!”
깡패가 우리를 노려보았다.
“……너흰 또 뭐야.”
그는 이번엔 소년을 향해 윽박질렀다.
“덜떨어진 게 뒤에 꼬리까지 붙이고- 윽!”
깡패의 흉악한 손이 소년을 때리려던 순간, 공중에서 강제로 멈췄다.
깡패 주위로 금색 신성력이 선명해졌다.
대신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뻗고 있었다. 그런 대신관의 손에서 신성력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피후견인. 자, 이게 신성력 변환이라는 거다.”
신성력으로 변한 밧줄이 깡패를 벽에 강하게 처박았다.
콰앙! 쾅!
연속으로 머리를 부딪친 깡패는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오…….”
“난 두 번 안 가르치니까, 한번 보고 잘 배워둬라.”
하품 섞인 태도를 보면 대충하는 것 같은데.
‘근데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신성력을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사제는 여럿 본 적 있다. 벨리알을 공격한 사제들도 그런 사람들이지.
하지만 이 정도로 손쉽게 사용하는 건 처음 본다.
‘리미에도 저렇게까진 못 썼어.’
침이 저절로 꿀꺽 삼켜졌다.
“대신간 대단하구나.”
“이제 알았냐.”
“……아, 그러셔.”
갑자기 칭찬해 준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
그때 깡패가 쓰러지자마자 희게 질린 소년이 바로 엎드렸다.
“사, 살려주세요!”
대신관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소년을 지켜보았다.
딱히 소년에게 무엇을 할 생각은 없었다.
딱 보아하니 깡패가 시켜서 소매치기를 한 것 같았고.
그래서 소년을 그냥 보내주기 위해서 손을 흔들려던 찰나였다.
“제,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이래 봬도 나름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저희 본진의 사무실 자물쇠도 미리 따놨고요! 그 매, 맨날 오는 귀족분 이름도 다 알아뒀고요.”
“……응?”
그 말에 발을 옮기려던 나와 대신관이 우뚝 멈춰 섰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씨익 웃었다.
“조기,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드러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