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5화 (65/172)

얼마 뒤, 난 다시 주방을 찾아갔다.

“오셨습니까. 공녀님.”

주방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은 얼굴로 날 반겼다.

“소식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손에는 색다른 게 들려 있었지만.

슬라데이체 신문이었다.

“그 중화제를 공녀님이 상용화를 시키셨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신문 치워죠, 부끄러워…….”

말이 신문이지, 저건 대공님의 찬양문이잖아!

저걸 슬라데이체의 대부분의 공국민이 봤다니. 난 부끄러워서 한동안 침대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쥬테페가 저걸로 날 얼마나 놀려먹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다행이었다.

‘대공님의 팔불출로 내 생각보다 커피가 더 빨리 대중화되었으니까.’

불행 중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원…….

원두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자 싼 가격에 원두가 판매되기 시작됐고, 평민들도 드디어 흥미를 가지고 커피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슬라데이체의 천재 공녀님!”

……나의 쪽팔림만 제외하고 상황은 조, 좋았다…….

“나나, 커피 파라서 사업하 꼬야.”

나는 주방장의 칭찬을 슬그머니 모른 척하고 말했다.

“주반잔 그니까 나나 도와주 쑤 이써?”

“공녀님을 도울 수 있다면 저야 영광이지요. 돕겠습니다. 무엇을 하면 되지요?”

“커피에 우유를 너어보 꺼야.”

“호오……. 어떤 우유를 말입니까?”

“……응?”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방장은 자리를 뜨더니 커피 한잔을 타 왔다.

그리고 나에게 평범한 차가운 흰 우유, 데운 우유, 가루 우유, 산유 등 여러 가지 우유를 가지고 왔다.

“우유는 이렇게 다양하게 있습니다. 어떤 우유를 타볼까요?”

“……그로게.”

생각해 보니 우유의 종류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잖아?

같은 우유라고 해도 농도가 다르기도 하고.

“하나씩 다 넣어보자!”

“좋습니다!”

주방장과 나는 그렇게 호기롭게 우유를 하나씩 다 넣어보며 커피를 마셔봤다.

그리고 결과는.

‘대실패-!’

하나같이 부족했다.

밍밍하거나, 너무 시거나.

난 아쉬운 표정으로 놓인 소파에 벌렁 누우며 고민했다.

‘큰일이네. 웬만한 우유는 다 써본 거 같은데.’

안 써본 우유라고 하면…….

‘역시 스팀밀크겠지?’

하지만 스팀 밀크는 수증기를 넣은 우유다. 당연히 이곳에는 없는 개념.

스팀 밀크 기계는 당연히 없고.

그러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주반잔!! 호씨 요기 그고 이쏘?”

“네?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루미클!”

루미클. 신전 보육원에서 일부러 수프나 빵을 과하게 부풀리기 위해서 쓰던 요리 기구였다. 뜨거운 수증기를 빠르게 집어넣는 기구였는데.

‘스팀 기구처럼 아주 빠르게는 못 넣지만!’

비슷한 맛은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주방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주방 어귀에서 작은 루미클을 가지고 왔다.

“이거 말씀이라면 쓰지는 않지만 있습니다만.”

“그고! 한번 써보자!”

“이, 이거를요?”

주방장은 내 성화에 일단 알겠다며 루미클을 깨끗하게 닦아왔다.

그리고-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