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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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화원은 슬라데이체 대공저에서 가장 외진 정원이다.
‘거기에 연구할 게 있나?’
나비 조각상을 넘어갈 때였다.
“이걸 어쩌면 좋지.”
한 남자가 편지 한 장을 쥐고 울음을 삼켰다.
저 사람이 식물학자 데네브 씨 같았다.
난 살금살금 그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왁!”
“으악!”
놀란 데네브의 손에서 편지가 팔랑~ 하고 떨어졌다.
난 서둘러 편지를 집어 들어 읽어 내렸다.
[네 가족은 우리 손에 있다.]
가까이 보니, 협박 편지였다.
[당장 빚을 갚거나, 네가 헤로웨일 백작가로 옮기지 않는다면 네 가족의 안전은 없다.]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다니!
내가 편지를 찬찬히 읽고 있을 때, 데네브는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누구…….”
데네브가 경악했다.
“대, 공녀님?!”
“이고……. 무순 일이야?”
데네브는 내게 사정을 설명해도 괜찮은지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협박 편지를 든 난 데네브의 눈을 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데네브, 슬라데이체 가소리야. 나나 곤녀밈이니까 도아 조야 해(데네브 슬라데이체 가족이야. 나나 공녀님이니까 도와줘야 해).”
“공녀님…….”
데네브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니까 이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