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적어놓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간판을 보고 흐뭇해하고 있을 때, 뒤에서 풋 하고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쥬테페가 입을 막고 있었다.
“반금 우서찌(방금 웃었지)!”
“어. 그걸로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심으로?”
뭐야. 평소에 하는 거짓말을 지금은 왜 안 하는 건데.
“쥬빼 나나가 몰 하려는지 모르쟈나!”
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다 있다고!
하지만 쥬테페는 ‘아. 그래?’ 하고 무시하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흐음.”
쥬테페는 심부름센터를 보면서 피식, 피식 웃었다.
화가 난 나는 입을 새 부리 모양으로 삐쭉 내밀며 쥬테페를 가리켰다.
“쥬빼 첫 손님미야!”
“뭐? 내가 왜?”
“칭구니까.”
원래 개업 날에는 친구가 첫 손님인 법이야.
쥬테페는 이게 뭐야 하는 얼굴을 했지만, 이내 한숨을 쉬며 앉았다.
“동맹이니까 해주는 거야. 뭐 할 건데.”
“……구로게.”
생각해 놓은 바가 있긴 하지만, 그걸 쥬테페에게 하기엔 조금…….
내가 고민을 하자 쥬테페가 한숨을 쉬더니 먼저 제안을 했다.
“그러면 안마해.”
아닛. 여기서 나의 주특기가 나오다니.
나는 10살쯤 안마가로 꽤나 돈을 벌었었다.
‘그 실력이 어디 가진 않았겠지.’
흠흠. 그 생각을 하며 얼른 쥬테페의 어깨를 조물거렸다. 온 힘을 당해 조물거리는데 쥬테페의 어깨가 흔들렸다.
난 얼른 안마를 끝내고 쥬테페를 보았다.
“어때!”
“……잘하네.”
왜 눈에 눈물이 맺혀 있지.
쥬테페는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금화를 더 꺼내 건네며 말했다.
“대신 돈 내줄 테니까 형한테도 가서 해줘.”
벨리알한테?
마음에 들었나?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먼데?”
“형한테 형보다 내가 더 좋다고 말해.”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거절했다.
“그곤 시로. 고짓말이자나.”
“금화 이만큼 줄게. 다 선불.”
쥬테페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니 황금빛의 아우라가 펼쳐졌다.
나는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여부가 이게씀미까, 고갱밈.”
벨리알, 미안해……. 난 돈에 눈이 멀었어…….
우연인지 운명인지 벨리알을 찾으러 가는 길에 벨리알과 딱 마주쳤다.
“벨랼!”
난 벨리알의 손을 잡고 정원으로 이끌었다.
“벨랼 나나가 안마해 주께!”
“안마?”
벨리알은 순순히 내 손길에 따라와 주었다.
난 벨리알의 어깨를 엄청 열심히 통통 두들겼다.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것이 나의 신조였다.
벨리알의 어깨가 쥬테페 때처럼 흔들리는 거 같지만 착각인가.
“야, 이거 간…… 흡.”
“벨랼 모라구?”
“간지럽, 아니, 크흡, 큭……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벨리알의 몸이 자꾸 움찔움찔 떨렸다.
“시언하지?”
“당연……. 당연하지. 흡, 흐하하. 간지럽, 아니. 시원하다, 시원해.”
귀가 빨개진 벨리알이 이제 몸을 꿈틀거렸다.
벨리알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는 거 같은데 정말 착각 맞나…….
안마를 끝내고 난 벨리알의 앞에 섰다.
쥬테페가 선불을 주고 시킨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였다.
“저기 벨랼, 할 말 이쏘.”
“뭔데?”
날 보는 벨리알의 순수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벨리알. 내가 금화에 널 팔았어.
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나나, 쥬빼가 벨랼보다 조아!”
그 말을 하자마자 호다닥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맞는다!’
벨리알이라면 분명 ‘이 쥐방울만 한 게 뭐라는 거야!’ 하면서 때릴 거야! 다정하지만, 성격…… 나쁘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낌새가 없었다.
결국 슬그머니 손을 내리고 눈 한쪽만 빼꼼 떠보았다.
“베, 벨랼?!”
벨리알은 어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마치 충격받은 사람처럼 말이다.
“벨랼…… 혹시 상처받아쏘……?”
그런 벨리알의 표정은 처음이었기에 나도 놀라서 벨리알의 뺨에 손을 챡 가져다 대었다.
“벨랼! 벨랼!”
벨리알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벨리알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종종걸음으로 벨리알을 쫓아갔지만, 내 짧은 다리로 쫓아갈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벨랼 앞에!”
앞에 나무가!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벨리알은 나무도 보이지 않는지 거기다 대고 꿍- 하고 머리를 박았다.
나뭇잎이 후두둑 떨어져 벨리알의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걸 뗄 생각도 안 하고 비척비척 다시 걸어가는 벨리알이었다.
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발을 굴렀다.
“오또케!”
벨리알이 이상해졌어!
그 순간 풀밭에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우씨!’
난 웃음소리가 들리는 쪽의 풀을 촤악- 하고 걷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쥬테페가 거기서 배를 감싸고 땅을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청량하게 웃는 건 예뻤지만, 벨리알을 보고 비웃는 거라는 점에서 감점이다!
“쥬빼!”
그를 부르자 쥬테페가 나무 위에 훌쩍 뛰어내렸다.
“아, 웃겨. 오랜만에 재밌는 걸 봤네. 네 심부름 센터, 내 예상과 달리 아주 훌륭한 것 같아.”
“쥬빼! 오쩔 꼬야! 벨랼 이상해죠쏘!”
난 쥬테페의 옷자락을 잡아 흔들며 말했다.
쥬테페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 모습이 더 기분 나빠!
“어쩌긴 뭘 어째? 가서 해명이라도 하든가. 형한테 돈 받고 팔았다고.”
“그게 마리 대? 벨랼한테 두 번 충격 주릴 이쏘(그게 말이 돼? 벨리알한테 두 번 충격 줄 일 있어! 더 이상해지면 어떡해)!”
“그러면 형한테 가서 이야기해. 이제 나보다 형이 더 좋다고.”
“머! 그건 더 마리 안 대쟈나! 이미 쥬빼가 더 조타고 말해눈데! 누가 미더!”
이놈 자식, 이놈 자식.
내가 더 열심히 옷자락을 흔들자, 쏙 옷자락을 빼낸 쥬테페는 이내 천사같이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그럼 두 배.”
“머! 나나 하나따니까 무슨 소리야(뭐! 나나 화났다니까 무슨 소리야)!”
“그럼 세 배.”
“머!”
“그럼 다섯 배. 주기로 한 거에 다섯 배 줄게. 가서 형한테 사과하고 와. 형이 더 좋다고 하면 금방 기분 풀릴걸.”
“그런 거루 풀릴 리가 업쟈나.”
“열 배. 더 이상은 못 줘. 사과할 거야, 말 거야?”
“……쥬빼 고갱밈. 사과하구 인증까지 바다오게씀미다. 이버눈 금하로 주셔야 함미다?”
난 자본주의의 노예였다.
쥬톄폐는 이 사태를 예견이라도 했듯 그 자리에서 금화를 건네주었다.
“자. 이제 됐지? 화 풀어.”
난 금화를 하나하나 세다가 쥬테페의 말에 고개를 팩 돌리며 말했다.
“대긴 머가 대. 쥬빼, 오해하지 마. 쥬빼 칭구라서 바다준 거야(되긴 뭐가 돼. 쥬테페. 오해하지 마. 쥬테페 친구라서 받아준 거야). 아직도 화났어.”
친구 아니었으면 짤 없어. 돈도 안 받고 화도 안 풀었을 거야.
아니…… 돈은 받고 화도 안 풀었을 거야.
쥬테페는 피식 웃었다.
“바보같이. 친구는 무슨.”
하지만 그 웃음은 신기했다.
지금까지 쥬테페가 보여준 가짜 웃음과는 달랐고 그동안 비아냥거리던 것과도 달랐다.
마치 진짜 얼굴 같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쥬테페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쥬테페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뭐야. 뭐 묻었어?”
“싱기해소.”
“뭐?”
“쥬빼. 우서쏘.”
“안 웃었어.”
“우서쏘. 고짓말.”
“안 웃었다니까.”
“나나눈 차케서 쥬빼처럼 고짓말 안 해.”
“야!”
앗. 화났다.
난 금화가 잔뜩 든 주머니를 짤랑짤랑 흔들며 ‘와~ 쥬빼 화났다~’ 하며 자리에서 동동 떠났다.
‘벨리알이나 보러 가야지.’
걱정되니까.
벨리알은 수련장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수련장에 갔다가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오셨지만…… 대련도 안 하시고 가던데요.”
그 말에 쿠궁. 하고 무언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듯했다.
‘베, 벨랼이 대련도 안 하고 가다니.’
진짜 충격받았나 봐.
내가 미안해, 벨리알! 잘못했어!
내가 받은 돈을 전부 간식으로 사 먹을 각오를 하고 벨리알 방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