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뗀 대공님이 어둑해진 눈으로 말했다.
“넌 이제 누군가를 지킬 만큼 강하다. 너에 대한 보고를 사용인들도 기사들도 말하더군.”
벨리알은 눈을 홉떴다.
“제 이야기를 듣고 계셨습니까.”
“당연하다.”
대공님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고 벨리알을 보며 말했다.
“넌 내 아들이니까.”
벨리알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있다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날 보았다.
얕은 미소를 지은 벨리알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사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벨리알이 잠시 뒤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버지.”
가주님이 아닌 아버지라는 호칭.
대공님은 고개를 들어 벨리알을 보았다. 이런저런 감정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만족한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악수해!”
잠시 고민하던 벨리알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떨리는 손끝을 대공님이 잡았다. 멀리 앉아 있어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난 이번엔 팔을 활짝 펴고 말했다.
“이제 포옹!”
둘 다 얼굴이 굳어서 고개를 저었다. 마치 그건 싫다는 얼굴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나가 안아 주께!”
의자에서 폴짝 내려가 둘을 한 번에 끌어안았다.
내 포옹에 둘은 어쩔 수 없이 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몸에 닿는 이 따뜻한 온기가 기뻤다. 마치 진짜로 한 가족이 된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안 싸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헤헤 웃으며 둘을 올려다보았다.
대공님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벨리알은 내 손을 잡았다.
거기서 끝났으면 모든 게 참 좋았으련만…….
“내일은 나랑 노는 거다.”
대공님이 벨리알을 휙 쳐다보았다.
“왜지. 내 딸은 내일도 나랑 놀아야 한다.”
“아버지는 오늘 놀지 않았습니까.”
“충분히 놀지 않았다.”
둘 사이에 약한 스파크가 튀었다.
난 멍하니 둘을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사이가 좋아진 건 좋은데 왜 그런 걸로 싸우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