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공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쥬빼는뇨?”
“그 아이는 오늘 수업이 있다.”
수업이라고?
벨리알이 훈장을 받는 시점에서 수업을 받는다고 안 오다니. 견제가 분명했다.
벨리알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 녀석이 올 리가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 괜찮습니다.”
벨리알은 이미 쥬테페의 성격을 빤히 꿰고 있는 듯했다.
난 지금 쥬테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며 박수를 멈추었다.
난 훈장을 받은 벨리알이 가신들과 대화하는 틈을 타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방으로 돌아가서 마저 로자리오에 대해서 고민하려고 할 즈음 복도에서 의외의 인물과 조우했다.
쥬테페였다.
어딘지 모르게 날것의 느낌이 나던 표정에서 쥬테페는 날 보자마자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안녕.”
“안넝.”
왠지 어색해 쥬테페를 피해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쥬테페는 그런 내 앞을 막아섰다.
“형의 훈장 수여식 보고 오는 길이야?”
“웅.”
그니까 비켜 줄래. 옆으로 더 가면 조각상이 있으니까 더 이상 못 막겠지.
하지만 쥬테페는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거기로 피하려고 하자 조각상을 바닥에 떨어뜨려 깬 것이다.
난 깜짝 놀라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쥬테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
“이런, 실수했네.”
“…….”
저게 어딜 봐서 실수야.
하지만 그 소란에 사용인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아기 사제님, 아니. 우리 공녀님. 괜찮으세요?”
“쥬테페 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그래. 그냥 바람이 세게 불어서 쓰러진 것뿐이다.”
선한 사람처럼 웃으며 상황을 무마한 쥬테페는 자리를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난 무언가 마음에 켕기는 게 생겨 처음으로 쥬테페를 따라가 물었다.
“오디 가?”
“글쎄. 우리 동생이 나랑 안 놀아주니까 공부하러 가야지?”
“쥬빼 나나하테 무러보지도 아나쟈나?”
“그럼 나랑 놀아줄 거야?”
“아니.”
쥬테페가 비스듬히 입가를 올렸다.
“벨리알한테는 놀아달라고 쫓아다녔으면서.”
“쥬빼항테 그러묜 쥬빼 나나 가지고 놀 거자나. 마치 애안돈물초럼(쥬테페한테 그러면 쥬테페 나나 가지고 놀 거잖아. 마치 애완동물처럼).”
완전 정곡을 찔렸는지 쥬테페는 날 내려다보았다. 청량한 녹금안색의 눈이 빛났다.
왠지 여기서 더 선을 넘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 나도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곤부 욜심히 해. 재미옵겠지만(공부 열심히 해. 재미없겠지만).”
쥬테페는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갔다.
난 그 짧은 사이에 쥬테페의 손을 보았다.
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던 건지 손바닥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