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딱 젖은 날 보고 소피아, 쥬디, 그리고 베카는 깜짝 놀랐다.
세 명은 서둘러 날 씻기고 말리고, 다른 예쁜 사제복을 입혀 주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벨리알의 겉옷을 발견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이건 둘째 공자님의 옷이네요?”
“오또케 아라쏘?”
“이 단추는 벨리알 님만 쓰시거든요.”
그 말과 함께 소피아는 다리미로 벨리알의 옷을 말끔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음 날, 소피아가 가져다주겠다는 걸 난 폴짝폴짝 뛰면서 말렸다.
“나나가 가따 주께!”
그 모습에 오늘도 ‘귀여워!’ 하고 외친 소피아가 옷을 건네주었다.
“그러면 잘 다녀오세요!”
친절하게 위치도 알려줘서, 난 편하게 벨리알의 방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벨리알은 방에 없었다.
‘도서관에 있으려나.’
그런 생각으로 흠흠- 거리며 도서관으로 갔지만, 날 기다리는 건 벨리알이 아니었다.
“내 동생이네?”
쥬테페와 그의 시종이었다.
그를 한 번도 도서관에서 본 적이 없었기에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쥬테페를 바라보았다.
쥬테페가 시선을 내려 내가 안고 있는 책을 보았다.
“그건 형이 좋아하는 거네. 벨리알 만나러 왔어?”
“……그러씀미다.”
“그래? 형은 여기 없는데.”
그러며 쥬테페는 한 책을 꺼냈다.
책을 볼 생각으로 온 건가?
“쥬빼, 책 봄미까?”
“응. 마침 잘됐네. 우리 동생한테는 이걸 줄까 했는데.”
그러며 쥬테페는 나한테 책을 하나 내밀었다. <구스타부스의 서>였다.
“…….”
실존하는 책 중에 가장 어려운 책으로 불리며 아직도 제대로 해독한 사람이 없는 책.
‘정말 악독하다.’
이렇게 은근히 사람을 꼽 준다니. 보통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쥬테페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나, 이 책 조아해!”
“그래? 어느 부분을 제일 좋아하는데!”
“구스타부스가 주신밈 몽소리 드꼬 넌쿨 자른 부분”
콕 집어서 제일 어려운 장면을 말했다.
쥬테페는 잠시 굳었다가 웃음을 지었지만, 눈은 여전히 웃고 있지 않았다.
‘역시 무서운 사람.’
개인적으로 절대로 적으로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아아…… 우리 동생이 꽤 똑똑하네.”
그런 말과 함께 내 손에서 <구스타부스의 서>를 빼앗아 간 쥬테페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달을 뽑아내 엮어낸 은사 같은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그 아래의 녹금안이 빛났다.
“똑똑한 우리 동생한테 말해줄 게 있는데. 우리 형이 재밌는 거 꾸미러 가거든. 혹시 알고 있니?”
벨리알이…… 뭘 꾸미러 간다고?
벌써부터 안 좋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저런 쥬테페가 말할 정도라면…….
난 쥬테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옷을 꼭 쥐고 뒤돌아 달려갔다.
벨리알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