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172)

“허?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었거든.”

쥬테페는 그 말에 별다른 반응 없이 웃으며 제 형을 봤다.

웃고 있지만 전혀 싸늘한 눈빛을 보며 벨리알은 얼굴을 구겼다.

“넌 인간도 동물로 보는 거냐.”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하지만 전 장난감 하나로 슬라데이체가 변하는 꼴은 못 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셋째는 자리에서 일어서 창문을 보았다.

대공은 냉정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리 사리 분별을 잃어버린다니.

대공으로서 실격이었다.

“그 장난감을 싸고돈다던데 노망이 나신 게 틀림없겠죠. 실베리안 훈장을 두 개나 내리다니. 그것도 외부 입양아에게. 제정신이 아닌 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 나이에 노망이라니 그것도 웃기군.”

벨리알이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그가 서늘하게 속삭였다,

“가주 자리를 내어주기 싫다면, 압박을 해야 하는 게 응당하죠.”

그러며 벨리알을 돌아보았다.

“형님, 도와주실 거지요?”

“웃기는 소리.”

가주 자리를 두고 싸우는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를 도와준 적 없었다.

하지만 벨리알은 처음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네가 날 도발해서 굴러 들어온 돌을 빼내려는 건 알겠지만, 이번만 넘어가 주지.”

“감사하군요.”

“그냥 날 인정 안 하다고 노래를 불렀던 대공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보고 싶을 뿐이다.”

그 꼴이 마음에 안 들었다.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그렇게 싸고돌면서 대단한 취급을 하다니.

그다음 날, 슬라데이체의 두 가주 후보는 나나가 있는 제도로 내려갈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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