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172)

엥? 내가 언제 주방에 오더를 내렸지.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문 사이로 눈만 내밀고 보았다.

주방장과 주방 사람들이 처음 보는 하인과 싸우고 있었다.

골똘히 보고 있는데, 나와 같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줄 베카가 귓가에 속삭여 줬다.

“이번에 새로 고용된 하인 중 한 명인 것 같습니다. 주방으로 배정된 모양이군요.”

아하. 최근에 하인들을 들였구나. 근데 그 사람들 사이에서 왜 내 이름이 나오고 있는 거지?

물론 난 음식에 호불호가 아주 많기 때문에 주방장에게 내 간식 리스트를 적어서 보낸 적이 있다.

하인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새 공녀님께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투르칼이 얼마나 비싼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

“모를 리가요. 하지만 공녀님이 시키셨다니까요. 공녀님은 투르칼을 푹 익히고 싶어 하셨습니다.”

“……공녀님이 투르칼을 좋아하시지.”

얼핏 들어서는 정말 맞는 말이었다. 난 투르칼, 그니까 양파와 비슷한 재료를 구워 먹는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난 굽는 걸 좋아한다니까? 거기다 그게 간식에 들어갈 재료는 아니잖아?

난 볼을 부풀렸다.

‘지금 내 이름을 판 거네?’

상황이 이해가 갔다.

저 하인, 지금 혼나기 싫으니까 모든 걸 다 내 탓으로 돌리고 있는 거다.

결국 난 주방으로 당당하게 들어섰다.

“무승 일임미까?”

내 등장에 주방장과 하인들이 당황했다.

“곤녀 와쓰니까 해바. 나나가 무슨 지시 내렸는데?”

난 팔짱을 끼고 내 이름을 팔던 하인을 올려다보았다.

“이 녀석이 오늘 만찬에 들어갈 투르칼을 전부 못 쓰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굽다 못해 물이 배어 나오는 상태로 만들었더군요.”

“그, 그건…… 공녀님이 저번 식사에서 투르칼을 날것으로 넣으니 드시기 힘들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렇지요?”

하인은 내가 등장하자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으응? 나나가?”

내 눈치를 힐끔 보는 하인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었다.

“오늘 쓸 투르카, 디저트 재료 아님니까?”

“아니요. 공녀님.”

“구러면 셔벗에눈?”

“들어가…… 지 않습니다.”

투르칼은 익히면 양파, 익히기 전에는 허브 역할을 하는 채소다.

주로 익히지 않은 상태로 갈아, 차가운 디저트에 넣기도 한다.

“나나가 디저트에 익힌 투르카 너으라구 해써?”

결국 주방장이 씩씩거리며 하인을 끌어냈다.

“이 녀석은 당장 해고할 겁니다. 공녀님. 자격 미달에,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다니!”

“죄송합니다!”

해고라는 말에 하인은 갑자기 내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공녀님을 너무 생각한 나머지 충심이 지나쳤습니다. 주방장님과 다른 요리사들이 공녀님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저라도 시킨 대로 하려던 것뿐이었습니다”

뻔뻔하네.

얼핏 들으면 내가 시킨 것처럼 들린다.

“부디 해고만은 거둬주십시오!”

심지어 주방 인사권을 가진 주방장의 결정인데도 내게 매달리다니.

“있자나.”

난 하인을 쳐다보며 또박또박 물었다.

“나나 아라?”

“네, 네?”

“나나는 아저씨 처음 바. 아저씨한테 멀 시킨 적도 업서. 근데 왜 곤녀가 시켰다구 자꾸 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나 사친하려구?”

하인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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