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172)

다행스럽게도 브루클린 백작령까지 내려갈 필요는 없었다.

브루클린 백작은 근처에 있는 브루클린 별장에 임신한 아내와 같이 지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별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배, 백작님. 큰일 났습니다!”

서둘러 방에 들어가자 죽어가는 백작의 아내가 보였다.

이미 그의 아내는 분만을 시작했던 것이다.

“진통을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피가 너무 납니다. 상황이 너무-”

백작 부인의 곁에 붙은 의사와 산파 모두 어두운 표정이었다.

백작 부인은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불렀다. 온몸이 아픈 와중에도 그녀의 눈빛만은 최선을 다 해 백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브루클린 백작이 눈시울을 붉히며 아내에게로 달려갔다.

“여보! 내가, 내가 사제님을 데려왔어. 그러니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시오.”

“아니에요. 저와…… 아이는 이미……. 하아…….”

진통의 아픔을 견디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부인이 날 보았다.

백작 부인은 금발에 녹안이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난 서둘러 도도도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근사한 사제님. 괜찮습니다. 전 이미 제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제 뱃속의 아이라도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그녀는 아직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님미다. 주신미가 허라카지 안았슴미다.”

주신은 가혹한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게 신전에서의 가르침이다.

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사제의 축복을 받고 가다니 전 무척 운이 좋아요. 제 운이 제 아이에게까지, 닿는, 다면.”

그 말이 너무나도 서글프게 들렸다.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이 사람의 고통이 끝나기를.’

그리고 가능한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따뜻한 흰 빛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

‘내가 치료하지 못해도.’

제발 내 신성력이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싶어.

제발.

간절한 바람이 기도가 되었다.

물론 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아…… 아…….”

짧은 신음을 내쉰 그녀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배를 잡았다.

기적이 일어났다.

“아, 아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보, 조금만 더 힘을 내보십시오! 내 머리를 붙잡아서라도-”

그녀가 고개를 들자 브루클린 백작이 주위의 의사를 재촉했다.

“의사! 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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