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172)

“뭐?”

“그 암벽 안에 엄청난 다이아몬드와 마력석들이 박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벽이 매우 얇고 돌이 물러 새로운 항로를 뚫을 수 있다고…….”

황비는 기절할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떠올린 생각에 안색이 더욱 새파래졌다.

“그럼 운디네 해협은? 해협에는 어떤 것도 없느냐?”

그녀는 운디네 해협을 손에 넣고 마정석 매장량 조사와 착굴을 명했다.

이제 결과를 기다리던 중인데.

시녀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느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하얗게 질린 황비가 비틀거렸다.

운디네 해협을 사기 위해서 그녀는 바이칼로스 공작에게 무려 120억 벨의 60퍼센트를 빌렸다.

이마를 부여잡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시녀장에게 물었다.

“어, 얼마에…… 얼마에 그 지역을 매입한 거지?”

그 말에 시녀장이 눈치를 살피다 천천히 말했다.

“100…… 벨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도 장난 같은 금액이다.

‘사전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듯이.’

황비는 숨이 막히는 듯 아무 말도 못 하고 팔걸이만 꾹 잡았다. 그러다 리미에를 노려보았다.

“영애! 나에게 사기를 친 것인가?”

황비의 말에 리미에가 사색이 된 채 한 남자의 뒤에 숨었다.

“황비님.”

“공작!”

그 남자는 바이칼로스 공작이었다.

“그것이 왜 리미에의 잘못입니까? 결정은 하신 건 황비님입니다.”

“그건……!”

“황비님.”

바이칼로스 공작이 싸늘한 표정으로 황비를 보았다.

“이제 제 돈을 어찌하실 셈이십니까.”

“그건 영애가 정보를 잘못 전달해서 생긴-”

“돈은 빌려 가신 건 황비님이십니다. 리미에는 도움을 드리고자 정보를 드린 것일 뿐. 리미에도 황비님을 위해 쓴-”

하지만 리미에는 서글픈 얼굴로 제 아버지의 소매만 잡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넌 괜찮다. 아무 말 안 해도 돼.”

바이칼로스 공작이 상냥한 표정으로 리미에를 토닥인 뒤 황비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제가 그 돈을 융자해 드린 건 그 마정석이 나오는 지역을 구매하시라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됐군요.”

그는 리미에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뒤를 돌았다.

황비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기서! 지금 이 사태를-!”

리미에를 잡으려 했지만, 바이칼로스의 두 공자가 그 손을 막았다.

“쯧, 황비님이라 하여도 성녀님을 마음대로 잡으실 수는 없죠. 안 그런가요?”

“맞습니다. 체통을 지키시죠.”

‘이, 이 능구렁이 같은 새끼들이……. 감히!’

리미에는 먼저 발을 떼며 ‘난 괜찮아’라는 옅은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황비를 보지 않았다.

“그러면, 주신의 가호가 있길 바랍니다.”

뒤를 살짝 돌아 그리 말한 바이칼로스 공작은 황비 궁을 나섰다. 황비의 자금줄 하나가 끊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막대한 빚을 지게 생겼다.

거대한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진 것에 황비는 감정을 수습할 수 없었다.

저년이 감히 자신이 성녀라 말하며 믿으라 해서 철석같이 믿었건만…….

마치 미래를 본다는 듯 이야기했으면서 틀리다니!

결국 이번 사건으로 손해를 본 건 황비뿐이었다.

“아악!”

황비는 분을 못 이겨 책상에 놓인 것들을 쏟아 내렸다.

그래 봤자 그녀의 손만 아플 뿐, 120억 벨은 돌아오지 않았다.

‘용서하지 않겠다, 바이칼로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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