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가로수길에 위치한 신사동 주민 센터,
근방이었다.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
게이트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한점에서 시작된 빛은 점점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게이트 생성이라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서였다.
“아름다워라.”
“너무 예쁘다.”
“밝게 빛나는 것 좀 봐.”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성을 질렀다.
넋을 잃은 채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던 사람들.
어느새, 몽롱함에 취해 흠뻑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게이트 색이 점점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어, 어!”
“저거, 왜 저래!”
“부, 붉은색!”
“브레이크 아냐?”
“도, 도망쳐!”
“게이트 브레이크다!”
“피해!”
사람들이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 쿠궁!
지축을 뒤흔들 정도의 폭발이 일었다.
“아악!”
“꺄!”
“뭐, 뭐야!”
“이힉!”
기겁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지, 지진인가!”
“갑자기 뭐냐고!”
“게, 게이트! 게이트!”
“뭐!”
“게이트 브레이크라고!”
“맙소사!”
“도망쳐!”
게이트가 폭발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거렸다.
그리고 그때,
━━━ 쿠궁!
또다시 폭발이 일었다.
이번엔 더욱 강력한 폭발이었다.
주변 도로가 쩌억- 하고 갈라질 정도.
“으힉!”
“아악!”
“꺅!”
“허억!”
“컥!”
이에, 많은 사람들이 공포를 느꼈다.
“도, 도망쳐! 도망치라고!”
“게이트 브레이크다!”
“피해!”
“브레이크가 터졌다!”
“어서 도망쳐!”
두 번의 폭발 후, 시뻘겋게 달아오른 게이트.
이윽고,
━━━━━━━━━ 콰콰콰콰쾅!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엄청난 불길을 뿜어냈다.
게이트가 완전히 개방된 것이다.
그 충격에, 주변 도로뿐만 아니라 건물마저도 무너져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쓰러졌다.
사람들의 귀에는 이명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공포가 엄습했다.
모두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허우적댈 뿐이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모습.
완전한 공황상태였다.
그리고 그때,
게이트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아아악!”
“히익!”
그것을 본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폭발의 연기가 걷히고, 화마가 잦아들자, 그것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소머리에 우락부락한 근육.
2m가 넘는 육중한 덩치.
타우족 무리였다.
놈들은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를 연상케 했다.
콧김을 푹푹~ 뿜으며 뭔가 잔뜩 화가 난 모습.
그 모습이 자못 흉포했다.
현장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벌벌 떨며 울기 시작했다.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 키에에!
- 키엑!
이를 본 타우족 무리가 괴성을 질러댔다.
맛있는 먹잇감들이 바로 코앞에 있었던 것이다.
***
━━━ 쿠궁.
지축이 두 번 울리자,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흑, 나중에 마셔요…….”
그 말을 끝으로 순간이동했다.
눈물을 머금고 말이다.
김 선배의 차에서 강남역까지 불과 3초.
강남역에서 신사동까지 불과 3초.
신사동에서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진 곳까지 불과 1초.
1km당 1초씩 잡고,
길 찾는다고 주위를 살핀 것 빼고.
이것저것 다 빼도,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내가 막 현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 콰콰콰콰쾅!
게이트가 폭발하며, 엄청난 불길을 뿜어냈다.
잠시 후, 게이트에서 타우족들이 튀어나왔다.
타우족이면 엘리트 이상.
최소 수백 마리 이상 쏟아질 게 분명했다.
◈ 그림자 남작 : 마스터 등급의 그림자 남작(5/5),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25/2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125/1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625/6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3125/3125)
‘변환.’
그림자 병사 100마리만 변환시켰다.
그러자, 반경 1km 이내의 100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소환.’
그림자 병력을 소환했다.
그림자 속에서 무려, 3,805마리의 그림자가 솟구쳤다.
둠바를 기점으로 그림자를 모은 후, 게이트 쪽으로 병력을 집결했다.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림자 병력이 이동하자,
회색빛 물결이 파도쳤다.
3,805마리.
무려 수천 마리의 그림자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오죽하면 타우족 무리도 넋이 나간 채 응시하고 있을까.
이윽고, 그림자 병력이 회색빛 장막을 펼쳤다.
게이트를 중심으로 타우족 무리를 둘러싼 것이다.
이제 그림자를 뚫어야지만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조져라.’
명령을 내리자, 그림자 남작과 그림자 기사가 움직였다.
마스터와 챔피언인 녀석들에게, 엘리트 등급은 식후 껌이나 마찬가지.
나 역시도 그림자 병력과 합류했다.
‘금속 배트.’
금속 배트를 쥐었다.
그런 후, 시작되었다.
타우족 뚝배기 깨기가.
***
게이트 브레이크 소식에 황급히 이동했다.
때마침 근방에 있던 터라, 3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마물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회색빛 물결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현장을 직시한 채 자세히 살폈다.
“저, 저게 뭔가?”
살짝 당황한 그가 물었다.
“이태민이 부리는 소환물인 듯합니다.”
“이태민?”
“그림자 네크로맨서인 친구입니다. 순간이동 능력자 있잖습니까.”
“아!”
순간이동 능력자라면 들어본 적 있었다.
요즘 한창 떠오르는 신성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흐음….”
회색빛 물결을 유심히 살펴본 그는 안색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회색빛 물결에서 저주의 향기가 물씬 풍겨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죽은 시체에서 마물을 생성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마물이 아니었다.
사악한 저주가 담긴 마물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예감이 맞은듯했다.
저주의 향기가 틀림없었다.
언젠가 1악에게서 느꼈던 바로 그 저주의 향기였다.
“……으음.”
저주의 향기가 어찌나 사악한지 몸서리칠 정도.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안될듯했다.
이태민이란 아이를 이대로 방치하면, 머잖아 2악이 탄생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명호야.”
“예, 마스터.”
“저 녀석, 순간이동 능력자랬지?”
“예.”
“…내가 잡아야겠다.”
“예?”
“순간이동 능력을 봉쇄하거라. 할 수 있겠지?”
“8범이 도와준다면 공간 동결이 가능합니다만.”
“지금 즉시 실행하거라.”
“허면…?”
마스터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이태민은 마감청의 다크호스입니다. 마감청 청장이…….”
“걱정 말거라. 게이트 브레이크를 혼자서 막은 건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 아직은 괜찮은 듯하구나. 그러니, 목숨은 빼앗지 않을 것이다.”
“마감청 청장이 그냥 놔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네크로맨서라는 것을 시체술사 정도로 생각했었다. 허나, 실제로 보니 그게 아니다. 이건 그냥 저주가 아니야. 너무나도 사악한 악마의 향기다. 송 영감이 실제로 보지 않아서 그래. 실제로 봤다면 나와 같은 판단을 했을 거다. 그러니 즉시 공간을 동결하거라.”
“……예, 마스터.”
이명호가 공간 동결을 위해 8범과 함께 달려 나갔다.
사내는 이태민의 소름 돋는 능력을 주시했다.
저 저주에 물든 순간, 인간은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1악이 그랬듯 말이다.
***
━━━━━━━━━ 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그 충격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타오린 로드가 깨어났다.
- 키엑!
화들짝 놀랐다.
땅이 꺼지고, 불이 치솟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했다.
- 키에에엑!
타오린 로드가 괴성을 지르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어서 빨리 나가라고.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 키엑! 키엑! 키엑! 키엑! 키엑-!
부하들이 화답하며 탈출을 감행했다.
눈앞에 보이는 시뻘건 출구를 향해서.
잠시 후,
부하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타오린 로드도 슬슬 움직였다.
어기적거리며,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
헌데,
- 키엑?
부하들이 몰살당한 채 죽어 있었다.
게다가, 말도 못 할 괴물이 눈앞에 서 있었다.
팔이 여섯 개나 달린 어마무시한 놈이었다.
- 크르르르.
놈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 퍽!
대굴빡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암전되었다.
***
‘이런.’
아쉽게도, 타오린 로드의 뚝배기는 둠바의 차지가 되었다.
‘자식, 제법인데? 나보다 빠르다니. 잘했어, 잘했어.’
어쨌든 이겼으니, 둠바 녀석을 치하했다.
타오린 로드까지 잡았다.
게이트 브레이크 사태가 일단락된 것이다.
생각보다 강한 놈들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잠시 후, 게이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완전히 소멸된 것이다.
이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태민!”
“이태민!
“이태민이다!”
“태민 오빠!”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상당히 뻘쭘해진 난, 그림자 병력을 소환 해제했다.
그리고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참으로 사악한 힘이구나.”
60대로 보이는 노인이 앞을 막아섰다.
“네 힘에서 저주의 향기가 풀풀 풍긴다.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힘…. 네크로맨서는 오래전부터 빌런들의 전유물이었지. 하지만 이 정도로 사악하진 않았다. 네 힘은 저주받은 힘이다.”
뜬금없는 노인의 말에 땀이 삐죽 흘렀다.
“무슨 말씀이신지……?”
다짜고짜 사악하다며 떼를 쓰는 노인.
덕분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요즘 1군이라며 칭송받는 아이가 있다더군. 헌데 실제로 보니 아주 몹쓸 힘을 쓰고 있구나. 자칫 잘못하면 큰일을 낼 힘이다.”
노인이 다가왔다.
그저 단순히 다가왔을 뿐인데, 노인의 체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숨이 막혀왔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살기가 전신을 옥죄였다.
‘위험하다…!’
이 노인은 지금껏 상대해온 자들과 격이 달랐다.
그야말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널 놔뒀다가는 장차 큰 해악을 끼칠 터. 네 사악한 힘을 소멸해야겠다.”
“헉…!”
“긴장을 풀어라. 널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널 죽이려 했다면 벌써 죽였을 터. 방금도 말했잖은가. 네 사악한 힘만 소멸할 거라고. 그러니 눈을 감아라. 그리고 내 기운을 받아들여라.”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
순간이동이 사용되지 않았다.
“끌끌…. 안 보이느냐? 이 근방의 공간이 모두 동결되었음을.”
“무슨…!”
“순간이동도 공간 능력 중 하나. 몰라서 묻는 것이더냐?”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동서남북 4방향에서 요상한 힘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예전에 당했던, 어둠의 장막과 비슷한 힘이었다.
‘공간능력자!’
대한민국의 공간능력자라면 딱 한 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