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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54화 (54/110)

54화

공간 술사 이명호.

이명호와 8범이 움직였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됐다.

공간 능력은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잠깐, 백호의 이명호? 이명호와 8범?’

그렇다는 것은, 눈앞의 노인이 백호 명왕 김철호라는 소리.

‘아뿔싸.’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공간 동결이 진행된 곳은 반경 300m 내외.

백호 명왕을 피해 300m를 벗어나야 했다.

‘불가능해.’

아무리 살펴도 불가능해 보였다.

“네가 제법 기특한 일들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일을 했고 말이다. 헌데 네 힘은 좋지가 못하구나. 네 힘은 악독하다 못해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힘이다.”

“사악하다니요. 제 힘이 말입니까?”

“그렇다. 아까도 말했지만, 널 죽이지는 않겠다. 다만, 힘만큼은 소멸해야겠다.”

노인의 몸에서 시뻘건 아우라가 솟구쳤다.

적강기.

그랜드만의 전유물이었다.

“얌전히 응할 테냐. 아님, 얻어터지고 응할 테냐. 선택할 기회를 주마.”

“자, 잠깐만요!”

“틀렸다.”

다급히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순간, 눈앞이 번쩍였다.

빨랐다.

주먹이 보이지도 않았다.

“컥…!”

안면에 들어온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엄살은.”

백호 명왕의 주먹이 또다시 짓쳐 들었다.

시뻘건 적강기였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

━━━ 쾅!

적강기의 충격에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크윽.”

의롭기로 유명한 백호 명왕 김철호.

그가 날 공격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사악한 힘이라며 공격받고 있었다.

나로선 억울했다.

“적강기는 다르다. 맨손으로 받다 간 팔부터 작살날 터. 아해야, 무기를 들어라.”

“큭, 안 그래도 지금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장갑!’

폭룡이 순식간에 무투용 장갑이 되었다.

“하, 고놈 참. 요상한 힘을 잘도 쓰는구나. 대체 그런 난폭한 힘은 또 어디서 얻었을꼬.”

백호 명왕의 말에 식은땀이 흘렀다.

한눈에 폭룡의 힘마저 간파한듯했다.

“허허. 하는 꼴을 보니 간만에 몸 좀 풀어야겠구나.”

백호 명왕이 기운을 뿜자, 거대한 호랑이가 솟구쳤다.

- 크아아앙!

거대한 백호가 포효한 듯한 느낌이었다.

‘맙소사…!’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상상도 못 할 강력한 마력이었다.

“한눈팔 시간이 있을까.”

말과 함께, 그가 번쩍였다.

━━━ 쾅!

가슴에 묵직한 충격이 들어왔다.

“커헉!”

막대한 충격에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갔다.

“날 막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도 부족할 터.”

백호 명왕이 또다시 짓쳐 들었다.

그가 시뻘건 강기 다발을 날렸다.

‘그림자 실드!’

나는 황급히 실드를 발현했다.

━━━ 콰콰콰콰쾅!

강력한 충격에, 20m나 주르륵 밀려났다.

- 와장창!

심지어는 실드가 산산조각이 났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우웩!”

한 움큼의 핏물도 터져 나왔다.

산산이 조각난 건 실드만이 아니었다.

“내 뜻을 받아들이고, 저주의 힘을 소멸하거라. 그럼 나도 더 이상 무력을 쓰지 않으마. 어떠냐. 그렇게 할 것이냐.”

“……대체, 무슨 힘을 말하는 겁니까. 저주의 힘이라니요.”

“그림자를 말하는 것임을 어찌 몰라!”

“아니, 그림자가 왜…!”

“넌 너무 과대하게 강해졌다. 그것이 저주 때문임을 정녕 모른다는 것이냐?”

“모릅니다!”

“힘의 폭주가 일어나면 네 인성은 말살될 것이다. 아해야, 그림자 없이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단다. 그러니 두려워 말거라.”

“어르신, 전 게이트를 막았습니다.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나도 널 괴롭힐 생각은 없다. 다만, 저주에 빠지기 전에 널 구하려는 것일 뿐.”

“분명히 말하지만, 전 싫습니다. 제힘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네 뜻은 중요치 않다. 그저 강제하면 그뿐.”

백호 명왕이 또다시 움직였다.

강력한 힘으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 쾅! 쾅! 쾅! 쾅! 쾅!.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범벅이 됐다.

“커헉!”

핏물이 터져 나왔다.

더 이상 두들겨 맞다가는 내가 먼저 죽을듯했다.

( 폭룡! )

( 흥! 이제서야 겨우 이 몸을 찾는군. )

“카악 퉤!”

입안에 고여있던, 핏물을 뱉었다.

“어르신. 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어르신 책임입니다.”

“허허, 아직도 살만한 모양이구나. 그래, 얼마든지 덤벼 보거라.”

“좋시다, 까짓거!”

턱을 당긴 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폭룡 강림!”

말과 함께, 우측 팔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힘줄이 하나둘씩 터져 나갔다.

“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나, 고통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아아악!”

손바닥 끝에서 검날이 튀어나왔다.

검날은 점점 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주르륵- 빠져나오더니,

종국에 2m에 달하는 대검이 되었다.

폭룡이었다.

검붉은 폭룡 주위로 핏빛 아우라가 번쩍였다.

그와 함께 작살 난 팔이 순식간에 복원되었다.

“허억, 허억….”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위기 상황.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폭룡을 들자 엄청난 기운이 솟구쳤다.

그와 함께 두려움이 사라졌다.

전신에 검붉은 아우라가 번쩍이고, 주체 못 할 힘에 용기가 치솟았다.

“하, 그 정도의 힘이 있으면서 왜 고집을 부리는 것이냐. 악마의 힘 따위 없어도 그만인 것 아니더냐.”

“악마의 힘이든 아니든, 내 힘은 내 겁니다. 내가 버리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강제할 수 없습니다.”

“끝까지 고집부리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 파앗!

노인의 전신에서 적색 아우라가 솟구쳤다.

그와 함께,

- 크아아앙!

거대한 백호가 포효성을 터트렸다.

“이제부턴 죽을 수도 있단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거라.”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이 짓쳐 들었다.

━━━ 쾅! 쾅! 쾅! 쾅! 쾅-!

빨랐다.

그리고 강력했다.

무자비한 힘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강력한 적강기가 내 전신을 강타했다.

그나마 폭룡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가고,

한계를 넘어, 극한에 다다랐을 때 깨달았다.

그랜드란 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 쾅!

“커헉……!”

적강기의 충격에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갔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굴렀다.

‘젠장! 초반에 마력을 너무 썼어.’

마력이 부족해 그림자 남작을 소환하지 못했다.

그림자 남작만 소환했더라면….

‘큭, 그래도 졌겠지.’

…그래, 졌다.

완벽한 패배다.

이젠 손 하나 까딱일 힘도 없었다.

서서히 눈이 감기려 할 때,

“그만 하세요!”

‘어라?’

김소진 선배였다.

‘선배가 왜…?’

의문스러웠지만, 그것도 잠시,

“……커헉.”

또다시 핏물이 터지고, 눈이 감겨졌다.

그리고 곧, 암전되었다.

***

내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새하얀 천장이 보이는 곳이었다.

“태민 씨, 정신이 좀 들어요?”

소진 선배였다.

“선배, 여긴…?”

“병실이에요.”

“…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 후, 병원에 실려 온 듯했다.

“미안해요.”

“네?”

소진 선배의 뜬금없는 말,

“선배가 왜…?”

“그게…….”

소진 선배가 머뭇거렸다.

“…사실, 저희 할아버지세요. 백호 명왕 김철호.”

“아….”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다,

“에? 백호 명왕이 할아버지라고요?”

“…네.”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왔다.

나로선 좋은 일 하다가 봉변을 당한 격인데,

당연히 기가 막힐 수밖에,

“이거 어쩔 거예요, 이거. 아이쿠 삭신아.”

“미안해요, 태민 씨.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아니, 사과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거 어쩔 거냐고요. 멀쩡한 사람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고 말야.”

그러다 문득,

“그림자를 소멸시키겠다.”

백호 명왕의 말이 떠올랐다.

“으힉!”

황급히 몸을 점검했다.

다행히, 그림자는 멀쩡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태민 씨.”

소진 선배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네.”

“정말 미안해요?”

“네.”

“진심으로 미안해요?”

“네.”

“그럼 여기 호~ 해주세요.”

퉁퉁 부어오른 볼을 내밀었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어? 이러면, 안 미안한 건데.”

내가 다그치자, 그녀가 가까이 다가와 볼을 부풀리며 바람 부는 시늉을 했다.

“돼, 됐어요?”

“아니요, 아직요.”

“호- 됐어요?”

“아니요, 아직요.”

“뭐예요, 진짜!”

소진 선배가 화가 났는지 눈을 흘겼다.

“히히. 저 근데, 누워있은 지 얼마나 됐죠? .”

“하루요.”

“하루나 누워있었어요?”

“네.”

다시 한번 몸을 점검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공간을 열어 엘릭서를 꺼냈다.

그자리에서 엘릭서를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멀쩡하다죠?”

“네, 부상은 엘릭서로 치료했고요. 제법 다쳤지만, 큰 부상은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어제 치유사분도 다녀가셨고요.”

“치유사분요?”

“나형돈이라는 분인데….”

“아, 나 선배요.”

“그리고 가족들한테는….”

“연락 안 했죠? 괜히 걱정 끼치기 싫은데.”

“…네. 태민 씨 멀쩡하다고 해서. 할아버지가 신경 써서 때렸다고, …아.”

소진 선배가 또다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신경 써서 때렸다니.”

그때였다.

최 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예, 대장님.

- 좀 어때?

- 괜찮아졌어요.

- 당연하지. 엘릭서를 3병이나 들이부었는데. 그것도 상급으로.

- 에엑, 상급으로요?

상급이면 돈이 얼마던가.

‘대체 누가…. 혹시 소진 선배가?’

백호 길드의 모체는 성원 그룹이었다.

소진 선배 외에는 없었다.

- 게다가, 형돈이가 치유술까지 펼쳤다. 그리고 태민아.

- 예.

- 드디어 떴다.

- 뜨다뇨, 뭐가 말입니까?

- 독귀.

독귀가 떴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 어제 자로 밀입국한 거 같은데, CCTV에 딱 찍혔다. 아무래도 널 노리지 않겠냐.

안 그래도 독귀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철저히 부탁했었다.

이에 마감청에서 전단팀까지 만들어줬고,

그 결과가 오늘 나타난 것이다.

통화를 끊은 후,

“…저 마감청에 가봐야겠어요.”

“지금요?”

“네.”

“같이 가요. 데려다줄게요.”

소진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백호 명왕 김철호.

그가 이태민을 그냥 놔준 것은, 손녀딸 때문이 아니었다.

최 대장이 달려왔었다.

그가 마감청 청장과의 통화를 주선했다.

“손속이 다소 잔혹합니다만, 그 아이를 한번 믿고 싶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더 주시지요. 만약,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그땐….”

마감청 청장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송 영감, 그건 당신 생각이고.’

마지못해 그의 부탁을 듣긴 했지만,

이번 일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과연 다음이 있을까.’

내색은 안 했지만,

그는 현재 부상 중이었다.

그랜드와 마스터의 차이는 하늘과 땅.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가 엘릭서를 마셔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랜드에 오른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얘기를 송 영감에게 할까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마감청 소속.

자신의 손을 떠난 것이다.

‘불안하군.’

이태민.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1악을 능가할 초대형 괴물이 탄생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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