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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52화 (52/110)

52화

“어쩐 일이세요? 일본에서 한창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지귀와 냉귀가 필요하다. 그들을 보내줘야겠다.”

“훗, 못 들으셨나 보네요. 마귀가 당분간 조용히 지내라고 했습니다만.”

“아귀!”

“무슨 일인지부터 말씀하시죠.”

“…이태민 때문이다.”

독귀의 말에 이미 죽어버린 혈귀가 떠올랐다.

“설마, 지금까지 없었던 가족애라도 생긴 겁니까? 조카의 복수라도 하겠다. 뭐, 그런 겁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녀석들이나 보내!”

“이유를 알아야 보내죠. 저도 마귀한테 할 말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이 새끼가…!”

분노한 독귀가 이를 갈았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아들, 마츠모토 타카토가 마감청에 붙잡혔다.”

“오호.”

“녀석을 당장 구하지 않으면, 세이초의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요.”

“깐죽거리지 마라. 이번 일 잘못되면, 아귀 네놈도 무사치 못할 것이다.”

“이런, 이런…. 제 걱정을 다 해 주시고. 호아킨 피닉스가 걱정돼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고요?”

“아귀!”

“흥, 걱정 마세요. 저한테 불똥 튈 일은 없을 테니까.”

“무슨 소리지?”

“지귀와 냉귀만 보내주면 될 것 아닙니까. 어차피 저도 이태민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찢어 죽이고 싶달까….”

“….”

“그래,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신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라.”

“녀석을 만만히 보신 건 아니죠? 어리다고 만만히 봤다간 큰코다칠 겁니다. 혈귀랑 백귀 때문에 잘 아실 테지만.”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미덥진 않지만, 믿어야지 어쩌겠습니까. 방법이 없는데.”

“이 자식이!”

“독귀의 말씀, 녀석들에게 전하죠. 됐습니까?”

전화가 끊겼다.

아귀가 피식 웃었다.

“지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귀의 말에 40대 장년인이 몸을 숙였다.

“극락실에서 여교도와 함께 있습니다만.”

“냉귀는요?”

“냉귀는 징벌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벌써 희생된 여교도가…….”

40대 장년인이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몇 명이나 죽였습니까?”

“……어제도 한 명 죽였습니다. 냉귀에게 희생된 여교도만 벌써 스물이 넘고 있습니다.”

“벌써 그렇게나 죽였습니까?”

“예….”

“잘됐네요. 안 그래도 사고뭉치, 어떻게 처리하나 곤란했는데. 이참에 독귀에게 보내 버리죠. 지금 가서 지귀와 냉귀에게 전하세요. 독귀가 재밌는 놀이를 하고 있다고.”

“예, 교주님.”

대답한 장년인이 밖으로 나갔다.

***

이태민.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

자신의 조카를 모두 죽인 것도 모자라 클랜마저도 모두 멸문시켰다.

헌데, 그것도 부족해 백귀와 블루문까지 작살 내버렸다.

이제 갓 졸업한 아카데미 뉴비가 말이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말대로, 적귀까지 처리했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히 불안한 놈이었다.

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놈의 능력 중 가장 껄끄러운 것이 바로 순간이동 능력.

그것만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놈 하나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독으로 중독시킨다?

냉귀의 힘으로 얼려버린다?

지귀의 힘으로 파묻어버린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했다.

그러다,

‘어쩔 수 없나.’

별로 탐탁지 않지만, 결론을 내렸다.

인질이었다.

처음엔, 이태민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을까 했었다.

헌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좋은 방법이 아닌 듯했다.

이미 방송에서 나왔듯이, 놈의 가족들은 한번 인질이 된 경험이 있었다.

고로, 어느 정도 방비가 됐을 게 틀림없었다.

이번 일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단 한 번의 기회. 실패하면 두 번은 없었다.

그래서 좀 더 만만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찾기로 했다.

놈의 가족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말이다.

대한민국의 영웅이 된 이태민.

이러한 상황에서, 놈을 철저히 무너뜨릴 생각이다.

그래서, 만천하에 공개할 예정이다.

8귀에게 덤비면 어떻게 되는지를 말이다.

독귀는 벌써부터 흥분되었다.

자신의 능력은 독.

인질극이라면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다.

일반인들쯤이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것이 설사 대량 살상이라고 해도 말이다.

- 인질들이 모두 죽었다!

- 이태민 때문이다!

- 이태민 탓이다!

- 이태민의 잘못이다!

사람들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게끔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한순간만에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크크, 이태민.’

마음을 굳힌 독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 지금 이곳에 있데요!

- 과거로 회귀한 자가!

정도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파멸의 서.

대체 무엇이길래 S급 게이트에 나타난 것일까.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미스터리뿐이었다.

고민해 봐야 답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서 상념을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

오늘은 장례식장에 가야 했다.

다크 템플러에게 살해당한 최 교관님의 빈소가 이제서야 차려진 것이다.

건물 밖으로 나가니, 안봉안이 대기 중이었다.

녀석의 옆자리에는 정영미가 타고 있었다.

“왔냐.”

“어.”

안봉안의 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

조문을 마친 후, 장례식장 밖으로 나왔다.

‘어?’

김소진 선배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태민 씨.”

“안녕하세요, 선배님.”

“후-.”

그녀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한 대 피울래요?”

“아니요.”

“…오늘은 좀 씁쓸하네요.”

“그렇죠.”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김 교관님은 좀 어떠세요?”

“그대로요.”

“아.”

김소영 교관이 떠올랐다.

마음이 아팠다.

너무나 잔혹한 고문을 받았던 것이다.

“언니랑 최 교관님…. 사실, 결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 선배 말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

이미 안봉안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 얘기였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녀가 눈물을 보였다.

마음 같아선 어깨라도 다독여 주고 싶었다.

“태민 씨.”

김 선배가 날 직시했다.

“태민 씨, 네크로맨서죠?”

김 선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죽은 사람도 부활시킬 수 있다면서요? 그럼,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게…….”

이것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

“죽은 사람을 그림자로 부활시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실 거예요. 그림자로 부활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소멸해 버리면 영혼조차 사라지는 거고요. 그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형벌이에요.”

“하지만…….”

나도 생각은 했었다.

최 교관이 아니더라도, 명성 사람들 중에서 아무나 부활시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

게다가 그들 중에서 악인이 있을 수도 있었다.

허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어쨌든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림자로 부활시켜도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을 확률이 극히 낮아요.”

“네?”

“희생당한 분들이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을 확률이 거의 없다고요. 그들은 마물에 가까웠어요.”

“아….”

차원 균열로 인해 마도 문명이 아닌 다른 문명과 연결됐을 수도 있었다.

지금으로선 그 무엇도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놈들은 반드시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 첫 번째 증거가 바로 재앙급 마수였다.

재앙급 마수는 얼마 후 지구상에 출현할 놈들이었다.

그런 재앙급 마수가 놈들과 함께 있었다.

그 말은 곧 놈들도 출현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놈들은 반드시 다시 나타날 겁니다.”

나는 확신했다.

“…하.”

김 선배가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술 한잔할래요?”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랐다.

마음이 무거워 술친구가 필요했던 것일까.

“미, 미안요. 내가 왜 그런 소릴 했지. 아, 미쳤나 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김 선배가 손부채를 했다.

“먼저 가볼게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주차장 쪽으로 달려갔다.

어안이 벙벙한 나는, 그저 바라만 봤다.

“…뭐 하냐?”

안봉안이었다.

“뭐 하나고?”

안봉안이 내 등을 밀었다.

그제서야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봉안아, 나중에 보자!”

녀석에게 손을 흔든 후, 김 선배를 향해 달려갔다.

“짜식, 순진하고 착해빠져서는. 저래서야 어디 연애나 제대로 하겠냐고.”

“흥, 남 말은.”

어느새 다가왔는지 정영미가 서 있었다.

“너도 꽤나 순진하거든?”

“내,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뭐,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정영미가 웃으며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야, 너…!”

화를 내려던 안봉안.

그러다 문득, 정영미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야, 영미야. 같이 가.”

안봉안의 말투가 어느새 부드러워졌다.

***

“같이 가요, 선배.”

“네?”

내가 부르자, 김 선배가 놀란 눈으로 돌아봤다.

“술 한잔하고 싶거든요. 같이 마셔요.”

“아…….”

“차에 타도 돼죠?”

“…네.”

나는 당당하게 김 선배의 차에 탑승했다.

“어디로 갈까요?”

“선배님 가고픈 곳요.”

내 말에 김 선배가 웃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긴, 첫사랑인 김 선배와 함께 있으니 당연히 두근거릴 수밖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 행운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렸다.

‘아 씁! 평소에 연애 공부 좀 해둘걸.’

차를 타고 가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양말에 구멍이 났는지부터 시작해,

심지어는 차원 균열 때문에 브레이크가 터지는 상상까지 했다.

‘퉤! 퉤! 퉤! 재수 없게. 심장이 쿵쾅거리니 온갖 잡생각이 다 드네. 마음을 가라앉혀야 해. 마음을…!’

“술 좋아해요?”

“…그럼요. 없어서 못 먹죠.”

“훗.”

내 말에 김 선배가 또 웃었다.

심장이 또다시 쿵쾅거렸다.

남녀 사이에, 단순히 밥 먹자는 것도 아니고 무려 술이었다.

단숨에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우선 조금 친해진 다음에, 크흠, 흠…!’

“……힛.”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벌써부터 김 선배와 사귀는 상상을 한 것이다.

‘…태민아, 정신 차려라.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 된다. 절대로 차분하게. 릴랙스! 릴랙스!’

마음을 차분히 다독이던 그때,

━━━ 쿠궁!

지축을 뒤흔드는 불길한 진동.

김 선배를 바라보자, 김 선배도 날 바라봤다.

‘에이, 설마…….’

하지만 불안하게도, 그녀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그리고 그때,

━━━ 쿠궁!

지축을 뒤흔드는 두 번째 진동.

- 삐이익! 삐이익! 삐이익!

마감청 안전 문자까지 날아왔다.

문자 제목은 레드.

즉,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졌다는 소리였다.

-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게이트 생성 후, 급변.

이상 마력 파장 증폭.

게이트 브레이크 확률 100%.

지역 주민들, 즉시 대피 요망.

‘씨발아아아아아아-!!!’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허나, 그녀 앞에서 흥분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황급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윽고,

“……선배, 우리 나중에 마셔야겠죠?”

“네?”

“흑, 나중에 마셔요…….”

그 말을 끝으로 순간이동 했다.

“태민 씨!”

태민이 차에서 갑자기 사라지자, 소진은 무척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핸들을 꺾었다.

가로수길이 있는 신사동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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