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공성전 (10)
▶ 과제 점수 [A+]
태주의 예상대로 최고점을 획득했다.
‘그렇지.’
독립 과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가산점이 반영된 것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최종 보스인 벨지오스를 제거하는 데 100% 기여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과제 점수의 합산이 기준점을 넘었습니다.
▶ 장학생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Lv.19 → Lv.21
‘뭐야, 20이 아니라 21이라고?’
이건 예상에서 벗어난 부분이었다.
장학생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1레벨을 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과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과제 한 번에 두 계단이나 상승하는 건 성장 초기에나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20을 넘겼으니까 티마란의 팔찌도 쓸 수 있겠는데?’
아이템마다 다른 최저 장학생 레벨을 충족시킬 경우 과제 중에 얻은 장비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원주인인 티마란이 팔찌를 주겠다고 한 적은 없었지만.
▶ 장학생 레벨이 일정 수준(Lv.20)에 도달하여 일부 『스킬』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됩니다.
‘……?!’
보상의 놀라움은 레벨의 상승에서 그치지 않았다.
▶ 스킬 『도발』에 해제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 스킬 『도발』의 효과에 『단, 언제든지 해제 가능』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습니다.
‘와아, 이건 진짜 대박인데?’
그동안은 지목된 대상이 죽을 때까지 효과가 지속돼 신중한 사용이 요구됐지만, 앞으론 해제 기능을 이용해 적들의 이동을 제어하거나 아군을 미끼로 전략적인 전투를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 장학생 레벨이 일정 수준(Lv.20)에 도달하여 일부 『화살』의 업그레이드가 진행됩니다.
이번엔 스킬에 이어 화살의 성능이 개선되었다.
‘화살까지?’
▶ 『노멀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아이스 애로우』의 특수기인 『증폭』, 『화염』, 『블리자드』의 사용을 위한 차징 시간이 5초에서 『3초』로 감소되었습니다.
‘으음. 안 그래도 차징 시간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작 2초 차이밖에 안 나는 것 같지만, 1분을 기준으로 봤을 땐 각각 12발과 20발을 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격차였기 때문에 장기전에 돌입할수록 차징 시간의 단축이 빛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엔 3초가 아니라 1초나 그 이하, 아니, 아예 별개의 화살로 분류될 수도 있겠네.’
만렙의 기준은 알 수 없었지만, 앞선 두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장학생 레벨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태주였다.
▶ 히든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물론 조별 과제의 수행으로 인한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지만.
【스킬】
6. 은신
6번째 스킬이자 5번째 액티브 스킬인 은신이 태주의 스킬 목록에 추가되었다.
‘어? 은신이면, 테테가 쓰던 거 아니야?’
점멸에 버금가는 사기적인 스킬의 등장에 태주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은신]
- 효과: 투명화. 신체는 물론 착용 중인 장비에도 영향을 미침.
- 소모 마나: 초당 10
- 지속시간: 마나의 소진 시까지 (단, 언제든지 해제 가능)- 재사용 대기시간: 없음
‘초당 10이면, 파이어 애로우를 1초에 한 번씩 쏘는 수준으로 마나가 다는 거네.’
만만치 않은 소모 속도였지만, 일일 과제의 보상으로 늘려둔 마나의 양이 워낙 많아 큰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이거면 엄폐물이 없어도 저격이 가능하겠는데?’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궁수가 은신 스킬까지 사용할 경우 별다른 매복 없이도 암살에 가까운 위협을 가할 수 있었다.
물론 테테처럼 기척 차단 등의 추가 스킬을 얻기 전까진 시야에서만 사라질 뿐 발산되는 마력까지 숨길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 보상으로 새로운 화살이 개방됩니다.
‘우와, 오늘 아주 역대급인데? 고생한 보람이 있어.’
[N]
[C]
[F]
[I]
[B]
순간, 아이스 애로우 옆의 물음표가 새로운 알파벳으로 채워졌다.
[버스터 애로우]
- 마나로 생성한 폭발형 화살- 활시위를 당긴 채 3초간 버티면 『대폭발』 효과 발동.
- 소모 마나: 15
‘업그레이드 후에 얻은 건데도 차징 시간이 줄어 있네.’
화살의 스펙을 꼼꼼히 확인하던 태주가 시스템의 융통성 있는 조정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대폭발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소모되는 마나의 양은 파이어나 아이스 애로우에 비해 더 많았지만, 속성 자체가 폭발형인 만큼 조금 전처럼 다수의 적들이 몰려들 때 사용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레이드 기여도에 따라 경험치가 분배됩니다.
▶ 진화 경험치(1672/1500)가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어?’
자신의 보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던 태주가 펫의 성장을 알리는 메시지 창의 등장에 꼬꼬로가 있는 곳을 돌아봤다.
‘하긴, 오늘 꼬꼬로가 없었으면, 거의 F가 나올 각이었으니까.’
몬스터를 직접적으로 제거하진 않았지만, 기여도가 꼭 물리적인 조력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늑대 인간들의 주의를 끌고, 비테론 4세의 돌진을 두 차례나 저지했으며, 태주가 벨지오스를 제거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드래곤 브레스까지 막아낸 꼬꼬로의 활약을 결코 미약하다 볼 순 없었다.
▶ 진화(2단계→3단계)를 시작합니다.
진화가 시작되자 2단계 때와 마찬가지로 꼬꼬로의 몸 전체가 보라색 빛에 휩싸였다.
▶ 펫의 크기가(중소형→중형) 증가합니다.
‘드디어 소(小)자를 뗐구나.’
꼬꼬로를 방어적인 용도로 사용했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크기였기 때문에 신체적인 성장을 거듭할수록 공격적인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타고 다닐 만한 수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했지만.
▶ 펫의 스탯이 상승하였습니다.
▶ 스킬의 능력이 진화 단계에 맞추어 상승하였습니다.
태주가 꼬꼬로의 빠른 성장에 왠지 모를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던 바로 그때.
파앗!
꼬꼬로의 형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강렬한 빛이 플래시처럼 터졌다.
“앗!”
순간, 꼬꼬로의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갑작스러운 광채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돌리거나 팔로 눈앞을 가렸다.
‘어떻게 변했을까?’
반면, 미리 눈을 감고 있던 태주는 꼬꼬로의 변화된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천천히 실눈을 떴다.
‘오오.’
새끼 멧돼지의 티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나름 늠름한 외형을 갖춘 꼬꼬로의 모습에 태주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이젠 제법 딜탱펫 같은데?’
2단계 진화가 1.5배였다면, 지금은 1단계에 비해 거의 3배 정도 자란 느낌이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영문을 알 리 없는 보르가넨이 꼬꼬로의 환골탈태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꼬꼬로, 이제 그만 쉬자.”
▶ 펫을 회수하시겠습니까? (Y/N)
현실로 돌아가기 전, 동료들과 마무리 지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던 태주가 확연하게 달라진 몸 상태에 신이 난 꼬꼬로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꼬꼬로.”
흙바닥에 찍힌 발자국의 사이즈를 비교하며 흐뭇해하고 있던 꼬꼬로가 태주의 부름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회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마음의 짐을 좀 덜었습니까?”
멜라임의 복수를 통해 비테론 성채를 되찾는 날, 배신자의 낙인으로 남겨둔 흉터를 치유하고, 그날의 악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옷도 마음의 짐과 함께 벗어던지자고 했던 태주가 보르가넨의 기워진 상의를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허허,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먼.”
“신세는요 무슨. 어차피 다 같이 고생한 건데……. 그리고 보르가넨 씨 덕분에 피렐레 사제님도 알게 된 거잖아요. 나아가 게르딘 씨도 합류하게 된 거고.”
태주가 피렐레와 게르딘의 얼굴을 차례대로 마주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신태주 형제님이 아니었다면, 저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고향을 되찾아 주셔서, 그리고 비테론 교회의 신성함을 회복시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피렐레가 주교에게 보내는 인사보다 더 깍듯하고 정중한 자세로 허리를 굽혔다.
“당신이 벨지오스를 너무 쉽게 쓰러뜨리는 바람에 제대로 힘을 써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성 헤리투스의 두개골을 회수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선 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앙에서 비롯된 확고한 신념으로 인해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난 조원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던 게르딘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종교적인 교리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태주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자, 슬슬 보물을 찾으러 가볼까?”
은신을 푼 테테가 기대감에 부푼 눈빛으로 비테론 성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난 잠시 들를 데가 있으니까 다들 갈 길 가자고.”
동료들을 향해 건성으로 손인사를 건넨 테테가 부서진 성문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럼 우리 셋은 이만 베로닌으로 돌아가 보겠네.”
보르가넨이 피렐레와 게르딘의 등에 손을 갖다 대며 말했다.
“네. 얼른 돌아가서 비테론을 떠난 분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세요.”
“허허, 내 자네의 무용담도 꼭 전하도록 하겠네.”
그늘진 얼굴에 익숙했던 보르가넨의 씁쓸했던 입가에 어느덧 근심 없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물론 다른 동료들과 달리 티마란의 표정은 벨지오스의 단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혹시 이것 때문에 안 가고 있는 거야?”
▶ 선택한 물품을 소환하시겠습니까? (Y/N)
태주가 담보로 맡아뒀던 팔찌를 티마란에게 내밀며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
태주의 손바닥에 놓인 팔찌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티마란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팔찌는 용맹함을 증명한 오크 전사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스러운 팔찌다.”
“그래. 선조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목숨 같은 녀석이란 것도 다 아니까 빨리 가져가. 괜히 뜸 들이지 말고.”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태주가 오히려 티마란의 손에 팔찌를 쥐여 주며 속마음을 떠보았다.
“아니. 이건 오크라서가 아니라 용맹함을 증명했기 때문에 소유할 수 있는 전사의 징표다. 그리고 난 전임자가 내게 그랬듯, 나 또한 새로운 주인에게 이 팔찌를 양보해야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지.”
충격적인 고백을 마친 티마란이 손에 쥔 팔찌를 다시 태주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형제들의 복수를 대신해준 것에 대해 모든 오크를 대표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티마란이 갑자기 태주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진짜 괜찮겠어? 나중에 딴소리할 거면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태주가 티마란이 건넨 팔찌를 왼쪽 손목에 착용하며 물었다.
▶ 착용한 아이템으로 인해 전반적인 스탯이 상승하였습니다.
“오크는 거짓말을 해도 나 티마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티마란이 태주를 비장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하긴, 위대한 오크 전사가 한 입으로 두 말할 리 없지.”
태주가 티마란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바로 그때.
쿠구구궁! 콰과과광!
“……?!”
갑자기 비테론 성 내부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