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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신입생이 되었다-51화 (51/242)

051. 병문안 (2)

태주가 주사위 안에 웅크리고 있는 스톤 골렘 하나를 발견했다.

‘스톤 골렘이라…….’

앞선 6번의 대결에서 상대한 몬스터들의 경우 생명체의 성향이 강해 아이스 애로우의 속성 공격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지만, 몸 전체가 암석으로 이루어진 스톤 골렘의 경우 상성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는데?’

▶ [추가 과제] 아이스 애로우 심화.

지금 막 입문 과정을 마친 태주의 눈앞에 심화 과정을 예고하는 추가 과제 문구가 떠올랐다.

[00:09:59]

‘제한 시간 10분이라…….’

경사면에 서 있던 태주가 십자가 모양으로 펼쳐지고 있는 주사위의 전개도 위로 사뿐히 뛰어내렸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ㅡ⑤????ㅡ

③⑥④

ㅡ②????ㅡ

ㅡ①????ㅡ

주사위의 구멍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지만, 위치로 봤을 땐 골렘이 6번 판에, 태주가 1번 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점멸이 없어서 피하기도 애매하네.’

선택지가 많은 골렘과 달리 태주는 정면으로밖에 나아갈 수 없었다.

‘밀리는 순간 바로 끝인데…….’

본의 아니게 배수의 진을 친 태주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바로 그때.

투두둑! 쿵!

미동조차 없던 스톤 골렘이 돌가루를 흘리며 육중한 몸을 펴기 시작했다.

‘못해도 3미터는 넘겠는데?’

상대를 올려다보던 태주가 탐색전을 위한 아이스 애로우 한 발을 스톤 골렘의 머리에 발사했다.

쉬이익! 팍!

평범한 화살로는 스톤 골렘의 단단한 표면을 뚫을 수 없었지만, 폭딜이 가능한 버프들로 무장된 신규 장비들 덕분에 아이스 애로우의 화살촉을 끝까지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템빨인가?’

물론 스톤 골렘 자체가 빙결 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료로 이루어져 화살만으론 위력적인 피해를 줄 수 없었지만.

쿵! 쿵!

화살이 박힌 채로 다가오는 스톤 골렘의 발자국 소리가 바닥 전체를 불안하게 울렸다.

‘어떡하지?’

상대가 무기를 들지도 않았고, 이동 속도 또한 느려 고민할 시간 정도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지만, 기동력의 핵심인 점멸이 없어 일단은 정면 돌파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골렘의 특성상 몸 어딘가에 숨어 있는 핵을 부수기 전까진 물리적인 대미지를 입혀도 재생을 반복한다.’

태주의 분석대로 화살에 맞아 부서진 스톤 골렘의 이마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저절로 복구되어 있었다.

‘뭐, 반대로 얘기하면, 핵의 위치를 찾는 순간 게임은 끝이지만.’

활로를 모색하던 태주가 스톤 골렘의 몸통 정중앙에 블리자드 효과를 가미한 아이스 애로우를 발사했다.

쉬이익!

물론 빙결 효과가 먹히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상대방을 뒤로 밀려나게 하는 넉백 효과를 활용해 경기장 밖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팍!

눈보라를 동반한 화살의 강력한 관성이 빈틈없어 보이던 스톤 골렘의 몸을 잠시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안 돼. 상체만 주춤했을 뿐, 원하는 만큼 밀려나지 않는다. 마찰력 때문인가? 무게도 무게지만, 지면과 발바닥이 모두 암석이라 일단은 바닥부터 미끄럽게 만들어야겠다.’

본체만 노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태주가 마찰력을 없애기 위해 바닥 쪽을 겨냥했다.

쉬이익!

넓은 면적을 한꺼번에 얼리기 위해 블리자드 효과를 사용한 태주가 골렘의 앞쪽부터 두꺼운 빙판 상태로 만들었다.

쿵!

쩌저적!

물론 기껏 만들어 놓은 빙판이 골렘의 묵직한 발걸음 한 번에 거미줄처럼 갈라졌지만.

‘이런 씨.’

마찰력을 줄이는 방법이 통하지 않자 차선책으로 골렘과의 자리 바꾸기를 감행했다.

물론 밀어내기가 가능했다면, 바닥 전체를 일직선으로 얼린 뒤 화살을 연사해 5번 판 너머로 떨어뜨렸겠지만, 전장을 온통 빙판길로 만든 상태에서 공격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오히려 파이어 애로우가 없는 태주의 발을 묶어놓는 자충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6번으로 가야 된다.’

더구나 골렘이 있던 6번 판의 경우 3번과 4번 판을 통해 적의 공격을 횡으로 피할 수도 있고, 여차하면 대각선 방향을 이용해 2번이나 5번 판으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탁! 탁! 탁! 탁!

어쌔신의 민첩성을 지닌 태주가 골렘의 접근 방향을 피해 옆쪽으로 달려갔다.

바로 그때.

느림보처럼 행동하던 골렘의 머리가 태주의 움직임을 포착해 휙 하고 돌아갔다.

‘어!’

그리곤 길게 늘어뜨린 팔에 달린 거대한 손바닥을 활짝 펴 스파이크를 때리듯 빠르게 휘둘렀다.

쾅!

상대방의 기민함에 놀라는 것도 잠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태주의 몸이 바닥에 맞고 튕겨 하염없이 날아갔다.

‘크윽. 진짜 돌주먹이네.’

높은 방어력 수치와 목걸이에 부착된 각종 버프들 덕분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문제는 허공에 뜬 태주의 몸이 경기장 밖으로 벗어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제발.’

턱!

자신이 서 있던 곳마저 지나친 태주가 탈락 직전, 최대한 팔을 뻗어 1번 판의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붙잡았다.

“후우…….”

절벽에 매달린 사람처럼 위태롭게 버티고 있던 태주가 한숨을 돌린 뒤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추가 과제라 그런가? 확실히 몬스터의 레벨이 다르긴 다르네.’

승부욕이 발동한 태주가 골렘을 향해 다시 한번 질주했다.

탁! 탁! 탁! 탁!

그러자 태주가 달려오는 것을 확인한 스톤 골렘이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긴 팔을 이용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바로 그때.

‘두 번은 자존심 상하지!’

바닥을 노려보던 태주가 이번엔 골렘의 앞쪽이 아닌 옆쪽을 겨냥해 활시위를 당겼다.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아이스 애로우 3발을 일렬로 발사한 태주가 빙판으로 변한 바닥을 향해 재빨리 슬라이딩을 했다.

샤아아악!

상대의 공격 패턴을 파악한 태주의 몸이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이 통과했다.

‘됐어!’

부웅!

허공을 가르며 날아든 골렘의 손바닥이 태주의 실루엣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어?’

골렘의 뒷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한 태주가 뒤통수에 그려진 이상한 문양을 발견했다.

‘설마.’

위치 바꾸기에 성공한 태주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무섭게 화살을 발사했다.

쉬이익! 팍!

“우오오오오!”

빨간 물감으로 정성스레 그려놓은 독특한 표식에 화살촉이 박히자 발소리만 요란했던 골렘의 입에서 첫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알아서 약점이라고 말해주네.’

주도권을 놓칠 리 없는 태주가 이번엔 차징을 통해 아이스 애로우의 힘을 증폭시켰다.

쉬이익!

세찬 눈보라에 휩싸인 화살이 고통스러워하는 골렘의 뒤통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팍!

앞선 공격으로 살짝 깨져 있던 골렘의 뒤통수가 재생을 마치기도 전에 날아든 두 번째 화살에 정을 맞은 것처럼 움푹하게 패였다.

“우오오오오!”

더 큰 괴성을 토해낸 골렘이 두 손으로 뒤통수를 감싼 뒤 태주를 향해 느린 걸음으로 돌아섰다.

바로 그때.

‘어! 찾았다!’

지금은 골렘의 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부서진 뒤통수 틈으로 비친 보라색 구슬은 분명 골렘을 움직이는 핵이었다.

‘저것만 깨면 끝인데.’

어느 정도 승기를 잡았다고는 생각했지만, 두 겹으로 포개진 골렘의 두터운 손등을 뚫고 핵을 파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법을 찾자. 방법을…… 어?’

공격 패턴이 변화된 스톤 골렘이 몸을 웅크린 채 공처럼 굴러오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콰과과광!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바닥 전체를 울리며 다가오는 스톤 골렘의 롤링 어택이 화살의 조준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깔리는 건 둘째 치고, 쏠 데가 없네.’

상대가 뒤통수를 감싼 채 굴러오는 터라 당장은 피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3번? 아님 4번?’

6번 판에 서 있던 태주가 좌우를 힐끗거리며 타이밍을 계산했다.

지금은 마주보고 있는 상태라 정직하게 정면으로만 돌진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태주의 위치에 따라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면, 부딪치기 직전에 회피를 해야 골렘의 추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나…… 둘…….’

살 떨리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태주가 왼쪽(4번)으로 도망치는 척 하면서 오른쪽(3번)으로 몸을 날렸다.

‘셋!’

콰과과광! 콰과과광!

순식간에 코앞까지 도착한 스톤 골렘의 몸이 태주의 페이크 동작에 속아 4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완전히 돌머리는 아니네.’

눈치 싸움을 벌일 만큼의 지능이 있다고 여긴 태주가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때.

“어!”

회전을 멈춘 골렘이 일어남과 동시에 펼쳐져 있던 전개도가 다시금 주사위 형태로 접혀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태주가 서 있는 3번 판 역시 경사를 만들며 천천히 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런 씨.’

간신히 벌린 거리가 6번 판을 중심으로 좁혀지자 태주의 머릿속도 점점 복잡해졌다.

‘주사위 안에 갇히면, 빛이 차단된 상태로 승산 없는 싸움을 벌여야 되고, 밀실 상태를 피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면, 그 즉시 추가 과제가 종료된다. 어떡하지? 지금의 선택지만으론 어떤 결정을 내려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래. 간단하게 생각하자. 뒤가 안 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 태주가 찰나의 고민 끝에 활시위를 당겼다.

“앞을 뚫어버린다!!!”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쉬이익!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자동 화기 수준의 연사가 스톤 골렘의 이마를 향해 미친 듯이 발사됐다.

팍! 팍! 팍! 팍! 팍! 팍! 팍! 팍!

그러자 골렘의 견고한 이마가 고슴도치처럼 변하며 빠른 속도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위기감을 느낀 골렘이 포효를 하며 재생 속도를 끌어올렸지만, 분노에 찬 태주의 화살 세례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우오오오오!”

처참한 몰골로 변해 가던 골렘이 뒤통수를 막고 있던 두 손을 앞으로 가져와 황급히 이마를 감쌌다.

“으아아아!!!”

골렘 못지않은 괴성과 함께 최대치의 민첩성을 발휘한 태주가 잔상을 남기며 폭딜을 때려 박았다.

팍! 팍! 팍! 팍! 팍! 팍! 팍! 팍!

뚫을 엄두가 나지 않던 골렘의 손등이 무수한 파편을 날리며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보인다!’

뚜껑의 역할을 하는 1번 판이 내려올수록 스톤 골렘의 형체가 어둠 속에 숨어들었지만, 채 닫히지 못한 모서리의 틈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 골렘의 이마 속 약점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간다!!!”

기세가 오른 태주가 손목만 남은 스톤 골렘의 보라색 핵을 향해 최후의 한 방을 날렸다.

쉬이익! 챙!

아이스 애로우가 박힌 골렘의 핵이 고유의 빛을 잃으며 허무하게 깨져나갔다.

▶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이겼다!’

한 단계 더 성장한 태주가 선 채로 굳은 골렘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때.

▶ [추가 과제]를 완료하였습니다.

▶ 점수를 산정합니다.

▶ 과제 점수 [A+]

▶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힘겹게 얻어낸 보상의 정체가 태주의 피로감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 히든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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