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공작부인 벨라도나. 자신을 구해준 공작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그녀는 회귀한 후 더 이상 예전처럼 친절하지 않았다. ㅡㅡㅡ 공작님의 흔적이 있는 모든 것에 인정받고 싶었고, 가문의 일원으로 나를 품어주길 원했다. 그렇게 한 번의 생을 바쳐가며 공작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노력하던 그 벨라는 죽었다. 그러니 할 만큼 다 했다. “좋아.” 털어낼 것은 털어내고 남길 것은 남긴다. 오로지 공작님의 유언을 따라 나는 케일란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공작가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3년 뒤면 미련 없이 이곳에서 벗어나겠지. 그러니까 얘들아. 너희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구나. 그렇게 거부하던 내 관심은 이제 없을 거거든. --- “...어째서 날 혼내지 않아요?” 나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악독했던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말이다. 레이나.” “...” “널 혼낼 생각이 없단다.” “...왜?-요?” 나는 네 마음의 짐을 덜어 줄 만한 일을 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그냥.” 너를 위한 도움을 더 이상 주고 싶지 않아서란다. ---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 “...그게 다야?” “잘 모르겠어. 어떤 게 행복한 거야?” “가족들도 그렇고 맛있는 음식들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지고 싶은 물건?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행복해질 수 있잖아.” “그럼 너는 뭐가 가지고 싶은데?” “나는...음. 그냥...예쁜 머리핀이 가지고 싶어.” 지금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싱그러운 미소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아이는 이내 나를 향해 다짐하듯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머리핀. 내가 줄게.” 그리고 잊고 있었던 그리운 과거의 인연이 물 흐르듯 서서히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