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첫눈에 반해서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 바라보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아리엘은 그 순수를 향해 싱겁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운명처럼 카일런스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운명 같은 사랑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아리엘 역시 단 한 번도 그 말을 의심한 적 없었다. 모든 것이 바스러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널 사랑한다 했던 카일런스의 말은 거짓이었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딸. 카일런스는 그 살인자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딸인 너를 부숴 버리고 싶어 했어.’ 모든 것이 가짜란 것을 안 순간 아리엘은 무너졌다. ‘차라리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할 수만 있다면 내 머릿속에서 너의 존재를 지워 버리고 싶어.’ 우리의 지독한 악연을 내가 끊을게. 그렇게 한 줄의 유서를 남긴 아리엘은 어두운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 “......네가 살아있었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꿈이라면 차라리 이대로 깨고 싶지 않아.” 아리엘, 아리엘. 그녀를 끌어안은 한 남자가 낯선 이름을 되뇌이며 오열하듯 눈물을 흘렸다. 떨리는 큰 손이 볼을 감싸려던 순간,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피했다. “…...누구시죠?” 모든 것을 잊어버린 그녀는 차갑게 그를 밀어냈다. “…...뭐?” 카일런스의 수려한 얼굴이 무참히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