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이 언제까지 갈, 크흑, 영원할 것 같으냐?”
“그래서 날 이길 수 있는 녀석을 기다렸어. 이제 지겹거든.”
제 손에 심장이 깨진 용이 저주를 퍼부을 때만 해도, 파랑은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깊은 물에 들어가 달콤한 오수를 즐기고 싶었을 뿐.
“한밤중에 사람이 연못에 빠져 둥둥 떠 있는데 그냥 지나칠 이가 어디 있겠냔 말이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드넓은 바다는 사각 바른 연못인 부용지가 되어있고.
“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냐. 설마 규장각에 귀한 서책이라도 훔치러 온 것이냐?”
파랑은 낯선 땅, 조선의 불청객이 되어있었다.
“너한테는 아주 복잡하게 기분 나쁜 냄새가 나.”
“기분이 나쁘다니. 무슨 말을 그리하느냐?”
하필 파랑을 발견한 이는 겉과 속이 다른 불쾌한 인간이라 영 못마땅하지만.
“너를 네가 살던 세계로 돌려보내 주겠다 약조하였고 나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편이니까.”
물고기보다 나약한 게 아닐까 싶어 하찮게 여긴 인간은 도리어 파랑을 보호하려 든다.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너를 만족시킬 수 있다 단언하였는데도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문제가 있다면 용의 오만함으로 그를 믿지 못하다 그만, 그의 보호에 조건이 생겼다는 점이다.
“…날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로 네 심장을 터트릴 테니까 알아둬.”
“그럼 확실히 약조한 것이다.”
분하지만 저주로 인해 힘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이 땅에서 파랑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서로를 독점하는 것으로.”
파랑은 제 세상 제 바다로 돌아가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일러스트: 팔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