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고전 소설 <별주부전>을 바탕으로 창작된 이야기입니다. *주의) 원작 파괴, 동심 파괴 “별주부, 율.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깊어지는 용왕님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약은 다름 아닌 토끼의 고환. 별주부 방율은 토끼를 데려오라는 명을 받고 육지로 향했다. 작고 하얗고 귀여우며 눈이 동그란 토끼를 데려오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살아 있는 목숨을 약으로 쓴다는 게 마음에 걸렸을 뿐. 그런데... “형님 오셨네.” 서책으로만 본 작은 솜털 같은 토끼는 어디 가고, 한 손에 피 묻은 몽둥이를 들고 나타난 이락. 키도 크고 덩치도 큰데 눈매도 무척이나 매섭다. 어떻게든 이자를 설득해 용궁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과연 율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 “참 그런데 그자는 어땠어?” “누구?” “자라 말이야. 특별할 것이 있어 보였나?” 음…. 구미호가 이락과 똑같은 걸 묻는다. 영안이 트이는 중이고 인물이 반반해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외모이긴 하였지만 특별할 것은 모르겠다. 그가 이락의 귀인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산신령은 내내 궁금하였던 것을 물어봤다. “한데 자네 말이야. 그 예언이 사실이었나.” “예언?” “백 년 전 이락에게 말했잖나. 꽃피는 춘삼월에 귀인이 나타나 이락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거라고.” 구미호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그러다 기억이 났다며 싱긋 웃는다. “그러고 보니 올해군.” “참이었어? 혹시 자라가 귀인인가?” “몰라. 근데 이건 하나 알고 있네.” “뭘.” “실은 귀인이 아니야.” “그럼?” 구미호는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궁금해진 산신령이 재촉했다. 말을 해 보게. 답답해 죽겠네. 늙은이 숨넘어가는 거 보려고 하나. 아, 미안. 나이로 따지면 자네가 나보다 더 늙었지. 가끔 얼굴만 보고 잊어버린다니까. 그 틈에 구미호는 서서히 어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얀 백발을 늘어트리고 검은 옷을 입은 여우의 미모는 누구라도 홀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구미호는 귀에 꽂고 있던 꽃을 빼 화르르 불태워 없애고는 햇살처럼 웃었다.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 하지만 두고 보면 알겠지. 그것이 인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