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벨리아 캐롤라인은 허울뿐인 황태자비였다. 황태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택한 결혼이었지만, 돌아온 건 남편의 갖은 냉대와 그의 애인의 무시, 궁정인들의 핍박뿐이었다. 서글픈 황궁 생활은 형식상의 남편인 리우리안 페트로프가 전장으로 떠난 이후 더욱더 심해져 갔다. 그리고 1년 후, 그가 나타났다. 새벽이 깊은 밤, 예고도 없이. “시간이 늦었습니다.” “그래, 시간이 늦었지.” “…….” “그래서 이곳을 찾았어. 전장에서 보낸 권태로운 1년을 이곳에서 보상받아볼까 하고 말이야.” 수치심을 안기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벨리아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찾아온 리우리안도, 제 침대 위로 올라서는 그의 모습까지. 혼란한 건 그뿐 아니었다. 리우리안의 모든 것이 이상했다. 그녀의 의심이 절정에 치닫던 무렵, 그가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을 속삭여왔다. "그대를, 사랑해 볼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