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한 번도 직접 등장한 적 없는 못난 공작부인 ‘그레이스’에게 빙의했다.
문제는 이 역할이 곧 사망할 예정이며,
유력한 용의자가 남편인 벤자민이라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우리 이혼해요.”
어차피 원작의 서브남주였던 벤자민은 아내가 아닌 여주인공, 아리아를 사랑했다.
그레이스를 죽인 것 또한 아리아 때문이었겠지.
“각하께서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요. 가문을 위해서 저와 결혼한 것도 알고 있고요.”
그레이스는 당연히 그가 이혼 제안을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부인,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각하?”
“제,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부인을 모시는 데 있어 실수라도 한 걸까요?”
그러나 벤자민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부인, 부인께서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 곁을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