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최고의 앙숙인 두 가문과 두 남녀. 한 지붕 아래에서 숨 쉬는 것조차 질색하던 두 사람이 얽혔다. “흐윽… 자… 잠깐, 만, 공작님. 이건 뭔가 오해가….”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우리의 첫날밤은 진작에 지나갔잖아. 당신이 나를 집어삼키고 내빼버린 그 날.” “오해예요. 오해. 내가… 설명을…!” 둘 다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아닌데도 묘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아니라고… 요. 그건 실수… 꺄아악!” “실수? 실수라고? 그걸 지금 실수라고 말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시도는 무산되었다. 드루쉬아는 온몸으로 그녀를 짓누르며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 아직 대화할 게 많이 남아 있잖아. 이….” 그는 진득한 시선으로 아시카를 내려다보았다. “몸의 대화 말이야.” *** 그믐달이 뜨는 밤 아시카를 찾아오는 기이한 환상. 현실에서는 최악의 앙숙인 남자, 그러나 환상 속에서는 다정한 연인이자 남편. 혼란스러운 마음은 어느 쪽이 진심일까. “내가 당신을 사랑해. 사랑한다고. 아시카, 이젠 내게서 도망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