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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84화 (84/126)

제 84화

의도하지 않은 성장

“저들만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아직 아무도 안 나온 걸 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래도…”

“그렇게 불안하면 네가 같이 들어가든가.”

“아, 아닙니다.”

나명진은 던전 안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 역시 나선에 소속된 각성자들을 대동했지만, 일본인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했다.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안에서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럴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문후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안에 괴물 같은 몬스터가 있는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지금 당장은 불안했다.

괜히 경솔하게 움직였다가는 그 역시도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말했지? 최대한 몸을 사리라는 말.”

“예. 그렇게 전했지만, 괜히 저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면…”

“무슨 상관이야. 일을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나명진은 이문후에게 붙잡힌 유이치라는 일본인을 탓했다.

사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것은 그와 이문후와의 오랜 악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틀이나 지났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야?”

“별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지.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지금쯤이면 지쳤을 테니까.”

재촉하는 일본인들을 달래며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늦게 움직인 이유가 있었다. 유이치의 안위보다는 이문후가 지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먼저 진입하겠네.”

야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명진은 그들에게 각성자들을 붙여줬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만 들여보내고 싶었지만, 이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야만 했다.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야쿠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의 명령에 준비된 각성자들이 야쿠자들을 따랐고, 곧 그들은 던전으로 향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군.”

“야비한 놈인 것 같습니다.”

“굳이 내색을 할 필요는 없지. 우선 유이치를 구하는 게 먼저다.”

“알겠습니다.”

나명진의 대한 불만을 뒤로한 다케다는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직을 대표해서 한국에 온 만큼 그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던전 진입을 위해 장비까지 모두 준비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쐐에엑!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시린 빛이 날아들었다.

기습적인 공격에 놀란 그는 팔을 들어 올리며 공격을 쳐냈다.

터엉!

강한 충격에 다케다는 침음을 삼켰다.

톤파로 팔을 보호했지만, 갑자기 날아든 빛에 손목이 저려왔다.

“적이다! 조심해라!”

그는 뒤따라 들어온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황금빛 기운이 날아들었다.

콰앙!

허공에서 날아온 빛은 뒤이어 들어오던 자의 가슴을 때렸다.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한 사내는 피를 토하며 튕겨져 나갔고, 다케다는 앞으로 뛰쳐나가며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다행히 공격하는 사람은 한 명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그를 무시하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딜!”

다케다는 그런 이문후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손목을 보호하고 있던 톤파가 둥근 원을 그리며 이문후를 향해 날아갔다.

순간 팔이 길게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공격이었다.

생소한 무기였지만, 이문후는 봉을 휘두르며 그의 공격을 쳐냈다.

터엉!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스스로도 낮지 않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다케다였지만, 이문후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한 번의 부딪침으로 격차를 느낀 그는 뒤로 물러나며 주변을 둘러봤다.

‘전부… 죽었구나!’

살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유이치를 구하기 위해서 들어온 곳이었다.

그가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유이치를 해한 놈을 잡아갈 생각이었다.

두목에게 이렇게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줄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았다.

‘살아서 여길 나갈 수 있을까?’

그가 고심하는 와중에도 이문후는 안으로 들어온 자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만만치 않은 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비교적 약한 자들을 처리하면서 수를 줄여나갈 생각이었다.

“끄아악!”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한 명이 쓰러지기 무섭게 익숙한 알림이 전해졌다.

일격에 한 명을 처리한 그는 다시 내공을 흘러 넣으며 옆에 있는 사람을 공격했다.

부우웅! 콰앙!

길게 늘어난 봉이 다시 한 명을 날려버렸다.

이문후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네크로맨서를 잡고 얻은 마나 드레인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내공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빠르게 수를 줄이고 싸움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싸우지 마라! 여길 빠져나가야 해!”

“예? 그게 무슨…”

“저놈들을 희생시켜. 한국놈들로 시간을 벌게 만들고 우리는 출구로 간다!”

갑작스러운 다케다의 지시에 함께 들어온 일본인들은 당황했다.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간다는 말은 그만큼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냥 흘려듣기에는 다케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뭐 하고 있어!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살아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아, 알겠습니다!”

단 한 번 부딪쳤지만, 다케다는 이문후의 힘을 파악했다.

도저히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덤빈다고 하더라도 쓰러뜨린다는 보장이 없었다.

‘여기에서 굳이 목숨을 걸 이유는 없지!’

이문후를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희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유이치의 희생도 뼈아픈 마당에 함께 들어온 각성자들이 모두 죽는다면 조직에 큰 피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여기에 있는 몬스터들을 잡고 최대한 빨리 던전을 벗어나는 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여라!”

“예.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여라!”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자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갑자기 흩어지는 사람들의 행동에 이문후은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이지?’

같이 들어온 나선 건설의 각성자들도 야쿠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놈들은 이문후와의 거리를 벌리며 그를 피하고 있었다.

“씨발! 이 새끼들 왜 이래?”

“모르겠습니다.”

“통역! 뭐해? 조금 전에 저 쪽바리가 뭐라고 했는지…”

“그게… 죽었습니다.”

“씨발!”

이문후의 공격에 쓰러진 사람들 중에 통역을 맡은 사람이 포함됐다. 일본인들의 행동이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놈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젠장! 조져!”

“죽어!”

“쫄지 마! 저놈도 지쳤을 테니까!”

그들이 이문후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달려들기 무섭게 야쿠자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통로로 내달리는 그들의 행동에 이문후 역시 당황했다.

‘네크로맨서를 그냥 둘 걸 그랬나.’

당장은 도망가는 놈들을 잡을 수 없었다.

우선 달려드는 놈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그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봉을 휘둘렀다.

콰앙! 콰앙!

5:1의 싸움이었다. 수적으로는 그들이 훨씬 유리했지만, 한 명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커헉!”

봉에 꿰뚫린 사람이 축 늘어졌다.

바로 옆에서 쓰러지는 동료의 모습에 흥분한 사내는 이문후를 향해 기운을 쏟아냈다.

“죽어!”

콰과과과과!

그의 손짓에 바닥이 솟구쳐 올랐다.

날카로운 돌창이 이문후를 꿰뚫듯이 솟아올랐지만, 그를 잡기에는 너무 느렸다.

파앗!

순간이동을 사용한 이문후는 힘을 쏟아낸 사내의 뒤를 잡았다.

“끄윽!”

그대로 뒷목을 잡힌 사내는 강한 악력에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문후의 행동에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파츠츠츠츠.

붙잡은 손을 통해서 그가 가지고 있던 마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끔찍한 느낌에 몸부림을 쳤지만, 이문후의 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힘이 많은데?’

뽑아낸 기운은 내공과 다르지 않았다. 마력이나 내공이나 그 근본은 같았다.

이미 죽은 네크로맨서를 통해서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기운을 뽑아내는데 거리낌은 없었다.

쐐에엑! 콰앙!

이문후는 흡수한 기운을 이용해서 권기를 날렸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다가온 남자는 그의 공격에 급하게 물러나야만 했다.

우두둑.

그 사이, 손에 잡힌 사람을 처리한 그는 다시 봉을 찔러 넣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했다.

거리를 벌리면 권기가 날아왔다.

그렇다고 가까이 붙으면 그의 손에 잡혀서 힘을 전해줄 수밖에 없었다.

“X됐다. 괴물이야.”

“어떻하죠?”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그 끝은 자명했다.

이대로 도망을 가는 게 최선이었다.

던전을 빠져나가서 밖에 있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했지만, 앞에 있는 괴물은 그들을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셋을 세면 한꺼번에 달려든다!”

“괘, 괜찮을까요?”

“이래저래 죽는 건 똑같아. 칼침이라도 한 방 놔줘야지.”

“알겠습니다. 형님!”

“간다. 하나, 둘… 셋!”

“우와아아!”

그의 신호와 함께 둘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작 명령을 내린 놈은 일본인들이 도망갔던 곳으로 내달렸다.

“혀, 형님!”

뒤늦게 그의 행동을 인지한 둘은 당황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이문후에게 뛰어든 만큼 그의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씨, 씨발!”

눈앞으로 날아오는 은빛 섬광에 사내는 욕설을 토해냈다.

먼저 죽은 동료가 이 공격에 가슴에 꿰뚫렸다는 것을 바로 옆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에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사내는 사력을 다해서 날아오는 빛을 쳐냈다.

콰앙!

다행히 타이밍은 맞췄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황금빛 기운을 본 그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퍼억!

뒤이어 날아온 권기가 그의 얼굴에 꽂혔다.

강한 충격을 느낀 그의 몸이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사, 살려주세요!”

무기력하게 당한 동료의 모습에 남아 있던 사내는 무릎을 꿇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게 최선이었다.

“나명진은 어디 있지?”

“사, 사장님이요? 사장님은 밖에 있습니다.”

“근데 왜 안 들어 온 거지?”

“야쿠자들이 처리하면 그때 들어올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밖에서 기다리겠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여기까지는 온 건가?”

나명진다웠다. 마음 같아서는 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기에서 그놈을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도망간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았다.

‘네가 안 오면 내가 가야지!’

이문후는 애원하는 남자를 바라봤다.

살기 위해서 나름 협조를 한 것 같았지만, 여기에서 있었던 일이 새어나가서 좋을 건 없었다.

퍼억!

[경험치 구슬을 2개 획득하였습니다.]

마저 사내를 처리한 그는 도망간 자들의 뒤를 쫓았다.

밖에 나명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확실히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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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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