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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82화 (82/126)
  • 제 82화

    의도하지 않은 성장

    “멍청한 자식!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 새끼가 엄청 나대더라고!”

    “… 사장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

    “씨발! 어쩌라는 거야?”

    나명진은 자신에게 향한 일본인들의 시선이 멋쩍은 듯 투덜거렸다.

    앞으로 계속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화를 삭여야 했지만, 인질로 잡혔다는 유이치의 행동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면목이 없게 됐군. 유이치가 잡힐 줄이야.”

    “뭐라고 하는 거야?”

    “면목이 없답니다.”

    “그래도 염치는 있는 놈들인가 보네.”

    “…….”

    옆에 있던 남자는 일본측의 눈치를 살폈다.

    굳이 이런 것까지 통역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인들 역시 통역을 대동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최대한 표현을 순화시켰지만, 험악해진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었다.

    “유이치의 일을 우리가 해결할 테니, 사람만 붙여주게.”

    “뭐래?”

    “유이치 씨 일은 저쪽에서 해결하겠답니다. 사람만 붙여주라고…”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해. 아니, 우리도 도와줄 테니까, 이참에 그놈을 확실히 잡는 게 좋겠다고 전해.”

    “예.”

    생각했던 것보다 이문후의 실력이 더 뛰어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유이치라는 놈의 소문이 과장됐을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문후라는 놈을 끝내는 게 중요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간 걸 보면 도망갈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걸 모를 이문후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무모하다고 싶을 정도로 무식한 놈이었지만, 아무런 생각이 없는 놈은 아니었다.

    “우리도 준비해. 끌어모을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괜찮겠습니까?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조규종하고 비빈 놈이잖아! 차라리 잘 됐어. 이 기회에 확실히 처리하고, 저쪽한테 빚을 지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기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

    [양가창법을 장착합니다. 장착된 스킬은 1레벨로 고정됩니다.]

    건곤대나이로 채울 수 있는 스킬들 중에 하나를 양가창법으로 바꿨다.

    이미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처리했다.

    밖에 있던 모두가 들어온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 여유가 생긴 틈을 타서 스킬을 바꾼 것이다.

    ‘확실히 더 익숙해진 느낌이네.’

    창술과 봉술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손에 넣은 능력을 장착한 이문후는 머릿속에 채워진 몇 가지 동작들을 펼쳤다.

    파앙! 파앙!

    봉을 찌르고, 휘두르는 게 전과는 많이 달랐다.

    그냥 힘을 이용해서 막대기를 휘두르는 것과 형식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찌르는 자세부터 틀렸나?’

    봉을 잡은 그는 자세를 잡았다.

    사선으로 선 그는 무릎을 굽히면서 양손으로 잡은 봉으로 앞을 겨눴다.

    확실히 자세가 낮춰지고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빌틀며 팔을 뻗자,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간 봉이 허공을 때렸다.

    파앙!

    가볍게 비튼 손목에 공기가 터져나갔다.

    원리는 주먹을 뻗는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기본적인 동작인데도 이 정도라니.’

    높은 스탯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강한 위력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제대로 된 창술까지 배우자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후우.”

    호흡을 고른 그는 주변을 살폈다.

    유이치라는 일본인을 살리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저놈이 그만큼 중요하단 건가?”

    아직 유이치의 정확한 정체를 몰랐다.

    그저 일본에서 온 실력 있는 각성자로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놈인 것 같았다.

    “알게 뭐야!”

    어차피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가진 놈을 살려둬서 그에게 좋을 건 없었다.

    유이치를 처리하고 많은 경험치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를 구하기 위해서 넘어온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걸 얻었다.

    “확실히 사람을 상대하는 게 얻은 건 더 많은데.”

    경험치 구슬은 물론이고, 스킬이나 장비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마음은 편할리 없었다.

    아무리 조폭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는 그와 같은 사람이었다.

    “후우.”

    무거운 마음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죄책감도 길게 가져갈 수 없었다. 남아 있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흐읍!”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문후는 곧바로 봉을 찔러 넣었다.

    내공이 실린 봉은 길게 늘어나며 쏘아졌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의 가슴을 찔렀다.

    뻐억!

    굉음과 함께 봉에 찔린 사람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하고 밀려난 그대 바닥에 쓰러졌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스킬, 실드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2개 획득하였습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가지고 있던 스킬이 손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 같았지만, 지금은 획득한 스킬을 확인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조심해!”

    파앙!

    다시 날아온 봉에 기겁한 그들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인정 사정 없는 이문후의 공격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최대한 떨어져서 그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기습을 피한 그들은 곧바로 대열을 갖췄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뒤로 물러났고, 접근전이 가능한 사람들은 앞에 섰다.

    “무기라도 가지고 올걸!”

    “사시미가 없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곧바로 던전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

    이문후에게만 무기가 있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수적으로는 그들이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유리하다고 할 수가 없었다.

    “뭐야? 저것들은?”

    “…….”

    “설마, 다 죽었어?”

    먼저 들어온 동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나 같이 미동도 없는 것이 이미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꿀꺽.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앞에 있는 놈은 궁지에 몰린 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것 같았다.

    “최대한 저놈 힘을 빼놓는 걸로…”

    “조심해!”

    쉬이익!

    모두에게 주의를 주기도 전에 이문후가 움직였다.

    그가 내지른 봉이 후방에 위치한 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그가 노린 사람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길게 늘어나는 봉을 확인한 만큼 방심할 수 없었다.

    섬전처럼 날아든 공격.

    목표가 된 사람도 충분히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런 동료를 돕기 위해서 앞에 있던 사람이 길게 늘어난 봉을 붙잡았다.

    우선 이문후의 무기를 빼앗을 생각이었다.

    이 상태에서 동료들이 도우면 충분히 이문후가 들고 있는 무기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바바밧!

    그때, 붙잡고 있던 봉이 회전했다.

    “끄아악!”

    힘을 주면서 붙잡고 있던 손바닥이 찢겼다.

    단단한 봉은 회전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파괴력을 냈고, 살점이 찢기기 무섭게 손가락이 부러져 나갔다.

    “끄어어어!”

    사내는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다시 줄어든 봉이 길게 늘어나면서 그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뻐억!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일격에 다시 한 명이 쓰러졌다.

    여의봉을 사용한 이문후조차도 놀랄 정도로 찌르기의 위력이 강력해졌다.

    “완전히 괴물이잖아?”

    “그, 그냥 도망가자!”

    “어떻게?”

    “그건… 씨발!”

    이문후를 쫓아서 들어온 곳은 일회성 던전은 클리어하지 못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처음에는 궁여지책으로 이곳으로 온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겪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앞에 있는 놈은 일부러 이 장소를 택했고, 그들을 끌어들였다는 것을.

    멀쩡한 이문후의 모습에 그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앞에 있는 괴물 같은 놈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뻐억!

    이문후의 봉이 늘어나기 무섭게 다시 한 명이 쓰러졌다.

    뒤늦게 능력을 사용하면서 그를 공격해봐도 큰 소용이 없었다.

    콰앙! 콰앙!

    이문후는 봉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공격을 쳐냈다.

    “하, 항복!”

    “…….”

    “사, 살려주세요. 저희는 그냥 잡아 오라는 명령을 들은 것…”

    뻐억!

    무릎을 꿇으며 애원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문후의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나명진이 오면 언제 다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애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살려둘 수가 없었다.

    “씨발!”

    “죽여!”

    단호한 그의 모습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일말의 희망이 사라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한 그들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졌다.

    ‘다른 방법을 쓸 걸 그랬나?’

    궁지에 몰린 자들은 거칠 게 없었다.

    그들은 앞에 있는 이문후를 쓰러뜨린다는 일념으로 서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뒤에 있던 자들이 강력한 공격을 날렸다.

    시뻘건 화염과 시린 빛이 이문후를 향해 날아들었다.

    상당한 힘이 실린 공격이었다.

    나명진도 나름 작정을 하고 사람을 보낸 만큼 이들의 힘도 약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들은 절박했다.

    앞에 있는 이문후를 죽이지 못하면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먼저 들어간 동료들 모두가 목숨을 잃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콰앙! 콰앙!

    하지만 이문후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길게 늘어난 봉은 날아오는 불덩이와 빛을 쳐냈다.

    이문후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격이 폭발했다.

    사력을 다한 공격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사라지자, 그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수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문후와의 격차가 너무 컸다.

    어렵지 않게 공격을 막아낸 그는 봉에 기운을 실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을 공격했다.

    “끄아악!”

    빛이 번뜩일 때마다 한 명씩 쓰러져 나갔다.

    비틀거리는 사람에게는 다시 그의 공격이 날아왔고, 상대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경험치 구슬을 3개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2개 획득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쓰러지는 만큼 이문후에게는 많은 보상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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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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