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6화 (16/126)
  • 제 16화

    상부상조

    -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는 괴소문에 관하여 당국은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영훈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은 현상은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정부는 그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흔히 던전이라고 불리는 공간의 출입을 자제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는 건가?’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빠른 대처가 이루어졌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렇게 즉각적인 공표가 이루어지는 게 맞았다.

    그렇다고 던전이라는 곳의 출입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그 많은 던전을 하루 만에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언론을 통해서 위험성을 알리는 것뿐이었다.

    새로운 소식을 마주한 이문후는 조급해졌다.

    가진 무공이 나한신공으로 통합되면서 몇 개의 던전을 더 돌았다. 나름 작정을 하고 무공을 사용하면서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었지만,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일 걸 그랬어.’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시간이 더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일회성 던전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런 던전을 찾는 것도 쉽지않았다.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른 사람들도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나름 선방한 건가?’

    천조각은 물론이고, 여러 개의 스킬. 거기에 10개의 경험치 구슬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문후는 확보한 구슬을 이용해서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렸다.

    2성의 건곤대나이.

    잠재력을 더 끌어 올려주면서 15로 맞춰졌던 스탯이 20까지 올라갔다. 거기에 착용한 다른 스킬의 등급도 상승해서, 나한신공이 졸지에 2성이 됐다.

    “사기네. 완전 사기야.”

    다른 스탯과 스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

    말 그대로 사기였다. 이런 능력을 처음부터 얻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문후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하루 만에 레벨을 올리고, 건곤대나이의 성취까지 2성으로 끌어 올렸다.

    아무리 각성을 했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던전을 클리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건곤대나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손에 쥐고 있는 만큼 조금 더 빠른 성장을 원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놈은 왜 안 오는 거야?”

    그는 시간을 확인하면서 낮게 투덜거렸다.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 잠깐 자리를 비운 정민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다음에 움직일 던전의 위치를 체크했지만, 곧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핸드폰에서 눈을 뗐다.

    띠리리링.

    현관문이 열리고 정민석이 안으로 들어섰다.

    “왜 이렇게 늦었어?”

    “빨리 온다고 온 거야.”

    “부탁은 했고?”

    “아주 지랄을 떨더라. 왜 그렇게 까탈스럽냐고! 대충 둘러대느라 혼났어.”

    “어차피 곧 알 텐데. 그냥 밝히는 게 좋지 않냐?”

    “그년도 같이 움직인다고 할걸? 감당할 수 있겠냐?”

    “…….”

    정민영까지 함께 한다면 신경 쓸 게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반대였다.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에 말을 아낀 그는 화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움직이자.”

    “벌써?”

    “뉴스 보니까 정부에서 곧 던전 출입 자체를 통제할 것 같더라고. 그 전에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근데, 굳이 나까지 가야 되는 거야? 어차피 너 혼자서도 충분한 것 같던데.”

    지금 정민석이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이문후의 뒤를 따라가면서 던전에서 얻은 물건들을 옮기는 게 전부였다.

    어느새 짐꾼으로 전락했지만, 이문후는 그의 말을 일축했다.

    “당분간은 그냥 분위기에 적응한다고 생각해.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하긴. 경험이 중요하지.”

    이문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몇 개의 던전을 돌면서 손에 넣은 철비공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던전은? 위치는 알고 있는 거야? 사실, 그것 때문에 멈춘 거잖아? 이제 제대로 된 던전이 없어서.”

    “대충 기억나는 대로 표시는 해뒀는데,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지.”

    주변에 있을만한 일회성 던전은 대부분 클리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은 곳은 게이트 크기가 더 컸기 때문에 섣불리 들어갈 수 없었다.

    “내공은 어때?”

    “거의 회복했지. 그동안 쓸 일이 없었으니까.”

    “그럼 됐네. 가자.”

    말을 마친 이문후가 앞장서자, 정민석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곧바로 던전을 찾아서 움직였다. 하지만 체크해 뒀던 곳에는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 대신, 낯선 사람들이 서 있었다.

    “우리가 늦은 것 같은데?”

    “이게 벌써 몇 개째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진 거야?”

    한적했던 도로가 조금씩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다. 던전을 통해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던전으로 향했다.

    저마다 손에 쇠파이프나 식칼 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봐서 그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답이 없겠는데?”

    정민석의 말대로 이대로라면 계속 던전만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끝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이트의 크기가 큰 곳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지만, 그 정도 규모는 그만큼 위험했다.

    이미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서 몇 가지 사실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게이트의 크기가 클수록 던전의 규모도 커진다는 사실도 알려졌고,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큰 게이트를 피했다.

    정민석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큰 게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조금 큰 던전으로 움직이는 건 어때? 어차피 들어갔던 던전도 그렇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잖아.”

    “위험하지 않을까?”

    “… 나 때문에 그러는 거냐?”

    “꼭 그런 건 아니고.”

    정민석은 주저하는 이문후의 모습에 쓰게 웃었다.

    여러 개의 던전을 돌면서 그의 실력을 똑똑히 확인했다. 이문후는 규모가 큰 던전을 돌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가장 작은 규모의 던전만 고집했다.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정민석이 모를 리 없었다.

    “이제 내 몸 하나는 충분히 지킬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라니까.”

    “그럼 이유가 뭔데?”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 일회성 던전은 클리어해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는데,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지.”

    지금 처한 상황이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돌아다닐 수만도 없는데.’

    고민하던 그는 결국 마음을 정했다.

    정민석의 말처럼 조금 규모가 큰 곳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정민석이 보인 모습만 봐서는 고블린 전사까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이자.”

    “정말로 저기로 가는 거야?”

    “왜? 말은 그렇게 했어도 불안하지?”

    “불안하기는 무슨! 가자.”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감춘 정민석은 일부러 앞장섰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문후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옆에 섰다.

    정민석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여기에서 불안한 상태를 드러내면 정민석이 더 동요할 것 같았기 때문에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별일 없겠지? 지금 가진 힘이라면 충분하겠지?’

    고인물 중에 고인물로 불렸던 이문후였다.

    팬티 하나만 걸치고 게임 속을 활보했던 만큼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마주한 상황이 현실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긴장을 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

    규모가 더 큰 던전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낯선 장소에 주변을 살폈다.

    “여긴 동굴이 아닌데? 하수도 같잖아?”

    “거대 쥐가 나오는 곳이야.”

    “거대 쥐?”

    “자이언트 랫(Giant Rat)이라는 놈이 출몰하는 지형인 것 같아.”

    “아! 자이언트 랫!”

    정민석도 알고 있는 놈이었다.

    이문후에 비해서 체더월의 경험은 부족했지만,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만났던 놈들 중에 하나였다.

    “이빨이 날카로운 놈이야. 놈한테 걸리면 아무리 철비공을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다칠지 모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그 정도로 위험할까?”

    “고블린보다는 더 위험할 거야.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

    “…….”

    많아 봐야 10마리 남짓한 놈들이 있는 곳에서는 고블린보다 자이언트 랫이 더 위험했다.

    고블린이야 움직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자이언트 랫은 야생 짐승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들에게는 놈들의 움직임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잔뜩 긴장한 정민석을 뒤로한 이문후는 앞장서며 설명을 이어갔다.

    “내가 알고 있는 게 그대로 적용된다면 놈들은 무릎 위로는 뛰지 못 할 거야.”

    “무릎 위로?”

    “그래. 그래서 놈들이 처음 노리는 곳은…”

    “찌이익!”

    낯선 소리와 함께 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지간한 도사견만 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놈은 영락없는 쥐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앞니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놈이었다.

    하지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작은 멧돼지를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설명을 하던 이문후는 정민석에게 주의를 주며 달려드는 놈을 상대했다.

    “옆으로 물러나!”

    “알았어. 조심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를 좁힌 거대한 쥐는 커다란 앞니를 앞세우며 이문후의 발목을 노렸다.

    “캬아악!”

    놈은 그대로 아킬레스 건을 끊으려는 듯이 기민하게 움직였지만, 이문후는 이미 놈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었다.

    뛰어난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를 가진 그는 거대 쥐의 이빨이 닿기 전에 발을 들어 올렸다.

    갑자기 눈앞에서 목표가 사라지자, 달려든 놈은 당황하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충격이 거대 쥐를 뒤덮었다.

    터엉!

    이문후는 그대로 놈을 걷어찼다.

    나한권을 담은 발차기에 달려든 놈은 그대로 튕겨져 나가면서 바닥에 처박혔다.

    높이 뛰지 못하는 놈들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발목을 노리고, 쓰러지면 목이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당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 달려드는 순간만 피하면 쉽게 상대할 수 있어.”

    “말이야 쉽지!”

    뒤에서 이문후의 행동을 지켜봤던 정민석은 혀를 내둘렀다.

    생각했던 것보다 자이언트 랫은 빨랐다. 높이 뛰지 못한 만큼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다.

    ‘달려드는 놈을 피하는 게 관건인데.’

    뒤에서 지켜보는 그조차 움찔할 정도 빠른 놈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너무나 간단하게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몸통을 후려치며 순식간에 제압했고, 묵직한 한 방에 달려든 놈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찌이익!”

    낯선 울음을 내뱉은 놈이 허공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대한 쥐가 사라진 곳에는 갈색빛을 띈 가죽이 남았다.

    “으으! 이건 가죽인가?”

    “챙겨 둬.”

    “이런 것까지 가져가야 되는 거지?”

    “다 돈이겠지. 뭐라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찝찝했지만, 그냥 버릴 물건은 아니었다.

    이문후는 주저하는 정민석을 대신해서 떨어진 가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남아 있던 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험을 알리는 감각에 이문후는 깜짝 놀라며 달려드는 놈을 피해냈다.

    하지만 뒤에는 정민석이 남아 있었다.

    ‘미친!’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그는 놀란 눈으로 달려드는 놈을 바라보는 정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피해!”

    “찌이익!”

    요란한 소리를 낸 거대 쥐는 그대로 정민석의 발목을 노렸다.

    거대한 아가리가 활짝 벌려지자, 날카롭고 기다란 앞니가 도드라졌다.

    그렇게 쇄도한 놈은 그대로 발목을 물어뜯으려는 듯이 벌린 입을 닫았고, 이질적인 소리가 하수도 안을 가득 채웠다.

    콰직!

    유난히 크게 들리는 소리에 이문후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민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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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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