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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5화 (15/126)
  • 제 15화

    상부상조

    “앞으로 이 천을 계속 모아야 하는 거지?”

    “당연하지. 그게 돈이 될 건데.”

    “정말 그게 가능할까?”

    “거기에서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니까.”

    어설프게나마 손에 넣은 천을 몸에 두른 둘은 다시 동굴 안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이문후가 앞장섰지만, 지금은 정민석이 앞에서 움직였다.

    “괜찮지?”

    “당연하지. 철비공까지 익혔는데 이제 고블린들 이빨도 안 박히겠다.”

    “그거야 두고 봐야지. 이제 고작 1성인데.”

    “그런가? 아무튼 걱정하지 마.”

    어찌 됐든 정민석은 자신이 있었다.

    10이라는 근력과 철비공을 장착하면서 12까지 올라선 체력.

    이 정도면 고블린이 단체로 덤벼도 끄떡없었다. 이문후가 보인 움직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고블린을 상대로 충분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일부러 규모가 작은 던전을 찾았다.

    여기에서 정민석이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동안 손에 넣은 것들도 시험해 볼 계획이었다.

    입구 근처에 있던 두 마리의 고블린이 보이자, 이번에는 정민석이 돌멩이를 던지며 놈들의 주의를 끌었다.

    “끼이익?”

    이제는 익숙해진 고블린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기회를 엿보던 정민석은 모습을 드러낸 고블린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문후는 나한보를 밟으며 뒤에 있는 놈을 향해 움직였다.

    파앗.

    바닥을 박찬 그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제대로 된 나한보를 처음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너무 빠른 움직임이 오히려 당혹스러웠지만, 다행히 높아진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로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키익?”

    갑자기 앞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놀란 고블린은 제대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살짝 움찔거린 게 전부였지만,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이문후의 무릎이 날아들었다.

    뻐억.

    가속도를 더한 그의 무릎이 고블린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케엑’ 소리와 함께 놈이 피를 뿌리며 휘청거렸고, 이문후는 뒤늦게 단검을 휘두르며 놈의 목을 베어냈다.

    ‘후우. 적응이 필요하겠는데?’

    나한보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는 탁월한 능력이었다.

    오히려 몇 시간 전에 상대한 곽문상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지만, 줄어드는 내공이 문제였다.

    ‘차라리 나한기공을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다른 식으로 조합해 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어차피 규모가 작은 던전이라 이런 능력들을 시험해 볼 기회는 충분했다.

    ‘최대한 빨리 스킬 슬롯을 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실전에서 손에 넣은 능력을 사용한 그는 다시 착용한 능력을 바꾸려고 했다.

    나한보를 빼고 새롭게 얻은 에스크리마라는 단검술을 넣을 생각이었지만, 곧 안에 있던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 중에는 스킬을 교체할 수 없습니다.]

    [강제적으로 스킬을 교체할 경우 경험치 구슬을 소모합니다.]

    아쉽게도 전투 중에는 스킬 교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정민석도 맡았던 고블린을 처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경험치 구슬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저놈들은 내가 맡을 게.”

    “괜찮겠냐?”

    “이빨도 안 박히더라.”

    정민석은 물린 흔적만 남은 팔을 내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놈을 상대하면서 일부러 팔뚝을 내어주며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이다.

    지금은 이민후보다 정민석의 몸이 더 단단했다.

    앞장서서 몸빵을 할 사람은 정민석이 제격이었고, 어차피 그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에 이문후는 뒤로 물러났다.

    “다 덤벼!”

    “키이아아!”

    정민석이 크게 소리치기 무섭게 고블린들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앞세운 놈들이 아귀처럼 몰려들었다. 좁은 통로라 직접 부딪치는 놈은 많아야 둘이었다.

    “카악. 커억!”

    그마저도 철비공을 운용하자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오히려 그를 물어뜯으려던 놈들은 박히지 않는 이빨에 당황했다.

    곧바로 우악스러운 손길이 고블린을 붙잡았다.

    10이라는 근력은 고블린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치였다.

    쿠웅.

    정민석은 붙잡은 고블린을 패대기쳤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몸이 축늘어졌다.

    그 틈을 노리며 다른 고블린이 뛰어오르며 그를 공격했지만, 여전히 철비공의 효과는 유효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문후는 생각보다 더 잘 싸우는 정민석의 모습에 만족하며 나한보를 밟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단검을 뻗으며 옆에 있는 고블린을 찔렀고, 치명상을 입은 놈이 그대로 흩어졌다.

    “계속 버틸 수 있겠어?”

    “씨발, 내공이 부족할 것 같은데?”

    “… 몇 놈은 뒤로 보내 내가 처리할 테니까.”

    “알았어.”

    정민석은 여전히 길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놈을 무작정 뒤로 던젔다.

    “끼아아아!”

    얼떨결에 떨어져 나온 놈들은 이문후의 몫이었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는 떨어져 나온 놈들의 목숨을 취했다.

    [소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더 흘려!”

    “또? 괜찮아?”

    “죽였어! 계속 보내.”

    순식간에 놈을 처리하자 정민석은 깜짝 놀랐다.

    던전을 돌면 돌수록 이문후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미친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플레이어가 된 시간을 비교해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체더월에서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만한 격차가 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뭐 차라리 잘 된 건가? 문후가 강해져서 나쁠 건 없을 테니까.’

    그는 상념을 떨쳐내며 앞에 있는 놈들에게 집중했다.

    지금은 죽일 듯이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푸욱! 푸욱!

    이문후는 빠르게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정민석이 밀어낸 고블린에게 다가가서 단검을 찔러 넣으면 끝이었다.

    이미 떨어져 나오면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따로 고블린들의 공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놈들을 처리하는 게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소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다음!”

    “키아아!”

    [소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다음!”

    “… 미친!”

    한 놈을 내보내자마자 들려오는 소리에 정민석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런 식의 효율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는 계속 고블린을 조달해줬고, 이문후는 그의 도움으로 가진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괜찮은 거냐?”

    “후우. 괜찮아. 나쁘지 않은데?”

    정민석의 몸은 멀쩡했다. 확실히 손에 넣은 철비공이라는 무공은 그에게 잘 어울렸다.

    하지만 격하게 움직인 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친 그를 뒤로한 이문후는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며 남아 있을 고블린 전사를 찾았다.

    하지만 게이트를 지키고 있어야 할 놈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죽인 놈들 중에 전사가 끼어 있었나?’

    모두 일격에 처리한 만큼 구분이 가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남아 있는 놈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게이트 앞에 나무 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저건 내가 갖는다?”

    “그래라.”

    “아, 그리고 당분간은 저 보상들… 내가 가지면 안 될까?”

    “나 같은 놈한테 주기는 아깝다는 거냐?”

    “경험치 구슬이 필요할 것 같거든. 그것도 많이.”

    이문후는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했다.

    혼자서 보상을 독식하겠다는 말 자체를 꺼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정민석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필요하면 갖는 거지. 뭘 그렇게 미안해 해?”

    오히려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문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의 어깨를 치며 투덜거렸다.

    “괜찮겠냐?”

    “너 혼자 들어왔어도 충분할 것 같던데?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정민석은 오히려 그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문후의 실력이라면 그의 말처럼 혼자서도 충분했다. 오히려 정민석이 이문후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정민석에게 양해를 구한 그는 나무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보상을 손에 넣었다.

    [튼튼한 나무 방망이를 손에 넣었습니다.]

    [스킬, 나한권(羅漢拳)을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나한권? 나한권이라고?’

    나한기공과 나한보, 나한권까지 손에 넣었다.

    우연인지 따로 안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한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공 대부분을 전부 얻었다.

    [나한권(羅漢拳)]

    나한의 손짓을 흉내 낸 권법.

    나한의 힘을 주먹에 실을 수 있다. 직선적이고 단순하지만, 그만큼 빠르고 강맹한 위력을 낸다.

    - 나한권(1成) : 나한의 힘을 실어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

    주먹을 사용하는 그에게 적합한 무공이었다.

    다만, 이제 단검을 이용해서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마음을 먹은 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이러면 에스크리마를 얻은 의미가 줄어드는데.’

    정민석을 찾기 위해서 들어간 던전에서 얻은 무기술이었다. 단검을 활용하는 능력으로 쓸모가 있을 것 같았지만, 차라리 나한권을 사용하는 게 나아 보였다.

    어차피 우선 적용될 힘은 건곤대나이였다.

    새로운 스킬 슬롯을 열면 상황에 따라서 적당한 능력을 이용하는 게 좋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손에 넣은 능력들이 어떤 힘을 내는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우선은 경험치 구슬을 빨리 모으는 게 좋겠지?’

    정민석의 힘과 나한보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당장은 건곤대나이의 힘을 먼저 키워서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마음을 달리 먹은 그는 나한보를 대신해서 에스크리마를 착용했다. 이제 단검술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경험을 할 생각이었다.

    그때, 새로운 알림이 전해졌다.

    [같은 뿌리를 둔 무공이 존재합니다.]

    [가지고 있는 무공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나한기공, 나한권, 나한보가 나한신공으로 통합됩니다.]

    ‘통합? 나한… 신공이라고?’

    새로운 사실에 이문후는 깜짝 놀랐다.

    게임을 하면서도 이런 것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합쳐진 새로운 무공을 확인했다.

    [나한신공(羅漢神功)]

    나한의 가르침을 담은 소림의 대표적인 상승 무공.

    심법과 보법, 권법을 한데 모은 신공으로, 무공으로 성취가 높아짐에 나한의 힘을 끌어내는 게 가능하다.

    - 나한신공(1成) : 내기를 신체에 담을 수 있다.

    떠오른 설명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한신공이라는 힘은 더 뛰어난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무공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하나의 스킬 슬롯에 장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제 나한보나 나한권을 따로 장착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나한신공을 장착하면 세 개의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나한신공 자리인가?’

    이문후는 고민 없이 나한신공을 택했다.

    남은 자리에 나한기공을 장착하자, 전신으로 미증유의 힘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나한기공만 장착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동작과 사용 방법들.

    이제는 나한권과 나한보를 동시에 펼치는 게 가능했다.

    “이거 받아.”

    “이게 뭐야? 몽둥이잖아?”

    “당분간 그걸 써. 철비공은 다시 펼칠 수 있는 거지?”

    “아니. 내공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이번에는 내가 앞장설 게.”

    “바로 움직이게?”

    “당연하지. 시간이 많지 않을 거야.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말을 마친 이문후는 곧장 게이트에 손을 뻗었다.

    새로운 신공을 손에 넣은 만큼 최대한 빨리 이 힘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었다.

    정부에서 뭔가 제약을 걸거나 조치를 취하기 전에 최대한 힘을 키우고, 천을 확보해야만 했다.

    =============================

    [작품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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